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 스토리]한컴라이프케어, 새 먹거리 '화재진압' 주력②'전기차 포비아' 속 진압 솔루션 수요 급증
용인(경기)=이종현 기자공개 2024-09-13 14: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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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3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천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문의량이나 발주가 10~20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상황에서 물이 들어오는 국면인데요. 공기호흡기에 이은 제2의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지난 9일 경기도 용인시 한컴라이프케어 본사에서 만난 박여은 경영지원본부장의 말이다. 연이어 발생하는 전기차 화재 사고의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시작한 화재 진압 사업 성장에 탄력이 붙었다는 설명이다. 본격적인 매출 발생까지의 텀도 짧아졌다.
한컴라이프케어는 소방·국방·산업 등 분야에서 사용되는 여러 안전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한컴라이프케어의 공기호흡기는 국내 점유율 1위 제품으로, 소방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만큼 소방안전 전문가와의 소통도 잦은데, 지난해부터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전용 장비가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박 본부장은 "소방 현장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전기차 화재 진압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 왔다"고 말했다. 일반 소화기로는 진화가 어려워 질식소화포, 수화수조 등 전용 장비를 이용하는 것이 권고됐지만 관련 제품이 적어 진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기차 화재 진압이 어려운 것은 동력원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수성에 있다.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는 수십, 수백개 이상의 배터리를 묶은 팩 제품이다. 내부 배터리 중 하나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곧 다른 배터리로 번지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화재 원인이 차량 내부, 그것도 밀폐된 팩 내부에 있기 때문에 소화기나 물대포로도 진압이 어렵다.
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질식소화포와 침수조 등이다. 질식소화포의 경우 차량을 덮어 산소 유입을 차단해 확산을 막는 역할을 한다. 다만 어디까지나 확산을 억제하는 보조 수단일 뿐 질식소화포만으로 화재 진압을 하는 것은 어렵다. 이때 활용되는 것이 차량 주변에 격벽을 세워 물이 고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차량을 물에 침수되도록 하는 침수조다.
침수조라는 개념의 제품을 한컴라이프케어가 최초로 선보인 것은 아니다. 한컴라이프케어가 제품을 개발하기 전부터 일부 사용돼 온 제품도 있다. 그럼에도 한컴라이프케어가 전기차 화재 진압 사업을 강화하는 데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있다.
소방 현장에서 사용되던 초창기 침수조로는 레고블럭마냥 여러 제품을 설치하는 장비가 많았다. 이 장비는 설치에만 5~10분이 걸리는 데다 손도 많이 간다. 화재 지근거리에서 그런 작업을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이에 한컴라이프케어는 1~2명이 1분 내 설치할 수 있는 이동식 침수조를 선보였다.
한컴라이프케어의 이동식 침수조는 소방차에 설치해 운반할 수 있는 'M119'와 지하주차장 등에 비치해서 사용하는 'M10', 질식소화포와 침수조를 일체화한 'M20', 무인으로 화재를 진압하도록 설계된 'A10S' 등으로 세분화된다.
박 본부장은 "제품별로 타깃층이 다르다. 시설물 안전이 중요한 아파트나 백화점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요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개념증명(PoC)을 진행 중"이라며 "조금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실용성이 있는 안전한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층을 주로 노리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아직 소방안전에 대한 인증 제도가 갖춰지지 않았다. 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질식소화포나 침수조도 많이 유통되고 있는데, 화재 대응력을 위해 적절한 품질의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인증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전기차 화재로 관심이 집중됐지만 화재의 원인은 배터리인 만큼 에너지저장장치(ESS)도 화재 위험에 놓였다. 한컴라이프케어는 ESS의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한 주문 제작 솔루션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바닥에 설치해 상부로 물을 쏘아 올리는 방식의 제품과 바닥면이 고르지 못한 곳에서도 사용 가능한 이동식 침수조 등 신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전기차 화재 예방·진압을 위한 정부 예산이 크게 늘었다. 아직은 스마트제어 충전기 다량 보급 등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지만, 신규로 질식소화포와 이동식 침수조 도입도 계획된 만큼 당사가 수혜를 누릴 수도 있을 듯하다"며 "초기 시장인 만큼 현장의 피드백을 받고 보다 효과적인 제품을 만드는 데 힘 쏟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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