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키옥시아 엑시트·전략적 판단 기로 투입 자본 회수 초점시 업계 재편 '영향력 상실' 우려
김경태 기자공개 2024-08-27 07:54:01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6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 키옥시아(KIOXIA)가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방안을 재추진하면서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한 SK하이닉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현지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로 기업공개(IPO)가 이뤄지면 SK하이닉스의 투자금 회수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다만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에 투자했던 배경 등을 고려하면 쉽사리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의 투자자 지위에서 웨스턴디지털(WD)과의 합병을 저지하면서 낸드 업계 주도권 싸움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키옥시아의 IPO가 SK하이닉스에 오히려 고민의 시작이 될 수 있는 이유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방향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상장 시 평가손실 대폭 축소 기대되지만…장부상 개선 한계
일본 니혼게자이신문은 지난주 23일 키옥시아홀딩스가 토쿄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올 10월에 상장을 추진하며 시가총액은 1조5000억엔(한화 약 13조8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IPO 추진은 두번째다. 키옥시아는 옛 도시바 낸드메모리 사업부로 2018년 미국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그 후 2020년 10월 IPO를 추진했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시장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아 무산됐다.
첫번째 IPO 시도가 물거품이 된 뒤 키옥시아는 미국 WD 반도체 부문과의 합병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리려 했다. 하지만 주요 투자자인 SK하이닉스가 반대를 표명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다시 상장을 추진하게 됐다.
키옥시아가 현지에서 거론되는 가치로 상장할 경우 SK하이닉스로서 당장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영향은 손익계산서상의 손실 축소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약 4조원 가량을 키옥시아 인수에 투자했다. 당시 베인케피탈이 만든 펀드의 출자자(LP)로 들어가고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BCPE Pangea Intermediate Holdings Cayman, LP'에 2조6371억원, 'BCPE Pangea Cayman2 Limited'에 1조2789억원을 투입했다.
그 후 펀드 운용 수수료 등을 위해 2개 SPC에 각각 9000억원대 자금을 추가로 투입했다. 하지만 키옥시아가 부진하면서 관련 평가손실을 장부에 반영해왔다. 이는 당기순이익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올 상반기에도 2개 특수목적법인(SPC)의 장부가를 각각 1089억원, 824억원 감액했다. 장부가는 각각 1조9458억원, 1조4932억원이다.
키옥시아가 일본 증시에 입성하면 SK하이닉스로서는 평가이익을 볼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이 자체만으로 SK하이닉스의 실제 유동성 확보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가 해당 펀드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한 현금이 유입되지 않는 장부상 변화다.
◇투자금 회수 먼저?…업계 주도권 다툼 '이탈' 고려, '전략적 판단' 고심 커져
키옥시아가 IPO에 성공하고 SK하이닉스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리더라도 실익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에 투자한 주요 배경으로는 업계 지배력 확대가 있었다. 베인캐피탈과 SK하이닉스가 2018년 키옥시아를 인수하기 직전인 2017년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 인수를 추진했다.
당시 낸드 업계는 삼성전자가 확고한 1강이고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인텔이 10%대 엇비슷한 점유율을 나타냈다.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를 품으면 시장 점유율에서 1강인 삼성전자를 추격하게 되고 SK하이닉스는 크게 뒤처지게 될 우려가 컸다.
이런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키옥시아 투자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2020년 당시 한화 약 10조원을 투입한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역시 이런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의 주요 재무적투자자(FI)이자 전략적투자자(SI)로서 업계 재편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에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키옥시아가 상장한 뒤 투자금 회수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이런 효과를 잃어버리게 된다. 향후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이 재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로서는 주요 투자자 지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니혼게자이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은 올 4월 베인캐피탈이 키옥시아의 거래은행에 IPO를 재추진하겠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키옥시아는 올해 내로 상장을 목표로 추진하는 한편 웨스턴디지털 메모리 사업부와 합병도 계속 검토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키옥시아 투자금 회수 등에 관해 구체적인 방향성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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