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대항 공개매수 '사활' 고려아연, 주관사 추가 기용한다온라인 청약 시스템 갖춘 증권사 확보 필요성…한투·KB '유력' 후보
권순철 기자공개 2024-10-08 13:36:27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8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이 영풍정밀 대항 공개매수의 우위를 점하고자 주관사를 추가로 물색한다. 당초 기한을 맞추기 위해 하나증권과 빠르게 협의했다. 그러나 지분율 확대에 보다 유리한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갖춘 하우스를 보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온라인 청약이 가능한 NH, 한투, 삼성, KB증권 가운데 삼성증권은 후보에서 빠져 한투증권과 KB증권으로 좁혀졌다. 앞서 한투는 '우군' 베인캐피탈에 브릿지론을 제공했고 KB증권도 고려아연에 여러 딜을 선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스탠스다.
◇영풍정밀 지분율 확대 '사활'…하나증권 외 추가 증권사 '탐색'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2일 MBK-영풍 연합에 맞서 개시한 영풍정밀 대항 공개매수를 주관할 증권사를 추가로 물색하고 있다. 당시 하나증권이 약 800억원의 브릿지론을 제공한 동시에 주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단연 대항전에서 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최윤범 회장의 계산이 깔려 있다. 당초 고려아연은 4일까지 대항 공개매수에 나섰어야 했기에 물리적 시간이 촉박했다. 회사 측 관계자도 "시간이 충분치 않다 보니 IR팀 네트워크를 활용해 하나증권과 빠르게 접촉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합 측이 가격을 3만원으로 올리자 이를 파훼하기 위한 묘수가 필요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증권을 급하게 우군으로 끌어들였지만 이 증권사는 온라인 청약 시스템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연합 측에는 온라인 청약이 가능한 NH증권이 버티고 있어 지분율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조치가 수반돼야 했다.
현재로서 좁혀진 후보로는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공개매수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보유한 곳은 NH증권, 한투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4곳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NH증권이 연합 측 사이드에 선 가운데 삼성증권과의 접촉점은 따로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투는 앞서 고려아연 '우군'인 베인캐피탈에 약 4000억원에 달하는 브릿지론을 제공하며 본격적으로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 예상만큼 금액이 크진 않아 추가 지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하우스는 NH에 이어 두 번째로 온라인 청약을 도입한 곳으로 지난해 한앤컴퍼니, SM, 한샘 등의 공개매수를 주관한 이력이 있다.
KB증권은 공동 주관과 관련해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참여 가능성이 있다. 이 하우스는 지난달 2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발행을 도운 것 외에 별다른 딜에 참여하지 못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KB증권도 메리츠처럼 고려아연에 여러 딜을 먼저 제안하는 등 딜소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청약, 공개매수 주관 '캐스팅 보트'…자사주 매입 주관사에도 관심 '집중'
만일 KB증권이 주관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면 2년 만의 성과로 기록될 전망이다. 시장 내 영향력이 큰 플레이어라고 볼 수 없었던 KB증권은 지난 5년 동안 대양제지공업, 한일네트웍스 등 단 2곳의 공개매수 주관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선보였는데 약 2개월 만에 시험대에 오를지 주목된다.
이렇듯 이번 경영권 분쟁은 결국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갖추었는지 여부가 주관사 발탁의 캐스팅 보트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다만 국내에선 고작 4곳만이 해당 메커니즘을 보유하고 있어 이런 연쇄적인 형태의 딜이 발생해도 수혜를 누릴 수 있는 곳들은 극히 제한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대항 공개매수에서도 추가로 증권사를 선임할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회사는 지난 4일부터 23일까지 주당 83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해당 딜은 미래에셋증권이 주관을 맡았다. 이 하우스도 NH, 한투에 이어 공개매수 트랙레코드가 다채롭지만 온라인 청약 시스템은 따로 없다.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과 같이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 선으로 맞추면서 온라인 청약을 갖춘 증권사를 추가 선임할 유인도 갖춰졌다는 평가다.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매수가를 추가로 인상할 여력이 남아있지만 언제까지 이 '치킨 게임'을 버틸 수 있을진 미지수다. 적어도 연합 측과 동등한 조건을 갖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카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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