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메모리 레이스]12단 HBM3E 개화, '하이닉스·엔비디아 천하' 이어진다차세대 가속기 '블랙웰' 양산 임박, AI 반도체 우려 불식
김도현 기자공개 2024-09-30 13:18:25
[편집자주]
메모리 시장에 차디찬 겨울이 지나고 따사로운 봄이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HBM을 필두로 DDR5, eSSD 등 기존 제품까지 살아나면서다.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례 없는 불황을 겪으면서 더욱 단단해진 모양새다. 다만 이전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내준 삼성전자의 압도적 선두 지위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올해 자존심 상한 삼성전자와 자신감 붙은 SK하이닉스 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두 회사의 '메모리 레이스'를 추적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6일 14: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다시 한발 앞서나가게 됐다. 인공지능(AI) 산업을 둘러싼 우려에도 기존 로드맵대로 끌고 가는 흐름이다. 연이어 차세대 제품을 선제 양산하면서 엔비디아 최대 협력사 지위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 추격에 분주한 상태다. 다만 삼성전자의 경우 예상보다 품질 검증(퀄테스트) 일정이 늦어지는 등 HBM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이크론은 빠르게 대응 중이나 생산능력(캐파)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부족한 편이다. SK하이닉스가 미소 짓는 배경이다.
◇공고해지는 HBM 리더십, '16단도 개발 중'
SK하이닉스는 26일 36기가바이트(GB)의 12단 5세대 HBM(HBM3E)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개발했다고 밝혔으나 본격적인 생산은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다. 올 3월 8단 HBM3E를 처음 납품한 데 이어 기술력을 재차 증명하게 됐다.
SK하이닉스는 해당 제품을 연내 고객에 공급할 예정이다. 엔비디아가 4분기 양산할 최신 AI 가속기 '블랙웰'과 짝을 이룰 것으로 관측된다.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가 일부 증권가의 부정적 전망을 정면돌파하는 분위기다.
이번 12단 HBM3E이 AI에 필수적인 속도, 용량, 안정성 등 모든 부문에서 업계 최고 수준을 충족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동작 속도는 현존 메모리 최고인 9.6기가비피에스(Gbps)다.
또한 8단 HBM3E와 동일한 두께로 3GB D램 칩 12개를 적층해 용량을 50% 늘린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D램 단품을 기존보다 40% 얇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김주선 SK하이닉스 AI 인프라 담당(사장)은 "다시 한번 기술 한계를 돌파하면서 독보적인 AI 메모리 리더로서의 면모를 입증했다"면서 "앞으로도 AI 시대의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제품을 착실히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이달 말 12단 HBM3E 양산을 예고한 바 있다. 계획대로 목표를 이뤄낸 셈이다. 박문필 SK하이닉스 HBM 프로덕트 엔지니어링(PE) 담당(부사장)에 따르면 단 한 번의 문제도 없이 고객 테스트를 통과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16단 HBM3E도 준비 중이다. 개발 작업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올 2월 '반도체 올림픽'으로 불리는 ISSCC 학회에서 16단 HBM3E에 대해 소개했었다.
그동안 HBME3는 12단 최고층으로 여겨졌으나 SK하이닉스는 16단으로 또 하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내년 6세대 HBM(HBM4)이 등장하기 전까지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TSMC와 협업 중인 HBM4 설계를 끝낸 뒤 내년 초부터 양산화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경쟁사보다 지속적으로 한걸음 이상 앞서 가는 일정이다.
◇마음 급해진 삼성전자·마이크론, 나쁘지 않은 전망
SK하이닉스 독주가 이어지자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12단 HBM3E를 개발하고도 선수를 빼앗겼다. 아직 8단 HBM3E 퀄테스트가 종료되지 않은 탓이다.
관련한 여러 소문이 나오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은 '문제없이 진행 중'으로 동일하다. 당초 계획보다 수개월 이상 지연되면서 삼성전자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AMD 등에 최신 HBM을 공급하고 있지만 관건은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여부다.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엔비디아와 손을 잡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에 희망적인 시선이 섞여 있는 건 전방산업의 확장성 때문이다. 시점이나 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우상향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결국 파이가 커지면 삼성전자 몫이 생기고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론도 마찬가지다. 만년 3위지만 1~2위 업체와 기술 격차를 대폭 좁힌 데다 '미국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 자국 반도체 생태계 육성에 적극적이어서 마이크론에 유리한 판이다.
더욱이 마이크론은 25일(현지시각) 2024년 회계연도 4분기(6월~8월)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로 나타나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다음 분기 실적도 증권가 예상치(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HBM으로 한정해도 올해와 내년 물량이 이미 매진된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가 많은 물량은 가져가는 건 사실이나 마이크론도 캐파 내에서는 최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대규모 증설이 예정된 만큼 향후 캐파와 실적이 비례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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