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콜옵션 리뷰]교보생명, '생명보험 이슈어 맞수' 한화생명과 다른 길⑦발행지역 '국내' 못박고 연내 후순위채 1조 확충…양호한 기본자본 뒷받침
최은수 기자공개 2024-11-01 07:41:44
[편집자주]
2022년 흥국생명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콜옵션) 선언은 자본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흥국생명은 자금상황 및 해외채권 차환 발행 여건 등을 고려해 콜옵션 미행사를 선언했다. '관행'과 불문율이 가져온 혼란 우려에 흥국생명은 결국 입장을 바꿨다. 콜옵션 논쟁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금리 추이에 따라 언제든 불거질 이슈다. THE CFO는 흥국생명 사태 2년을 즈음해 신종증권을 발행한 금융사들의 대응 논리와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9일 08:1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은 한화생명과 자산총계 기준 생명보험사 2~3위를 놓고 겨루는 중이다. 채권 발행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양사는 경쟁했다. 3년 사이 2조원에 육박하는 채권을 찍으며 자본적정성 제고에 힘썼다.다만 최근 양사의 채권을 통한 자본확충 전략은 발행 규모가 아닌 '성격'에서 대조를 보인다. 그간 보완자본인 후순위채를 선호하던 한화생명은 기본자본 적정성에서 압박을 느껴 최근엔 신종자본증권을 주로 발행했다. 아직 기본자본 여력이 있는 교보생명은 올해부터 이자율이 낮은 후순위채권을 찍기 시작했다.
◇'FY24 1조 발행 예고' 교보생명, 19년 만 후순위채
교보생명은 올해 8월 7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이와 함께 3000억원의 추가 분할 발행을 국내 시장에서 마무리할 것을 이사회에서 의결한 상태다. 연내 1조원 규모의 자본 조달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후순위채권 발행은 교보생명으로선 약 19년 만의 선택이다. 후순위채권은 새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마친 보험사에게 자본항목으로 인정된다. 다만 자본으로서의 '질'을 따지면 보완자본에 해당해 기본자본으로 인정받는 신종자본증권보다 열위하다.
교보생명은 예년과 같이 자본인정 비율 측면에서 유리한 신종자본증권으로 자본을 조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교보생명이 자본적정성을 두고 그다지 부담을 느끼지 않는 점을 고려해 다른 전략을 나갔다.
교보생명은 양질의 자본을 확충했는지를 가늠하는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이 여전히 양호한 선에 있다. 2024년 2분기 말 교보생명의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은 106.1%다. 지난해 말 144.4%에서 약 40.8% 내렸지만 충분히 추가적인 후순위채를 발행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후순위채권은 자본으로서 질은 떨어지지만 만기가 통상 5년에서 10년으로 짧다. 상대적으로 발행사에게 유리한 이자율을 책정할 수 있단 뜻이다. 이자를 줄일수록 보험사는 수익성과 관련되는 지표가 개선된다.
보험사의 자본을 이루는 항목엔 당기순익 등을 통한 이익잉여금도 포함된다. 이 자본계정은 애초에 부채이지만 보험업감독규정 시행세칙을 통해 자본으로 인정하는 하이브리드채권 즉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보다 '질적 측면'에서 우위에 서 있다.
◇개선된 이자보상배율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선회 가능
교보생명의 달라진 자본 관리 전략은 이자보상배율 추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반기 말 기준 교보생명의 이자보상배율은 4배를 넘는다. 전년 동기(YoY) 4.56배 대비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양호하다. 2022년 1배 초반이던 배율은 2023년 이후 적극적으로 관리가 이뤄지며 상승세를 보인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이자부담 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가 넘으면 회사가 이자를 내고도 수익이 난단 뜻이다. 반면 1배 미만일 경우에는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지불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보생명이 신종자본증권 대비 후순위채를 선택하는 것도 이런 재무관리의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교보생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이자율이 높았던 것도 후순위채를 고른 또 다른 이유다. 교보생명은 2021년 글로벌 초저금리 상황을 제외하고 2022년 5월 이후 신종자본증권은 이자율을 5.8% 이상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이조차 국내 기준금리가 1.75%에서 2% 안팎일 때의 이야기였다. 최근 약 2년 만의 기준금리 인하가 있었지만 여전히 3.25%에서 머물고 있다. 이 고금리 추이에서도 교보생명이 올해 발행한 후순위채의 이자율은 4.3%에 머문다. 앞서 5%를 넘는 신종자본증권과 비교하면 최소 150bp(1bp=0.01%)의 차이를 보인다.
