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 대표 지배력 '탄탄', 중장기 변수 '실적' ⑤재무구조 개선 선결조건, VCA 내 입지 강화 관건
김도현 기자공개 2024-09-24 08:59:33
[편집자주]
지난해 11월 상장한 에이직랜드. 반도체 불황기였지만 TSMC 협력사라는 기대 속에 코스닥 시장에 진출했다. 기대와 달리 올 상반기 고객 일정이 밀리는 등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다만 AI 반도체 고객 확보, SSD 컨트롤러 계약 등 올 하반기 반전 드라마를 쓰기 직전이다. 대만 법인을 세워 TSMC와의 접점을 늘리고 미국, 중국 등 공략의 교두보도 마련했다. 상장 1주년을 앞둔 에이직랜드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3일 0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직랜드는 기업공개(IPO) 이후에도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창업자인 이종민 대표를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대부분 지분을 유지해온 덕분이다. 신사업 발굴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당분간 이같은 구도에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미지수다. 반도체 설계 또는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특성상 공장 가동 등에 필요한 고정비가 크진 않지만 매년 인건비, 연구개발(R&D)비 증가가 불가피하다. 공정 미세화로 투입 금액은 더욱 가파르게 불어날 수 있다.
원활한 자금 조달이 필수적인데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동성 측면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외부의 힘을 빌려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과정을 거칠 경우 지분이 희석돼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적 유지가 지배구조 안정화 면에서도 그만큼 중요하다.
◇상장 전후 59.43%→43.49% 지분 변화, 아직 안정적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이 대표는 작년 말 기준으로 에이직랜드 지분 24.10%를 보유하고 있다.
개발 총괄 장성식 부사장(9.08%), 경영기획본부 총괄 이석주 부사장(4.10%) 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까지 더한 지분은 43.49%에 이른다. 경영권 행사에 무리 없는 수준이다. 소액주주(38.50%)보다도 큰 비중이다.
지난해 11월 코스닥 상장을 앞둔 시점과 비교하면 줄어들긴 했다. 당시 이 대표 지분은 32.54%,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은 59.43%였다. 에이직랜드는 상장 과정에서 263만6330주를 공모했는데 구주매출 없이 전량 신주를 모집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 등 지분은 59.43%에서 43.49%로 낮아지게 됐다.
현재 이 대표와 장 부사장에 이은 3대 주주는 유티씨반도체성장펀드(7.29%)다. 국내 벤처캐피탈 UTC인베스트먼트가 운용 중이다.
UTC인베스트먼트는 2019년부터 에이직랜드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에 나섰다. 에이직랜드의 인지도가 낮았던 시기였으나 국내 유일 TSMC의 디자인하우스 파트너라는 점을 높게 샀다는 후문이다.
이후 후속 투자를 단행하면서 UTC인베스트먼트의 지분은 13.06%까지 늘었다. 코스닥에 입성한 뒤 에이직랜드 주가가 상승하자 UTC인베스트먼트는 투자금회수(엑시트)에 나섰다. 연이은 매도로 UTC인베스트먼트 지분은 7.29%까지 축소했다.
추가적인 엑시트도 예상됐으나 3월 주가가 최고점(8만4500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매도하지 않고 있는 흐름이다. 2만원대까지 떨어진 만큼 에이직랜드와의 연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 체제가 당장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한 올 상반기 적자를 기록하면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반토막났지만 급전이 필요한 상황까지는 아니다.
관건은 하반기 실적이다. 흑자 전환을 이뤄내지 못하면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돼 인건비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이어주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인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단번에 비용을 줄이기 힘든 구조다. 어느 정도 매출이 보전돼야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통상 기업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 은행권 등 차입, 투자 유치 등 카드를 빼 든다. 에이직랜드 역시 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 피할 수 없는 선택지다. 규모가 크지 않다면 상관없겠으나 비중을 키울수록 이 대표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첨단 공정 기반 반도체 프로젝트에는 수백~수천억원이 소요되기도 한다. 그만큼 많은 인원과 지적재산(IP)이 투입되는데 디자인하우스는 이를 위한 엔지니어와 자금을 갖추고 있어야 수주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직랜드가 주력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는 첨단 공정이 핵심이다. 적잖은 총알을 유지하기 위한 실적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에이직랜드 중장기 과제 'TSMC 신뢰 얻어라'
결국 호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TSMC와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에이직랜드는 TSMC 디자인하우스 조직인 '가치사슬협력자(VCA)' 소속이다. 글로벌유니치(GUC), 알칩, 알파웨이브세미, 차이나IC디자인, 토판 등도 포함된다. 2019년 합류한 에이직랜드는 VCA 막내다.
TSMC와 교류가 가장 적은 만큼 맡고 있는 프로젝트의 양과 질에서 경쟁사 대비 뒤처진다. 더욱이 TSMC 주요 고객은 한국보다는 미국과 중화권에 몰려있다. 에이직랜드의 잠재적 기회마저 부족한 셈이다.
디자인하우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파운드리 쪽에서 압도적인 기업이긴 하나 에이직랜드가 TSMC 공급망 내에서 아직 후순위이기 때문에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면서 "다양한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TSMC의 신뢰를 얻으면서 매출처 다각화를 이뤄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SMC와 접점을 늘리기 위해 최근 에이직랜드는 대만 법인을 설립했다. 근거리에서 협력하면서 신규 프로젝트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다. 단기간에 VCA 지위를 얻은 저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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