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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넘는 금호석유화학]3년간 확 바뀐 지배구조…'경영권 분쟁'서 우위로⑤전문경영인 체제,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등 개선안 선제 도입

정명섭 기자공개 2024-07-29 09:12:38

[편집자주]

석유화학업계는 2019년 중국 경쟁사의 설비 확장으로 다년간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제품 비중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의 화학사가 실적 저하를 경험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도 예외는 아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주요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쁘지 않을 뿐이다. 주력 제품인 합성고무 업황이 올해 들어 개선되기 시작해 숨통이 틔였다. 더벨은 2024년을 견디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5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석유화학은 2012년 채권은행 공동관리(자율협약) 졸업으로 경영 정상화의 길을 밟을 수 있었다. 지배구조가 크게 바뀌기 시작한 시기는 2021년 상반기부터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때다.

박 회장은 배임 혐의로 받은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2018년 12월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이를 확정하면서 취업제한에 걸렸다. 금호석유화학이 2019년 정기주주총회에서 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을 의결했으나 법무부가 취업을 불허했다. 당시 박 회장의 조카이자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주주였던 박철완 전 상무는 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에 기권 표를 내며 '조카의 난'을 일으켰다.

금호석유화학 입장에선 지배구조 개선 대책이 필요했다. 박 전 상무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이사회 내 사법적·행정적 리스크를 최대한 해소해야 했다. 금호석유화학이 2021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 앞서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 전환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사외이사 중심 이사회 운영 △이사회 내 주요 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 △ESG위원회 신설 등의 지배구조 개선책을 내놓은 이유다.


3년여가 지난 현재 이 모든 안은 반영됐다. 현재 금호석유화학의 대표이사는 전문경영인인 백종훈 사장이다. 박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사장,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고영도 전무 등과 사내이사진을 꾸렸다. 박 사장은 2022년 하반기에 이사회에 합류했다. 박 사장은 선임 당시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로부터 찬성 권고를 받았다.

사외이사는 전원 교체됐다. 현재 한동대 총장인 최도성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이다. 이사회 내 위원회는 기존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만 있었는데 ESG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가 신설됐다. ESG위원회를 제외하면 모든 위원회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ESG위원회는 3분의 2가 사외이사다.

금호석유화학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해왔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2021년부터 ESG등급 지배구조 평가에서 A등급(한국ESG기준원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금호석유화학이 지배구조를 선제적으로 쇄신한 덕에 박 전 상무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박 전 상무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사외이사 1인을 추천하는 주주제안에 나섰지만 주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금호석유화학 지분 9.27%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회사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한다"며 금호석유화학 손을 들어줬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이 주주제안을 의식해 내놓은 장기 보유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에 만족해야만 했다.

당시 금호석유화학은 차파트너스에 대해 "회사 주식의 장기 보유자가 아니며 이러한 투자 이력에 근거해 보건대 투자자로서나 행동주의 관점에서 주주제안의 목적이 기업의 장기적 이익 혹은 전체 주주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박 전 상무는 2022년 주총에서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놓고 회사와 표 대결을 벌였으나 패했다. 연이은 패전에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결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박 회장은 작년 초에 명예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그해 8월 15일에 특별사면돼 회장직으로 복귀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금호미쓰이화학 공동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금호석유화학에선 아직 미등기 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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