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삼성물산-㈜SK '같은' 신용도, 기관 투심은 갈렸다삼성 초강세 발행…우량 펀더멘탈 매력 부각, 치열한 '캡티브 영업' 영향도 작용
손현지 기자공개 2024-09-06 15:52:09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6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AA+, 안정적)이 발행한 회사채가 초강세를 보였다. 만기별로 55개가 넘는 기관들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IB들 사이에선 비슷한 시기 발행에 나섰던 ㈜SK(AA+, 안정적)가 비교대상에 오르 내리고 있다. 신용등급 레벨은 같은데 입찰 금리 측면에서는 기관들의 온도차가 컸기 때문이다.IB들은 삼성물산의 우량한 펀더멘탈이 기관 투심을 자극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K그룹도 국내 주요 그룹으로서 발행시장에서 매력적인 투자처이긴 하나, 최근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전사적 리밸런싱에 나선 만큼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화학 부문은 적자인 데다가 오너 리스크 등도 부각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캡티브 영업의 여파라는 평가도 있다. 삼성물산의 주관경쟁이 치열했는데 그 과정에서 약속된 캡티브영업이 금리 수준을 끌어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2·3년물 단기물 조달인데도…삼성물산 초강세 발행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삼성물산은 최대 5000억원 발행을 위한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이날 3000억원 모집에서 2조2300억원에 달하는 주문을 받았다. 2년물 1500억원 모집에 9300억원, 3년물 1500억원에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몰렸다.
특히 입찰 금리수준이 밴드 하단에 몰려 주목된다. 2년물은 민평금리 기준 -7bp, 3년물은 -6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입찰 참여한 기관들만 50곳이 넘는다"며 "압도적인 경쟁률을 바탕으로 증액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AA+ 회사채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지난달 프라이싱을 진행했던 SK의 경우 넉넉한 기관 자금을 모으는데는 성공했다. 2년물(2200억원), 3년물(4800억원), 5년물(3100억), 7년물(1600억원 모집액을 크게 웃도는 자금이 유입되며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약세' 발행에 그쳤다. 수요예측에선 2년물과 3년물 모집 기준 스프레드는 모두 파(par) 수준으로 형성됐다. 모두 민평금리 수준이란 뜻이다. 최종 증액 후에는 3년물의 경우 동일 민평보다 9bp 높은 수준으로 '오버 금리'가 형성됐다.
IB업계 관계자는 "SK도 인기 발행사인 만큼 만기별로 20곳이 넘는 기관들이 주문을 넣었다"며 "하지만 증액후에도 강세 발행에 성공한 삼성물산과 비교하면 투심이 약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펀더멘탈 차이…치열한 캡티브 영업 여파도"
최근 크레디트물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AA이상 회사채 단기물을 중심으로 금리 메리트가 떨어지면서 기관 투심도 약해진 모습이다. 3년물과 5년물의 금리차도 10bp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유독 삼성물산 회사채에만 기관들의 자금이 몰린 배경은 무엇일까. IB업계에선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선 탄탄한 재무구조를 지닌 삼성물산의 펀더멘탈 매력이 기관들의 강한 투심을 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의 경우 상반기 순차입금은 1362억원으로 순현금 상태다. 차입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 삼성그룹의 영향을 받았다.
반면 SK그룹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사적 리밸런싱에 나선 상황이다. 물론 계열사별로 채권시장에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도 적지 않지만, SK그룹 전체적 시각으로 봤을 땐 유동성 우려가 커졌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유동성 리스크와 더불어 최근에는 오너 리스크도 겹쳐 투자 관점에선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민평금리의 수준이 워낙에 상이한 부분도 있다. 두 발행사는 업종 등이 상이한 데다가 채권시장 빈도수도 다르기에 민평금리도 동일선상에 있진 않다. SK가 삼성물산 보다는 민평금리가 낮게 형성돼 있다.
주관 업무를 맡은 주관사들의 캡티브 영업력의 차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다른 IB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경우 2년만에 오랜만에 회사채 시장을 찾은 만큼 주관 경쟁이 치열했다"며 "이 과정에서 약속한 캡티브 물량 등이 적지 않았고, 시장의 분위기에 비해 기관들이 강하게 주문을 넣으며 금리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SK는 자주 채권시장을 찾는 만큼 주관경쟁에서 캡티브 영업 등이 덜 이뤄진 측면이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번 삼성물산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이며, 인수단은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신한투자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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