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7월 31일 0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종합상사는 신사업 진출에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산업군이다. 수십 년 넘도록 무역 트레이딩 중심의 사업으로 성장해 온 배경 탓에 미래 성장사업을 키울 기술력이 갖춰지지 않은 영향이다. 대부분의 상사는 무역을 통해 구축한 네트워크와 정보망을 활용한 영업 확장에만 머무는 한계의 벽에 부딪혔다.그런 종합상사에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특히 현대코퍼레이션은 올해 기술력을 가진 강소기업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해 경영에 직접 참여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신사업 육성에 직접 뛰어들기 위해서다. 성장전략을 짜는 데 있어 말 그대로 모험을 택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최근 임원회의를 통해 석유화학 제품의 리사이클링 등 다양한 신사업 전략을 검토했다. 방향성은 강소기업과 함께 JV를 설립해 상호 협력하는 방안을 택했다. 해당 사업은 사업개발본부 신사업 개발 태스크포스(TF) 세 곳에서 수익성과 성장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코퍼레이션의 JV 설립은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정몽혁 회장이 JV 설립 후 지분율 51% 확보를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JV 제안을 받은 대부분의 기업은 자사가 보유한 리사이클링 기술력을 강조하며 정 회장이 내놓은 지분율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JV에서 가장 많은 지분 구조는 51:49다. 겉보기엔 지분율 50:50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구조로 보일 수 있지만 모든 안건에 대해 만장일치가 아니면 진행할 수 없는 단점을 갖고 있다. 특히 사업 부진 또는 실패에 관한 책임소재도 불명확하다. 그래서 지분율의 차이가 가장 적으면서 업무 추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51:49의 구조나 '50%+1주'가 선호된다.
시간에 쫒기는 쪽은 현대코퍼레이션이다. 앞서 정 회장은 올해까지 사업성이 높은 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바이아웃 딜을 통한 JV 설립 등 기업 몸집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남은 시간은 5개월뿐이다. 이 시점에서 모든 계획이 백지화되면 정 회장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신사업 경영권을 놓치기 싫은 마음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급변하는 재계 환경에서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모든 것을 손아귀에 넣을 순 없다. 현재 JV 설립에 긍정적인 기업들이 나온 만큼 지분율 1% 줄다리기는 짧게, 잡음 없이 잘 매듭짓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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