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AAA’ KT&G…AA급 이슈어보다 발행금리 '쑥' 금리 레벨 부담, 기관 보수적 입찰…발행 타이밍 아쉬움도
백승룡 기자공개 2024-10-15 14:23:18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1일 1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회사채 시장에서 AAA급 발행사들이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KT 등 정기적인 이슈어(issuer)들이 연초 이후 발행시장을 찾고 있지 않은 탓인데, 공백을 깨고 조달에 나선 KT&G는 AA급 수준의 발행금리가 책정돼 아쉬움을 남겼다. 회사채 시장의 금리가 과도하게 낮아진 탓에, AAA급의 초우량 신용도에도 금리 레벨 부담을 극복하지 못한 모습이다.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T&G는 최근 31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마쳤다. 당초 2000억원 규모 모집에 나선 KT&G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조2100억원의 투자수요를 모으면서 발행액을 늘린 것이다. 만기구조를 2년·3년·5년으로 구성한 KT&G는 증액 발행에도 개별민평금리 대비 3~4bp(1bp=0.01%포인트) 낮추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했다. KT&G의 신용등급은 최상위 등급인 AAA다.
다만 비슷한 시기 공모채 시장을 찾은 기업들과 비교하면 AAA급 신용도의 메리트를 누렸다고 보긴 어렵다. KT&G의 최종 발행금리는 △2년물 3.218% △3년물 3.306% △5년물 3.335% 등으로 정해졌다. 이는 이달 초 HD현대오일뱅크의 공모채 발행금리 △3년물 3.161% △5년물 3.271% △7년물 3.349% 대비 10bp 안팎 높은 수준이다. HD현대오일뱅크의 신용등급은 AA-로 KT&G보다 무려 3노치(notch) 낮다.
마찬가지로 이달 초 발행을 마친 신세계도 KT&G보다 발행금리가 낮았다. 신세계는 1800억원 모집에 나서 1조3800억원의 매수주문을 확보, 발행액을 2400억원으로 증액했다. 최종 발행금리는 2년물 3.143%, 3년물 3.235%로 정해졌다. 각 만기별로 KT&G보다 7bp 이상 낮게 책정된 것이다. 신세계의 신용등급은 AA0다. KT&G보다는 2노치 낮은 등급이다.
KT&G가 최상위 신용등급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AA급 발행사보다 오히려 공모채 금리가 높게 형성된 배경으로는 우선 금리 레벨 부담이 꼽힌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임박해지면서 우량 회사채(AA- 3년물 기준) 금리는 이달 초까지 당시의 기준금리(3.5%)를 밑도는 흐름이 이어졌다. 금리가 과도하게 낮아지면서 기관투자가들의 부담감이 역력해져 ‘언더 금리’ 입찰이 상대적으로 조심스럽게 이뤄진 것이다.
실제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결과를 보면 KT&G는 만기별로 가장 낮은 금리의 주문이 2년물 -7bp, 3년물 -12bp, 5년물 -8bp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세계는 2년물·3년물 모두 개별민평금리 대비 -12bp에서 입찰이 시작됐다. HD현대오일뱅크는 3년물 -15bp, 5년물 -11bp, 7년물 -25bp 수준에서부터 매수주문이 쌓였다. IB업계 관계자는 “KT&G의 개별민평금리만 해도 3.2% 안팎이었다”며 “기관들이 언더 금리로 입찰하기엔 까다로운 상황인 탓에 언더 폭이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업종과 캡티브 영업으로 투자수요가 엇갈렸다는 분석도 있다. IB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KT&G는 담배라는 유해업종이라는 탓에 ESG 투자기조를 띄고 있는 연기금의 투자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와 HD현대오일뱅크의 수요예측에는 주관 증권사 캡티브 수요가 개별민평 대비 -10bp 이상 수준으로 강하게 참여하면서 실제 시장 수요 대비 금리가 과도하게 낮게 형성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번 주 채권시장의 금리가 급등하면서 KT&G가 불과 1~2영업일 차이로 금리가 10bp가량 높아지는 발행 타이밍 탓도 있다. 이달 첫째 주까지 하향 안정세를 나타내던 채권금리는 지난 7일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로 10bp 안팎 치솟았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호조세를 나타내면서 연내 금리하락 폭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작용하면서다. 회사채 AAA 등급민평금리만 해도 하루 만에 12.4bp 상승했다.
신세계와 KT&G의 발행일은 각각 이달 7일, 8일로 단 하루 차이였다. 다만 회사채 금리는 발행일 직전 영업일의 민평금리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신세계는 4일, KT&G는 7일의 민평금리로 발행금리가 정해졌다. KT&G만 7일 당일의 시장금리 상승의 여파를 고스란히 반영하게 된 것이었다. HD현대오일뱅크의 발행일은 좀 더 빠른 이달 4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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