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티켓 파워]쇼노트 <젠틀맨스 가이드>, 빛난 완성도와 아쉬운 흥행[뮤지컬] 티켓 판매량 4만3016장, 객석 점유율 34.2% 추정
이지혜 기자공개 2024-10-25 08:21:02
[편집자주]
공연예술산업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익도, 티켓 판매량도 드러나지 않는다. 정보는 알음알음 한정된 인맥 사이에서만 돌고 정보의 신뢰도나 객관성을 담보할 수도 없다. 정부가 나서서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을 만들고 법을 개정했지만 시장에 만연한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정보의 투명성과 비대칭성 개선은 투자자의 저변을 확대해 산업 성장의 토대를 다지기 위한 제반 조건이다. 이에 더벨은 파편처럼 흩어진 공연예술산업의 데이터를 퍼즐처럼 맞춰 공연의 실제 티켓 파워를 가늠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3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웃음으로 포장된 '살인'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가 6년 만에 네 번째 시즌으로 관객과 만났다. 이번 시즌에서도 작품은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선보이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극의 완성도가 티켓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객석 점유율이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집계됐다.23일 뮤지컬업계에 따르면 <젠틀맨스 가이드>가 20일 막을 내렸다. 올 7월 6일부터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3개월 넘게 진행한 서울 공연이 끝이 났다. 제작은 카카오그룹 계열사인 쇼노트가 맡고 SBS가 투자사로 참여했다.
'몬티 나바로' 역에 송원근, 김범, 손우현 배우, '다이스퀴스 가문의 후계자'들 역에는 정상훈, 정문성, 이규형, 안세하 배우가 출연했다. 해당 역은 한 사람이 9개 역을 소화해야 하는 데다 코미디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에서 특히 난이도가 높은 역으로 꼽힌다. 그만큼 관객의 주목도가 높다. 쇼노트가 캐스팅에 특히 공을 들인 배역이기도 하다. '시벨라 홀워드 역'은 허혜진, 류인아 배우가, '피비 다이스퀴스' 역은 김아선, 이지수 배우가 맡았다.
이번 작품은 2018년 한국 초연 이후 네 번째 시즌이다. 초연 당시 뮤지컬은 토니어워즈 4관왕, 드라마데스크어워즈 7관왕, 외부비평가상 4관왕 등을 수상하며 브로드웨이의 명성을 입증했다. 한국에서도 아시아컬처어워드 2관왕, 한국뮤지컬어워즈 3관왕을 기록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원작은 영국 작가 로이 호니만의 소설 『이스라엘 랭크: 범죄자의 자서전』이다. 1907년 발표된 소설은 2014년 <젠틀맨스 가이드>라는 제목의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작품은 1909년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가난한 청년 '몬티 나바로'가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가문의 백작 자리에 오르기 위해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후계자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과정을 다룬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젠틀맨스 가이드>가 공연된 기간 해당 극장에서는 4만3016장의 티켓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KOPIS가 집계한 수치에는 전산예매시스템을 통하지 않은 전관판매, 단체판매분은 반영되지 않아 실제 티켓판매량은 더 많을 수 있다.
다만 2024년 9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뮤지컬 제작사 측은 유입 데이터 오차범위가 있을 수 있으나 총 티켓판매수와 티켓판매액 모두 기획제작사 파악 수치가 KOPIS와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객석 점유율은 34.2%로 저조했다. 이는 1006석 규모의 극장에서 125회 공연된 점, 티켓 판매량 등을 감안해 산출한 수치다.
2024년 상반기 티켓 판매액 상위 10개 작품의 평균 객석점유율 63.6%와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일반적으로 1000석 이상의 대극장 뮤지컬은 유료 객석 점유율 65%를 손익분기점으로 잡는다는 점에서 이번 시즌은 제작비를 회수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티켓 가격은 VIP석 15만원, OP석 13만원, R석 13만원, S석 9만원, A석 6만원으로 책정됐다. 3분기 대극장 무대에 오른 주요작품 평균과 비교해 티켓 가격이 1만~2만원가량 저렴한 편이다.
3분기 평균 티켓 가격 8만3950원과 3분기 합산 평균 티켓 가격 7만5032원을 기준으로 <젠틀맨스 가이드>의 수익도 추정해봤다. 그 결과 티켓 판매 수익은 32억원에서 36억원 사이일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그러나 티켓 판매 수익을 정확하게 산출하기는 어렵다. 공짜로 발행되는 초청권이나 공연 관람 할인율 등이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극장의 VIP석과 R석, S석, A석 등급별 좌석 비율과 수치도 공연마다 바뀐다. 제작사와 KOPIS는 관련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어 시장과 투자자의 정보 비대칭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파크 티켓에 따르면 예매자의 87.3%가 여성이었다. 이는 평균 예매자 여성 비율 78.8%보다 높은 수치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32.5%로 가장 많았고 20대 27%, 40대 22.4%로 뒤를 이었다. 10대 예매자는 9.1%, 50대는 7.8%를 기록했다.
서울 공연의 수치와 관련해 쇼노트 관계자는 "따로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서울 공연을 마친 뒤 김해, 구미, 군산, 부산, 강릉, 대구 등을 돌며 12월까지 순회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고정된 세트로 추가 공연을 진행하며 고정비 부담을 분산하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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