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최씨 일가의 우호지분 전략 변화 ’동맹→투자자 유치’MBK 참전 이전 최씨 일가가 한투 등 FI 동원 노력
고설봉 기자공개 2024-09-26 17:06:23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5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최씨와 장씨 일가간 재무적투자자(FI) 유치 경쟁이 뜨겁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호지분 확보 경쟁에선 최대주주와 계열사 등 특수관계자 중심으로 지분율을 높이려던 움직임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FI를 동원해 확실하게 상대를 누르려는 대결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최근 FI를 동원해 ‘쩐의 전쟁’을 펼치는 곳은 영풍을 기반으로 한 장씨 일가다. 사모펀드(PE)인 MBK파트너스를 동원해 최소 2조원 이상 자금을 투입해 공개매수를 진행해 과반 지분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과 정치권 등에선 외부의 FI를 끌어들인 장씨 일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FI 유치 시도는 고려아연 측 최씨 일가가 먼저 추진했다는 정황이 나온다.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씨 일가가 한국투자증권 등에 우호 지분 매집을 통해 백기사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측간 경영권 분쟁에 외부 세력이 집중적으로 들어온 계기란 평가다.
◇경영권 분쟁 첫 시작은 특수관계자 지분 모으기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2022년 11월이다. 경영전략과 현금배당 등에서 의견 대립을 보여온 양측의 갈등은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졌다. 최씨와 장씨 일가 갈등은 2020년을 전후로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분열을 시작했다.
2022년 들어서면서 양측은 본격적으로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섰다. 이미 개인 및 특수관계자, 계열사 등을 통해 지분을 많이 확보하고 있던 장씨 일가에 대항해 최씨 일가가 우호 지분을 결집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외부로 알려졌다.
먼저 고려아연 지분 확보 경쟁을 펼친 것은 장씨 일가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일가는 자신들이 지배하는 코리아써키트와 테라닉스, 에이치씨 등 계열사를 동원해 고려아연 지분 0.58%를 매입했다. 지분율이 더 많았던 상황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지분 매입을 시작한 것이다.
이에 맞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도 지분을 늘렸다. 경영권을 쥐고 있던 최씨 일가의 선택은 이사회를 통한 자사주 활용이었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3자에 매각하면서 의결권을 부활시킨 덕분이다. 고려아연과 핵심 사업을 협력하고 있는 파트너사와 글로벌 투자사, 최씨 일가와 교류가 있는 재벌집단 등과 자사주 교환으로 혈맹을 맺으며 백기사를 유치했다.
고려아연은 2022년 11월 23일 장 마감 후 119만5760만주 규모 자사주를 처분했다. 고려아연은 LG화학과 ㈜한화 등과 자사주를 교환했다. 또 트라피구라(Trafigura Group)가 소유한 Urion Holdings Limited(이하 UHL)를 비롯해 투자사인 모건스탠리와 한국투자증권과도 자사주를 교환했다.
자사주 처분을 통해 최씨 일가가 확보한 우호 지분은 6.3%였다. 이어 최씨 일가는 지난해 2월 계열사인 유미개발(0.51%)과 해주 최씨 종중(0.17%)까지 동원해 지분 확대에 나섰다. 그 결과 2022년 8월 10%포인트 이상이던 장씨 일가(32.23%)와 최씨 일가(28.82%)의 지분율 격차는 3.4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FI 동원, 싸움의 방식 변경은 최씨 일가가 시작
일가와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을 동원한 우호 지분 확보와 거래 관계에 있는 다양한 기업집단을 통한 우호지분 확보 경쟁이 임계점을 맞은 것은 지난해 초다. 이후 지분을 매입할 수단이 바닥이 나면서 전환기가 만들어졌다.
당시까지만 해도 지분율에서 뒤처져 있던 최씨 일가의 선택은 외부에서 백기사를 찾는 방법이었다. 특히 본인 및 친인척과 계열회사 등 직접 지분을 보유한 장씨 일가에 비해 여러 백기사들의 도움으로 지분을 늘린 장씨 일가간 경쟁에서 응집력이 더 강한 곳은 장씨 일가였다.
이에 따라 최씨 일가는 FI를 통한 백기사 확보에 나섰다. 일정 수수료와 성공 보수 등 금융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우군 확보에 열을 올린 이유로 풀이된다. 자사주 교환 등 이전 방식과 다르게 외부의 FI를 백기사로 유치해 중장기적으로 지배구조 안정화를 꾀하려는 시도였다.
최 회장은 지난해 정기 주총 이전 대규모 외부 투자자 유치를 추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최 회장이 도움을 요청했던 인사는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회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직접 김 회장에 백기사를 요청했고 한국투자증권 내부에서 딜 구조를 만들어 딜을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최 회장의 전략은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내부 사정으로 최 회장의 백기사로 나서지 못했다. 딜 구조와 수익성, 미래 엑시트 방안 등이 명확하지 않아 절차적으로 내부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간 동맹은 이러한 최 회장 일가의 FI 백기사 유치 전략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분쟁의 상대방이 취했던 전략을 더 고도화해 압도적인 지분 격차를 만들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특수관계자 중심의 그룹사 내부에서의 지분 확보 경쟁이 자본시장으로 확전된 것은 고려아연 최 회장 측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외부의 FI 등 유치에 대해 비판이 나오는 것은 현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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