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 장전' E&F PE, 환경 투자 전략 '다시 짠다' 한라엔컴 인수 등 ESG 투자 영역 확대 '드라이브'
김예린 기자공개 2024-08-14 07:13:20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3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F프라이빗에쿼티(이하 E&F PE)가 환경 분야 투자 2.0 전략을 수립했다. 기존 폐기물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레미콘·석산업체 한라엔컴 인수 등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ESG 투자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8000억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추진 중인 가운데, 환경 전문 하우스로서의 정체성을 보다 굳게 다지는 모양새다.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E&F PE는 한라엔컴 지분 100% 인수 거래 종결을 목전에 뒀다. 지난달 23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데 이은 행보다. 인수가격은 1000억원 중반대로, 보유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하고 인수금융을 일으켜 조달을 완료한 상태다. 한라엔컴은 레미콘과 각종 골재 등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다.
한라엔컴 인수로 환경산업과의 접점은 보다 늘었다. 레미콘과 석산업은 환경·안전·법률적 차원에서 제대로 된 설비와 작업 시스템을 갖춘 대형 업체들 위주로 살아남는 시장이 됐다. 환경 이슈가 산업의 수익성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한라엔컴 인수는 ESG 투자와 결이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한라엔컴이 개별 영세 사업자들이 주도하는 구도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ESG 관련 내부 정책과 설비 체계를 구축해냈다는 점에 특히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E&F PE는 현재 결성 중인 8000억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과거부터 쌓아온 석산과 폐기물 등 환경 분야 전문성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포트폴리오간 시너지와 투자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E&F PE는 국내 투자자들이 환경산업에 눈길을 돌리기 이전인 2015년부터 영흥산업환경을 시작으로 인선이엔티, 환경에너지솔루션, 코어엔텍, 코엔텍 등에 투자하며 환경 전문 하우스로 자리매김해왔다.
환경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환경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재편되는 점이 깔려 있다. 환경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환경산업이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높은 성장성을 보유한 유망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맞물려 영세업체들이 포진했던 환경산업 생태계가 대기업군 위주로 재구성되고 있다. 활발한 인수합병(M&A)과 재무적투자자(FI)들의 자금 유입을 거치며 소규모 업체들이 자금력 있는 기업들에 인수되면서다. E&F PE는 업계 재편을 예상하고 선제적 투자에 나서 높은 수익률과 트랙레코드를 축적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국내 환경산업은 폐기물 처리에 집중됐으나 향후에는 재활용을 포함한 자원순환, 폐기물 에너지화, 그린수소를 통한 수소경제로 범위가 확장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동시에 ESG 경영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 상승으로 전기차와 청정에너지, 암모니아 선박 등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우리나라의 신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E&F PE는 단기 기술과 트렌드에 집중하기보단 환경산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인공지능(AI)의 경우 핵심 기술 분야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지 않지만,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문제,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와 같은 AI 인프라 산업, 이에 따른 탄소 배출 등 이슈는 국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환경산업 투자 범위를 자원순환, 수소경제, 신에너지 등으로 확장하는 한편, AI 등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군과 환경산업간 접점을 찾아 자금을 투입한다는 복안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성장 사이클 시작점이던 2015년 반도체 세정업체 나노윈에 투자함으로써 성장 산업과 리사이클 등 환경 분야에서의 공통분모를 찾아낸 것이 좋은 선례다.
E&F PE는 현 시기를 1차적인 업계 재편이 마무리되면서 M&A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고 업황이 안정화되는 단계로 정의했다. 동시에 환경 분야 M&A 시장의 수익성 하락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고 보고 있다. 실제 폐기물 처리 위주의 전통적 환경산업 분야에서 최근 국내 일부 환경업체 매물이 흥행하지 못하면서 예전과 같은 높은 멀티플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환경산업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60%를 차지하는 E&F PE에 대해 일각에서 우려를 제기하는 이유다.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E&F PE는 조정국면을 예측하고 폐기물 에너지화가 가능한 대형 환경업체 2~3개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함으로써 실적 하락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매립과 같은 수직적 계열화와 스팀공급을 병행하는 다양한 수익구조를 만들어냄으로써 지난해 기준 41.1%의 높은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마진율을 달성하기도 했다.
추가적인 환경업계 재편에 준비하겠다는 방향성도 세웠다. 스마트 폐기물 플랫폼부터 다양한 재활용 업체들까지 자원순환에서 수소경제, 신에너지로 이어지는 환경산업의 확장 로드맵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새로운 투자 모멘텀을 찾겠다는 목표다. E&F PE의 현재 운용자산(AUM)은 누적 기준 1조7667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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