◇기본자본 압박 느낀 한화생명은 오히려 '신종자본증권으로'
한화생명은 기본자본에 대한 부담을 의식해 교보생명과 달리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선택했다. 2024년 말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이 96.1%로 100%를 하회한 한화생명은 올해 상반기말 기준 이 비율이 82.4%를 나타냈다. 이를 기점으로 양사의 발행 기조가 상반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통상 기본자본비율여력은 일정 구간을 하회해도 감독당국으로부터 직접적인 제재가 가해지진 않는다. 그러나 감독당국은 보완자본보다 강건한 자본인 기본자본만으로도 지급여력기준금액 즉 요구자본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특히 보험사의 경영실태평가(RAAS)에선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을 지급여력비율과 동일한 비중을 두는 게 일례다.
한화생명이 여전한 고금리 기조 속에서 이자율 측면에서 불리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 3분기 발행한 6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더해도 기본자본지급여력비율은 여전히 100%를 하회한다.
조달 전략은 달라졌지만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모두 장기적 관점에서 외화 채권을 발행한 데 대한 부담을 상쇄해야 한다. 양사 모두 달러·원 환율이 1100원 중반대였을 때 대규모 채권을 발행했기 때문이다. 환율이 글로벌 정세 불안으로 요동치기 시작했고 1달러당 1400원을 위협하고 있다.
원화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외화채권을 발행한 기업에겐 환차손이 발생한다. 교보생명이 2022년 발행한 6449억원의 자본으로 인정된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은 5년 콜옵션에 묶여 있다. 당시 발행 환경은 금리도 낮았고 달러/원 환율도 1100원 대 수준이었다.
IB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콜옵션까진 약 3년의 기간이 남았지만 글로벌 정세나 국내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2022년보다 채권 발행환경이 나빠질 것으로 보이며 환율변동 리스크에 함께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파이낸스
-
- [JB금융 인사 풍향계]박춘원 JB우리캐피탈 대표, 연임 가도…김기홍 회장 신뢰 재확인
- [JB금융 인사 풍향계]'연임' 백종일 전북은행장, 수익성·건전성 잡고 신사업 정조준
- [JB금융 인사 풍향계]고병일 광주은행장 연임…지방·수도권 두 토끼 잡았다
- 부서장 '75명 중 74명' 재배치…이복현 원장 마지막 인사도 파격
- [CEO 성과평가]BNK증권 신명호 대표 체제 1년, '반전 돌파구' 찾았다
- [농협금융 인사 풍향계]강호동 중앙회장 첫 인사 단행, '금융지주 회장'에 쏠리는 시선
- 칼빼든 금융위, 상호금융 건전성 규제 개선 영향은
- [금융지주 계열사 성과평가/KB금융]이재근 행장, '리딩금융 뒷받침' 유종의 미 거둔다
- [금융지주 계열사 성과평가/KB금융]이창권 국민카드 사장표 내실 경영에 수익성 '반등'
- [금융지주 계열사 성과평가/KB금융]구본욱 KB손보 대표, 성과로 입증한 '깜짝 발탁' 이유
최은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2024 이사회 평가]'뼈를 깎는 정상화' 영진약품, 챙길 겨를 없던 거버넌스
- [통계로 보는 CFO]'지주사 체제의 명암' 겸직 CFO, 유가증권시장엔 6곳뿐
- [통계로 보는 CFO]유가증권시장 재무총괄 3분의 1은 '상무님'
- [통계로 보는 CFO]SOX법 취지 무색한 '재무 관리와 공시 책임 분리 관행'
- [2024 CFO 서베이]'ESG 열풍 끝' 낮아진 중요도, 사그라든 관심
- [통계로 보는 CFO]절반이 'SKY', 고려대가 최다…IT 기업은 해외파 선호
- [통계로 보는 CFO]경영학도 압도적…석·박사서도 'MBA 선호' 뚜렷
- [통계로 보는 CFO]'금녀 불문율' 먼저 깬 LG유플러스, OCI홀딩스도 합류
- [통계로 보는 CFO]재무통은 '86세대 막내'… 패기보단 '경륜'이 먼저
- [CFO Change]SD바이오센서, 삼성 출신서 IB맨 '전략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