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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잭팟’과 ‘한 우물’ 사이

성상우 기자공개 2024-06-10 10:00:05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5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력 인프라'는 최근 국내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섹터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 폭증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덕분이다. 전력 공급 필수 장비인 변압기 관련주로 꼽히는 HD현대일렉트릭, 일진전기,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의 주가는 최근 3~4개월 2~3배나 올랐다.

제룡전기는 코스닥사 중에서 유일하게 변압기 대표종목으로 거론되는 회사다. 주가는 최근 3개월간 3배 이상 올랐다. 실적도 받쳐준다. 2021년 400억원대였던 매출은 지난해 1800억원대로 뛰었고 한 자리수였던 영업이익률은 2년새 40%에 근접했다.

최근 만난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 전력 시장 업황이 좋았던 적이 그간 수 차례 있었지만 유틸리티주가 증시에서 이 정도로 주목받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십수년만에 찾아온 전력주 슈퍼싸이클에 얼떨떨해 하는 눈치였다.

겉으로만 보면 제룡전기는 ‘잭팟’을 맞은 모양이다. 현상 유지만 하던 평범한 기업이 운 좋게 초호황을 맞아 급작스럽게 덩치를 키우는 과정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는 따로 있다. 제룡전기의 급성장기인 2022년 전후는 미국 시장에서 데이터센터 증설 등으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와 현지 전력 장비 교체 싸이클이 맞물리면서 관련 인프라 구축 수요가 폭발하던 시기였다. 당시 공교롭게도 글로벌 팬데믹을 거치면서 현지 전력 장비 업체들 상당수가 도산한 상태여서 미국 전력 회사들이 급하게 한국 시장 문을 두드렸다.

제룡전기의 변압기는 국내 대기업 제품들과 함께 곧바로 미국 전력회사로 팔려나갔다. 주문 물량은 매분기 폭발적으로 늘었다. 현지 고객사들에게 대규모 물량을 납품하기까지 별도 과도기나 테스트 기간은 없었다. 그만큼 품질 측면에서 완성도가 갖춰졌었다는 얘기다. 제룡전기는 준비된 회사였던 셈이다.

‘잭팟’ 보단 ‘한 우물 파기’의 좋은 예로 보는 게 더 적절할 듯하다. 제룡전기 고위 임원은 “실제로 경영방침 자체가 ‘전문화’에 맞춰져있다”고 말했다. 전사 매출 중 변압기 매출 비중이 100%라는 점에서도 엿볼 수 있는 경영 기조다.

어떤 방식의 성장 전략을 펼칠 지는 결국 경영자 ‘애니멀 스피릿’의 영역이다. 공격적인 신사업 추진이나 이종사업 M&A 케이스가 많은 요즘의 경영 트렌드에 빗대면 ‘한 우물 파기’는 다소 구식으로 보일 수도 있다. 다만 개연성 없는 무리한 사업 벌리기나 기술 준비가 되지 않은 신사업보단 훨씬 권장할 만한 성장 방식이다. 구식 같아 보이지만 경영자들이 한번쯤 참고해 볼만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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