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업비트 vs 빗썸]라이벌의 등장, 가상자산 투자 대중화에 일조①치열한 경쟁, 수수료 인하·기능 개선 등 긍정효과 견인
노윤주 기자공개 2024-09-13 08:53:23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0일 10:1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초 국내외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가상자산 투자 열풍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국내 업계를 선두에서 끌고 있는 업비트(두나무)와 빗썸 두 기업의 경쟁은 아직도 치열하다. 다시올 상승장에 대비해 시장 점유율을 공고히 해둔다는 방침이다.지난해까지 업비트 점유율이 90%에 육박하며 완전한 승기를 잡은 줄 알았지만 빗썸이 거래 수수료 무료 등 파격 정책을 이어가면서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렸다. 이제 업비트도 빗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양사는 출금 수수료, 원화 예치금 이용료율 등 다각도에서 치열한 수싸움을 펼치고 있다.
◇업비트 등장, 시장 메기효과 톡톡
업계 선배는 빗썸이다. 2013년 12월 '엑스코인'이라는 이름으로 가상자산거래소 서비스를 오픈했다. 지금의 사명이자 서비스명인 빗썸은 2015년 탄생했다. 소소하게 입소문을 타던 빗썸은 비트코인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덩달아 이름을 알렸다.
빗썸은 2016년 43억원대였던 매출을 이듬해인 2017년 3334억원까지 급격히 불렸다.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2017년 하반기부터 불었던 덕분이다. 그 해 하반기 들어 연말까지 반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엄청난 투자 수요가 몰렸다.
이 당시 빗썸과 견줄 라이벌이 없는 듯 보였다. 국내 최초 거래소인 코빗의 존재감은 흐려져갔고 그나마 코인원 정도가 경쟁사로 언급됐다. 당시 코인원은 드라마 도깨비로 인기가 절정이었던 연예인인 이동욱을 모델로 기용했다. 오프라인 고객센터를 서울 여의도에 개소하고 비트코인 ATM 등 체험성 이벤트를 준비하는 등 브랜드를 알리는 노력을 했지만 시장 선점효과가 있었던 빗썸이 여전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빗썸의 진짜 라이벌은 2017년 말 등장한다. 두나무가 야심차게 내놓은 업비트였다. 업비트의 등장은 혜성 같았다. 그전까지 대부분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PC로 투자해야 했다. 거래소들은 모바일 투자 수요를 예측하지 못했었다.
이때도 상승장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스타트업 수준이던 거래소들이 이를 빠르게 대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업비트는 처음부터 모바일 버전을 염두에 뒀다. 이에 '모바일 네이티브 앱'을 선보였다. 앱 구동 속도, 거래 체결 속도 모두 빨랐다.
카카오 로그인 서비스가 한몫했다. 최근에는 소셜 로그인이 흔한 수단이지만 당시만 해도 카카오톡 아이디를 통해 원클릭 로그인이 가능한 서비스가 많지 않았다. 두나무는 카카오 투자를 받고 증권플러스를 '포 카카오(for kakao)'로 운영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카카오톡 유저 유입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초반 해외 거래소 비트렉스와의 제휴도 업비트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국내 거래소들이 약 20종 가량의 코인을 지원하고 있던 반면 업비트는 비트렉스와의 오더북 공유로 100종에 가까운 알트코인을 상장했다.
이에 업비트는 서비스 개시 2개월만에 120만명의 회원수, 일평균 이용자 100만명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국내 점유율 1위는 물론 글로벌 점유율 1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2017년 두나무 매출은 2114억원이다. 업비트 서비스는 같은해 10월에 시작했다. 두 달의 성과만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전무후무하게 성장했다. 증권플러스만 운영 중이던 2016년 두나무의 매출액은 15억원에 불과했다.
업비트의 빠른 성장은 빗썸에게도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빗썸은 고객센터, 자금세탁방지(AML) 등을 대대적으로 손봤다. 증권사 HTS, MTS와 유사한 형태로 더 빠른 거래 체결을 지원하는 '빗썸프로(pro)'를 오픈하고 상장 종목수도 늘려나갔다.
◇제휴 은행에 울고 웃은 업비트·빗썸…다시 불붙은 경쟁
양사의 점유율 경쟁은 제휴 은행에 따라 승부가 갈렸다. 2018년 초 가상자산 투자 열기가 과열되면서 금융당국은 '실명인증 계좌'라는 조치를 취한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4개 거래소에 은행 한 곳과 계약한 후 실명계좌를 발급한 고객에게만 원화 거래를 지원하도록 명령했다. 4대 거래소라는 용어가 생긴 것도 이때부터다.
업비트는 IBK기업은행, 빗썸은 NH농협은행과 계약했다. 그러면서 다시 점유율이 뒤집혔다. 은행들은 거래소 고객에게 계좌를 내주는 것을 꺼렸다. 심지어 기업은행은 신규 고객에게는 실명확인 계좌를 내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업비트는 2020년 6월 케이뱅크로 제휴사를 바꾸기 전까지 약 2년 넘게 신규 원화고객을 받지 못했다.
농협은행도 일부 지점에서 가상자산 거래 목적의 계좌 개설을 반려하는 사건이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막아두지는 않았다. 이에 신규 고객들이 빗썸을 선택하면서 업비트의 점유율은 2위 수준에 머물렀다. 당시 양사의 점유율은 빗썸 50%, 업비트 45%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가 비대면 계좌 개설이 쉬운 케이뱅크와 손을 잡자 다시 한번 지각 변동이 발생했다. 시기도 업비트를 도왔다. 2020년부터 두 번째 가상자산 상승 사이클이 도래했다. 투자수요와 제휴은행 변경이 맞물리면서 업비트의 점유율은 80%를 넘겼다. 한동안 다른 경쟁사들이 깨지 못하는 콘크리트 점유율이었다.
점유율이 10% 미만으로 하락하던 빗썸은 더는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무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여기에 거래하면 캐시백을 해주는 '포인트' 제도까지 만들면서 고객을 다시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가 끝나면 효과도 끝이라던 시장 의심과 달리 빗썸은 30%대 점유율을 무난히 유지하고 있다. 고객 재방문율에 모든 직원이 달려들었던 덕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두 기업의 경쟁을 반기는 목소리가 나온다. 적당한 시장 경쟁은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경쟁을 통해 업계 최저 수수료가 경신됐고 오랜 기간 손보지 않던 비싼 가상자산 출금 수수료도 조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양사가 이용료율을 경쟁적으로 올리는 것을 보며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봤다"며 "동적인 업계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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