이 기사는 2023년 05월 24일 17:2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관계자에게 들었던 말이 기억난다. 한화가 인수 과정에서 진행되는 통상적인 실사 과정도 생략하고 일단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스토킹호스 방식이라 한화가 곧 최종 인수자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었지만 한화는 파격적인 등장과 함께 결국 최종인수자 자격을 얻었다.실사 과정없이 '내가 사겠다'고 밝힌 것은 그만큼 인수 의지가 컸다는 의미다. 물론 2009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타진했던 한화였던지라 이후에도 대우조선해양을 모니터링하고 조선업 관련 시황을 지켜봤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우조선해양은 풀어야 할 재무적 숙제가 산적해있는 부담스러운 매물이다. 채권단은 여러 대기업에 인수를 타진했으나 대우조선해양을 가져가겠다고 자신있게 손을 든 곳은 한화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번 딜을 보면서 2010년대 중반 한화가 '대박'을 친 삼성그룹 화학·방산업 '빅딜'이 떠올랐다. 당시 딜은 지금의 한화그룹을 만든 역사적인 딜이었다. 삼성종합화학은 현재 한화그룹의 미래 사업 투자를 담당하는 '한화임팩트'가 됐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자금을 태운 곳 중 하나도 한화임팩트 계열이다.
한화가 인수한 '삼성토탈'은 인수 직후 석유화학의 '슈퍼싸이클(초호황기)'가 찾아오면서 한화그룹 전체 단일 계열사 기준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뽑아내는 기업으로 효자 역할을 했다.
방산도 마찬가지다. 삼성테크윈을 인수한 한화는 자체 사업구조 개편으로 현재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계열의 방산업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테크윈 등 육·공 방산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던 M&A가 삼성그룹과의 딜이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방산업의 범위를 육·공에 '해(海)'까지 늘릴 전망이다.
이번에도 느낌이 나쁘지 않다. 관련 딜을 지켜본 관계자들의 평가가 대부분 긍정적이다. 2021년부터 수주여건이 개선되고 조선업계의 신규 수주가 크게 확대하면서 향후 몇 년 간 손익계산서 상의 수치가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용평가사들도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업 인수가 성공작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결국 타이밍을 잡는 능력과 해당 M&A로 그룹의 번영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여기에 재무 파트가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딜 구조 구축을 통해 딜의 현실성을 부여해줘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오너가 신속하게 결단해줘야 하는 필요성도 있다. 급박한 과정 속에서 성사시킨 이번 딜은 분명 한화그룹 경영 문화의 정수이자 또 한 번의 '수'다.
2012년 한화가 큐셀을 인수하면서 태양광 사업을 시작했을 때, 혹은 2015년 한화가 삼성과 빅딜을 이뤄냈을 때 한화그룹의 성장세를 예견한 사람들이 있었을까.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재계 순위 5위도 바라보는 한화다. '한화'라는 브랜드가 기업집단 발전과 번영의 선례로 지속적으로 언급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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