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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BIO USA]이재용 바이오 멘토 '모더나 창업주' 한국서 기회 찾는다[현장줌人]누바 아페얀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 대표 "큰 기술 보유, 협업 열려있다"

보스턴(미국)=최은진 기자공개 2023-06-08 15:42:25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8일 13: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Flagship Pionering)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사진). 모더나의 창업자 및 이사회 의장이라는 직함이 더 익숙하기도 하다.

하지만 아페얀은 본질적으로 '투자자'다. 유망 바이오 기업을 창업하고 밸류업 시키는 역할을 한다. 현재 80여개의 바이오 기업을 보유하고 있고 모더나도 그 중 하나였다. 시장에선 '기획바이오'라고도 평가한다.

한국에선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의 바이오 멘토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건 물론 이 회장 그리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도 만났다. 삼성·한화·CJ 등 유수의 대기업들이 아페얀이 창업하거나 투자한 회사에 지분투자를 단행한 것도 주목된다.

왼쪽부터 누바 아페얀, 이재용 회장, 윤석열 대통령

그는 몇달 전부터 한국방문을 기획하며 바이오 업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기로 돼 있었다. 더벨과의 인터뷰 일정도 예정하고 있었다. 아시아권으로 영역을 넓히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이해됐다. 다만 윤 대통령의 방미 일정으로 한국 방문 일정은 취소됐다.

그리고 현지시간으로 6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23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이하 바이오 USA)' 행사에서 더벨은 아페얀을 만났다. 더벨은 그와 개별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바이오 기술과 투자 방향, 재계와의 협업 가능성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재계 바이오 사업 시작하며 스킨십, 투자 등 공동 프로젝트 진행

2023 바이오 USA가 열리는 'Boston Convention & Exhibition Center' 내 인터뷰룸에서 만난 아페얀은 검은 천막으로 칸막이를 해놓은 내부 인테리어가 "마치 '백신' 맞는 곳처럼 생겼다"는 가벼운 농담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누바 아페얀이 더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선 그는 한국 대기업과의 돈독한 파트너십은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의 입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이 바이오 사업을 막 시작하면서 아페얀과의 네트워크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아페얀이 투자하거나 창업한 바이오텍이 미국시장에서 꽤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바이오 업계 인맥이 필요한 한국 대기업 입장에선 접점을 만들고 싶었을거란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아페얀이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을 통해 창업 및 투자한 분야는 차세대 모달리티로 분류되는 게 대부분이다. 마이크로바이옴부터 mRNA, 유전자 편집기술 등 아직 상업화 되진 않았지만 바이오 업계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으로 꼽히는 분야들이다.

삼성그룹이 약물전달체(DDS) 기술을 가진 센다에, 한화그룹이 차세대 유전자 교정 기술 플랫폼 기업 테세라테라퓨틱스와 혁신신약 개발 기업 셀라리티에 투자했다. CJ그룹도 올해 3월 유전자 치료제 링테라퓨틱스에 투자했다. 모두 아페얀이 운영하는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이 투자 및 창업한 바이오텍이다.

아페얀은 "한국 재계 인사들과의 첫 만남 시점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한국이 본격적으로 바이오 사업을 시작하면서 꾸준하고도 긴밀한 접촉을 해왔다"며 "그들과 몇가지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고 점차 논의가 확대되면서 한국 대기업들이 우리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페얀은 한국이 전략적으로 바이오 산업을 키울 의지가 분명한 만큼 국내 대기업과 '투자' 그 이상의 협업 프로젝트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협업 형태는 합작사(JV)부터 인수합병(M&A)까지 다양한 방식이 고려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밝히기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대통령과 재계 인사들의 방미로도 확인했듯 생명공학을 전략적 분야로 키우려는 분명한 의지를 봤다"며 "적절한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종류의 파트너십도 배제하지 않고 다양한 방안으로 협업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역할 기대, 기초과학 발전 필요…플래그십과 협업 가능성 시사

한국의 바이오 기술에 대해서도 그는 긍정적인 의견을 아끼지 않았다. '큰 기술력을 가진 플레이어(a big technology player)'라는 표현을 썼다. 특히 생명공학 기술에 있어 삼성그룹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단순 CMO(위탁생산)에서 신약개발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다만 생물학 등 과학적인 부분(science part)에 대한 노력은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바이오텍들이 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봤다. 이 때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과의 협업과 시너지 접점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적인 부분은 우리가 매우 강한 부분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 우리가 교류하고 있는 대기업 외에는 무언가를 논의한 건 없지만 조금씩 그들과의 교류를 늘리면서 서로 배우고 협업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페얀은 향후 유망기술로 '유전자 편집기술(gene writers)'을 꼽았다. 작년 한화임팩트가 투자한 테쎄라테라퓨틱스(Tessera Therapeutics)를 언급했다. 이 회사는 모든 유전자의 일부를 유전자에 삽입하거나 교정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보다도 훨씬 더 정교할 수 있다는 기대다.

이밖에 tRNA(전달 RNA)와 eRNA(무한 RNA)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설립한 바이오벤처인 라롱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 아페얀은 새로운 바이러스 연구에도 나서면서 '플랫폼' 기술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을 꼽으며 경구약으로 첫 승인받은 플랫폼 기술로 소개했다. 역시 그가 창업한 세레스테라퓨틱스 얘기다.

◇기획바이오·높은밸류 '부담', 따라하기 힘든 '사업모델' 강조

하지만 이 같은 혁신 기술과 성과 등에도 불구하고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의 투자전략에 의구심을 갖는 시각도 있다.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도 부담이지만 기술력에 대한 의문도 있다.

상당히 많은 회사가 창업되고 또 통합되는 과정을 거치며 데이터 및 파이프라인 등이 제대로 관리되는 지 의구심이 있다는 평가다. 소위 '기획바이오' 또는 '창업형바이오'라는 전에 없던 모델을 만들어 성공시켰지만 지속가능성이 있는지, 신뢰할 수 있는 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페얀은 바이오 헬스케어가 '경쟁자' 없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이 하고 있는 사업모델이 독창적이기 때문에 모방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사업모델인 만큼 일부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시장의 우려와는 다르게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이 주도하는 기술력은 꾸준하게 진화하고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앞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분야에 선제적으로 진출하며 '기술패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 대해선 가격은 시장이 책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밸류에이션은 미래가치의 본질에 대한 추정치인데, 미래에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과대평가처럼 보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과소평가로 보일거란 설명이다. 투자자들이 밸류에이션에 동의했다면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밸류에이션은 수년이 흐른 후에나 가늠할 수 있는 미래가치"라며 "시장이 매기는 것이기 때문에 높고 낮다는 걸 그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바이오 투자자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바이오 생명공학 분야에 투자한다는 건 '불확실성'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10여년 전 mRNA가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지, 마이크로바이옴이 주목받을 수 있는 지 등을 알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불확실성을 해석하거나 단정지으려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조언으로 해석된다.

바이오텍들이 '어떤 인물, 어떤 팀'을 구축하고 있는 지를 주의깊게 봐야한다고도 덧붙였다. 단순 연구개발(R&D)이 아닌 비즈니스식 접근에서 적응력이 뛰어나고 전문적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위험을 다양화 해 한 바구니에 계란을 담지 말라는 조언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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