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중간배당 실험]20년만에 실시, '밸류업 지수' 당근책될까①참여율 저조…증권사 등 주주 독려위한 막판 행보 평가
손현지 기자공개 2024-10-07 08:14:17
[편집자주]
한국거래소 이사회가 2005년 1월 설립이래 20년 만에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실시한다. 중간배당은 선진화된 주주친화정책으로 여겨지지만, 국내에선 아직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일부만 실시하고 있다. 거래소가 모범을 보이며 상장사들에게 밸류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려는 목적이 크다. 하지만 거래소가 배당을 확대하기 위해선 수익원 확보 등의 과제도 남아있다. 거래소의 배당 전략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과 거래소의 향후 계획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4일 14: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 이사회가 최근 중간배당 카드를 꺼내들어 주목을 받고 있다. 중간배당은 주주친화정책 중에서도 선진화된 방안으로 꼽힌다. 중간, 분기 결산이 정확하게 이뤄져 회사의 경영 투명성을 높일뿐 아니라 경영자가 사적편익 추구를 위해 과도한 내부현금 유보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지닌다.다만 지난 2005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실시하는 만큼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단순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라기 보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독려하기 위한 목적이 더 깊게 깔려있다. 밸류업 프로그램 총대를 멘 입장에서 낮은 참여율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가운데 막판 영업 행보로도 여겨진다.
◇"주주에 밸류업 모범보이자"…이사회의 과감한 결단
거래소는 매년 결산배당 만큼은 꾸준히 실시해왔다. 최근 5년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 497억원 수준에서 작년에는 1082억원까지 확대했다. 배당 액수만 118% 급증했을 정도로 꾸준히 그 액수를 늘려온 것이다. 다만 중간배당을 실시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거래소 이사회는 지난 10일 주당 3000원(총 577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물론 577억원이란 규모가 많은 액수는 아니다. 올해 결산 배당액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배당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거래소 이사회는 '상징성'에 주목했다. 중간배당 자체가 선진화된 주주친화정책으로 여겨지는 만큼 거래소가 앞장서 모범을 보이겠다는 취지다. 중간배당은 회계연도 중 특정시기에 배당금을 나눠주는 제도로 장기투자를 촉진해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배당 규모를 꾸준히 늘려나갈 예정"이라며 "중간배당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실시할 것인데 분기배당, 무상증자, 자사주 소각 등 여러 방안 등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권유하기 보다는 솔선수범해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는 전략이다. 거래소는 정부의 자본시장 핵심 정책의제 중 하나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무 주관기관이다. 금융당국과 손발을 맞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직접 주문한 내용이기도 하다. 올초 거래소에서 열린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 민생 토론회에 윤석 대통령은 "대한민국 증시가 저평가 돼 있다"며 "임기 중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 글로벌 증시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거래소는 이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 기업 밸류업 정책 등 금융과 자본시장 정책의 중심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정은보 이사장은 올초 취임 이후 연일 상장사들을 만나면서 국내외 현장을 직접 찾아 밸류업 공시 참여를 독려해왔다.
◇밸류업지수 막판 영업 총력…중간배당 카드 꺼내들었다
이번 한국거래소의 중간배당은 막판 '밸류업 영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동안 대대적으로 홍보한 '코리업 밸류업 지수' 참여율이 저조하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거래소가 올초부터 공언한 밸류업 프로그램 일환이다. 지수에는 밸류업 예고·공시나 우수한 실적, 주주 환원 정책 등을 고려해 상장사 100~150여 곳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는 그간 밸류업 공시에 참여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어필해왔다. 지난달에도 삼성전자, SK, LG, POSCO홀딩스 등 10대 그룹 상장사 재무 담당자들을 불러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발표시기가 이달 말로 임박했지만, 공시 회사는 이달 초 12곳에 그쳤다.
공시 담당자들 입장에선 유인이 크지 않은 상태다. 한 상장사 IR담당자는 "강제성이 없을 뿐더러 단기적 성과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크다"며 "내부적으로도 CEO, CFO 등 경영진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거래소는 지수 발표 직전 상장사들에게 중간배당으로 당근책을 부여한 셈이다. 밸류업 프로그램 주관 주체로서 주주환원의 모범을 보일 뿐 아니라 주주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로 거래소 주요 주주인 증권사들은 3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각각 받게 된다. 거래소는 증권사, 금융 유관기관 32곳을 비롯한 자사주, 우리사주 등을 주주로 거느리고 있다. 이 중 증권사들은 거래소 주식 2000만주 중 약 83.2%를 보유하고 있다.
거래소 지분 6.42%를 보유한 KB증권은 이번 배당으로 38억5200만원을 수령하고, 메리츠증권(5.83%) 34억9800만원, NH투자증권 32억7000만원, 한화투자증권 30억원 순으로 배당금이 많다. 금융투자협회(2.05%)와 한국증권금융(4.12%)도 각각 12억3000만원, 24억7200만원의 배당을 받는다.
거래소는 이달말 밸류업 계획 공시 설명회를 열어 막판 독려에 나설 계획이다. 공시담당자 교육은 대부분 상장사 유관 단체인 한국상장회사협의회를 통해 공지되는데, 이례적으로 거래소가 직접 안내에 나선 것이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그간 상장사들 사이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실무진들을 대상으로 신한지주와 콜마홀딩스 사례를 들어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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