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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 ESS 산업 분석]'잃어버린 5년' 겪은 한국 ESS, 타개책은⑤화재 사고로 급속도로 산업 위축...이달 정부 육성책 발표 전망

정명섭 기자공개 2023-06-07 09:28:19

[편집자주]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급격한 기후 변화와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 가속화 등으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ESS가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 시장 확대와 맞물려 에너지 신산업 발전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벨은 글로벌 ESS 산업 동향을 살펴보고 국내 기업들의 기회 요인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5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면서 이를 저장할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각종 화재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정부 지원책도 끊긴 탓이다. 대규모 정전 사태와 에너지 위기 등을 경험한 미국과 유럽의 ESS 시장이 매년 급성장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바람이 불면서 신재생 에너지 보급률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ESS 수요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의미다. 이에 정부는 ESS 산업 발전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차전지 소재와 부품 같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서비스 영역 등 ESS 산업 전반에 관한 점검이 필요하다.

◇ 성장가도 ESS 산업, 화재 발생·정부지원 중단에 날개 꺾여

국내 ESS 시장은 5년 전만 해도 활황세였다. 2014년부터 정부가 신재생 에너지 산업 성장과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ESS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선 영향이다. 일례로 정부는 태양광 발전에 ESS를 연계·설치하면 태양광 단독 발전 대비 2~2.5배가량의 발전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2018년 기준으로 태양광 발전 설비 5억원 규모인 1MWh의 ESS를 설치하면 발전사들은 연 1억원 가량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전기요금 특례 할인제도 도입도 ESS 보급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이는 빌딩이나 사업장 등이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자가소비하면 그만큼 절감되는 요금의 50%를 감면하는 제도로, 2017년에 도입됐다. 신재생 에너지 설비에 ESS까지 설치하면 인센티브도 제공했다. 계약 전력 대비 ESS 비중이 5~10%면 전기요금 20%를 추가로 할인하는 식이다. 당시 전기료 할인 혜택이 크고 설비 설치 지원까지 있어 사업자들의 태양광 패널과 ESS 설치 문의가 빗발쳤다.

정부 당근책에 힘입어 ESS를 설치한 국내 사업장 수는 2013년 30개에서 2015년 124개, 2017년 268개, 2018년 947개로 빠르게 늘었다. 이 중 778개는 신재생 에너지와 연계된 ESS였다.

성장세는 2019년 들어 꺾였다. ESS에서 화재가 연이어 발생한 탓이다. 2017년 8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전국에서 2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피해 금액만 최소 200억원 이상이었다. 2019년 1월 울산 대성산업가스 ESS에서 발생한 사고가 대표적이다. 당시 3층짜리 ESS 건물 2층과 3층이 전소됐다. 3000여개의 이차전지와 전기 설비 등이 모두 불에 탔다.

막 성장한 산업이다 보니 정부는 사고 조사와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장 성장 속도에 비해 정책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ESS 업계에선 이차전지 생산업체와 전력변환장치 제조사, 소프트웨어 기업간 책임 떠넘기기가 벌어졌다. 향후 정부 합동 조사 결과 이차전지 사용 조건 문제와 설치 부주의, 운영 환경 미흡, ESS 제어·보호체계 미흡 등 여러 요인이 밝혀지면서 혼란은 일단락됐다.

정부가 화재 사고를 조사하는 사이 ESS 가동이 중단되고 사업이 지연되면서 기업들은 당초 기대했던 전기요금 할인과 전력 판매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기요금 할인 등 정부의 ESS 보급 정책이 2020년에 대부분 일몰되면서 ESS 시장은 침체됐다. 2018년에 국내에 설치된 ESS 규모는 3.8GWh에서 2020년 2.8GWh, 2021년 0.3GWh, 작년에는 0.2GWh까지 떨어졌다.
<출처=산업통상자원부>

◇미국·유럽서 기후·에너지 위기 대안으로 ESS 주목...韓 정부, 이달 발전전략 발표

국내 ESS 시장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해외 ESS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ESS 시장 확대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특히 유럽 지역의 성장세가 두드려졌다. 작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국제 사회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자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한 여파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는 약 40%(2021년 기준)다. 이에 ESS가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유럽에너지저장협회(EASE)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지역 내 설치된 ESS 설치용량은 누적 10GW 이상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2030년이면 57GW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에서도 ESS 설치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최악의 폭염으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해 정전 공급에 문제가 생기는 등 대규모 정전 사태가 끊이지 않자 ESS가 비상사태에 활용할 장치로 관심받았다. 실제로 작년 9월에도 캘리포니아는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ESS 설치로 전력 위기를 넘겼다. 2021년 3.6GW이던 미국 ESS 설치용량은 작년에 7GW로 올랐고 올해는 9GW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2017년에 '신형 ESS 발전 가속화 지도 의견' 정책을 발표한 이후 ESS 산업이 매년 성장하고 있다. 이는 ESS 보급 확대 정책으로 2025년까지 국내 ESS 규모를 30GW 이상으로 키우고 전력시스템 비용의 30% 이상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향후 보조금이나 세제 감면 대책 등이 추가되면 중국의 ESS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 정부도 ESS 산업 육성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해 올해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ESS 발전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정부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글로벌 상위 5위 안에 드는 이차전지 제조사를 세 곳이나 보유한 강점과 건설·엔지니어링 경쟁력을 결합하면 글로벌 ESS 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ESS 산업정책 TF를 발족한 산업부는 이달 중에 ESS 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ESS 화재' 트라우마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ESS 안전성 평가센터도 구축하고 있다. 평가센터를 중심으로 ESS 화재 예방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표준화하는 게 정부의 목표다. 기술개발과 신규 모델 안전성 검증 등을 위해 국내 이차전지 3사에 참여를 요청해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차전지 업계에선 전지 기술 개선과 시스템에 대한 전체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ESS에 주로 사용되고 있는 리튬이온 전지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연구뿐만 아니라 ESS 운용시스템 전반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수적"이라며 "에너지 모니터링과 같은 서비스 영역까지 사업을 확대한다면 한국이 ESS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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