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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테크와 기울어진 운동장]사장도 모르는 '깜깜이' 국내 매출…세금은 '찔끔'⑤구글·넷플릭스 법인세 합쳐도 네이버 5% 수준, 콘텐츠 생태계 구축 성과 앞세워 회피

이장준 기자공개 2023-06-01 13:07:05

[편집자주]

글로벌 빅테크는 압도적인 시장지배력과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규제를 회피하고 불공정행위를 하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으면서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일고 있다. 은밀한 여론전을 통해 입법을 저지하기도 해 국내 테크사들의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빅테크가 국내 생태계에 직간접적으로 미친 영향과 토종 테크사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공정 경쟁을 위한 규제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30일 11: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글은 지난해 한국에서 얼마나 많이 벌었을까. 구글코리아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내 매출 규모를 알지도 못할뿐더러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실제 조 단위에 이르는 애플리케이션(앱)마켓 매출은 싱가포르 법인 실적에 잡힌다. 구글코리아는 이를 제외한 나머지 3000억원대 매출을 기준으로 한국에 법인세를 내고 있다.

넷플릭스 역시 세금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매출 상당 부분을 해외로 이전해 매출원가를 의도적으로 늘렸다고 지적받는다. 글로벌 빅테크가 법의 맹점을 찾아 세금은 회피하면서 토종 기업들은 역차별받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국내 법인세 피하는 빅테크…구글 앱마켓 수수료 제외, 넷플릭스 그룹사 수수료 활용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3449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1년 전 2924억원과 비교해 18% 늘어난 수준이다.

국내 IT 기업들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낮다. 네이버와 카카오만 봐도 지난해 연결 기준 각각 8조2201억원, 7조1068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KT(25조6500억원), SK텔레콤(17조3050억원), LG유플러스(13조9060억원) 등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구글코리아 최상위 지배기업인 알파벳(Alphabet Inc.)이 지난해 2828억3600만달러(375조6063억원)의 매출을 올린 걸 고려해도 유독 규모가 작다.

구글코리아의 영업수익은 △광고 및 기타 리셀러(1441억원) △연구개발용역(533억원) △마케팅용역지원(1366억원) △하드웨어(109억원) 등으로 구분된다. 여기에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당시 다수 의원이 지적한 앱마켓 수수료는 여기서 제외된다.

앱마켓인 구글 플레이스토어(구글플레이) 사업 매출은 알파벳 그룹 산하 싱가포르 법인 구글아시아퍼시픽에 귀속되며 구글코리아로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알 수 없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그런데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추산 방식(구글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에 한국 지역 구글플레이 비중 27.6%, 광고 비중 10.9%)을 적용하면 구글의 한국 지역 매출은 이미 2018년에 적게는 4조2000억원에서 많게는 6조4000억원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코리아 감사보고서에 적힌 매출의 18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한국에 내는 법인세도 줄일 수 있었다. 구글코리아가 납부한 법인세는 2021년 139억원, 지난해 170억원을 기록했다. 앱마켓 수수료가 매출에 포함될 경우 법인세 규모는 네이버 수준(2021년 기준)을 고려해 5000억~6000억원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비교하면 2.8~3.4% 수준만 납부한 셈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해 국내 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7733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1년 전과 비교해 22.4% 증가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숨어있다. 매출원가가 6772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매출총이익은 1년 새 982억원에서 961억원으로 되레 줄었다.

'넷플릭스 그룹사 수수료' 명목으로 해외 법인에 넘겨준 것이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지배구조 꼭대기에 있는 넷플릭스 본사(Netflix Inc.)를 대신해 서비스에 대한 접근(access)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므로 이에 대한 구매대가를 지급한다는 입장이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지난달 넷플릭스의 해외 결산보고서와 국내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넷플릭스는 2021년 말 월 구독료를 인상하면서 국내 매출액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수익 상당 부분을 해외로 유출해 조세를 회피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변 의원은 "국내에서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을 높여 작년에는 이를 87% 이상으로 책정했다"며 "이를 통해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해외로 이전해 법인세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국세청은 2021년 넷플릭스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조세회피 혐의로 800억 원의 세금을 추징하기도 했다. 다만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역시 최근 "2020년 국세청 자료 분석 결과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IT기업 134곳이 납부한 부가세는 2376억원으로 네이버 한 곳이 내는 법인세 45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한국 이용자들과 한국 기업을 상대로 번 돈임에도 조세 피난처를 통한 의도적 실적 축소와 편법적인 세금 회피한다"고 꼬집었다.

◇국내 매출 '모르쇠'…콘텐츠 생태계 투자로 '눈 돌리기'

그럼에도 글로벌 빅테크가 국내에서 정확히 얼마를 벌어가는지 알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알파벳은 IR 자료를 통해 아태 지역이 지난해 전체 매출의 16%를 차지한다고 밝혔지만 한국 시장 규모를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도 빅테크의 국내 법인 주요 임원이 참석했지만 별다른 수확이 없었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구글코리아는 세법에 따라 매출을 신고했다"며 "(한국에서 전체 구글이 벌어들이는 매출은) 얼마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들 빅테크는 법인세 축소나 국내 불공정경쟁 등 이슈는 피하면서 콘텐츠 생태계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는 점만 어필하고 있다.

거텀 아난드(Gautam Anand)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지난해 망 사용료 이슈가 제기됐을 때 "구글이 지난 10년간 아시아태평양 전역의 네트워크 인프라에 22억달러(2조9216억원)을 투자했다"며 "2021년 유튜브의 창작 생태계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에 2조원 이상을 기여하고 정규직 8만6000개에 준하는 일자리를 지원했다"고 호소했다.

넷플릭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을 방문했을 때 향후 4년간 25억달러(3조3200억원) 이상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2016년 이후 2021년까지 약 1조원 이상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바 있다. 이를 정부에서 치적으로 삼으면서 국회에서도 망 사용료나 법인세 이슈에 대한 목소리가 잠잠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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