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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러시' 사모 영구채, 주관사 유동화 '명과 암'ABSTB 발행, 단기 유동화물로 소화…신용보강 필수, 금리 리스크 노출

양정우 기자공개 2024-09-06 13:59:35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4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들어 사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의 발행이 부쩍 늘어나면서 증권사 IB 파트에서도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자금 사정이 악화된 대기업의 조달 니즈를 해소해주는 만큼 네트워크 강화가 기대되는 동시에 주관 업무를 통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 인수한 사모 영구채는 주로 구조화를 거쳐 유동화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해당 하우스 입장에서는 기초자산(영구채)과 유동화물의 금리 차이를 누리면서 인수수수료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신용보강에 따라 북(book)에서 사라지지 않는 데다 금리 변동성에 노출되는 리스크를 짊어져야 한다.

◇조달 니즈 커진 대기업, 영구채 릴레이…인수 나선 주관사, ABSTB 발행 '구조화'

IB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이 발행한 7000억원 규모의 사모 영구채는 절반 가량이 자산유동화 시장에서 소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주관사로 나선 증권사가 해당 채권을 인수한 후 유동화물로 구조화해 새로운 투자자에 매각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공모채를 주관하는 증권사는 인수 즉시 셀다운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이들 사모 영구채의 경우 이슈어측에서 주관사가 북을 통해 계속 보유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초자산은 그대로 소유하면서 유동화를 통해 자금 회수에 나서는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하는 방향으로 유동화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는 유동화시 인수 확약으로 신용도를 보강한 후 ABSTB를 찍고 있다. 하우스의 자체 신용등급으로 뒷받침한 ABSTB(3개월물)는 기초자산인 영구채의 콜옵션(중도상환권) 기한까지 계속 롤오버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마다 신용도에 차이가 있지만 단기채인 ABSTB 등급의 경우 대다수가 'A1'을 확보하는 게 가능하다. 사모 영구채가 기초자산인 ABSTB가 주관사의 신용 보강을 토대로 3% 중후반 대 금리로 발행되고 있는 이유다. 근래 들어 발행된 대기업 영구채는 연 6% 안팎의 금리가 책정돼왔다. 결과적으로 1.5~2% 수준의 금리 격차를 수익으로 챙길 수 있는 셈이다.

SK온(A+)의 사모 영구채는 연 6.424%가 매겨졌고 그보다 신용도가 한 단계 높은 한화솔루션(AA-)의 경우 연 5.95%로 확정됐다. 신세계건설(A-)은 이마트의 지원 사격 덕에 연 7% 대로 사모 영구채 발행을 마무리했다. 최근 발행에 나선 코오롱인더스트리(A0)는 발행 금리로 연 6% 안팎이 책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의 기본 구조. 출처:한국기업평가

◇사모 영구채, 주관사 북 활용 '필수'…2% 안팎 금리차, 쏠쏠한 차익 무게

다만 증권업계가 사모 영구채의 유동화를 통해 실익만 거두는 건 아니다. 일단 북을 가동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북의 활용이 쉽지 않았던 A 증권사의 경우 오랫동안 접촉해온 한화솔루션 딜에서 주관 자리를 아예 확보하지 못했다. 자체 북으로 담기를 원하는 발행사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일반 공모채의 경우 사실상 미매각 때만 주관사가 북에 대한 부담을 짊어진다. 하지만 사모 영구채는 유동화에 나서더라도 자체 신용보강이 필수이기에 콜옵션 기한 전까지는 북에서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 증권사마다 사업 파트별로 북이 한정돼있기에 향후 더 큰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여기에 ABSTB로 자산유동화를 단행하면 필연적으로 금리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콜옵션 기한까지 수년 동안 단기 유동화물을 수개월마다 계속 차환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롤오버 와중에 레고랜드 사태급 쇼크를 맞으면 금리 변동에 따른 손실은 모두 주관사가 짊어져야 한다. 영구채 금리는 중도상환권 행사 전까지 고정돼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모 영구채의 주관사를 맡아 2% 가량의 수익을 거두는 건 수익성 측면에서 쏠쏠하다"며 "다만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증권사는 기회비용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네트워크 강화 측면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증권사마다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리고자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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