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로 완성된 보령의 '3세 승계', 완전한 김정균 체제 확립 보령파트너스 내세워 모친 넘는 직간접적 영향력, 타법인 투자 500억 향방 관심
이기욱 기자공개 2024-11-06 07:58:53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5일 1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개인회사를 활용한 지분승계. 보령의 후계자 오너 3세 김정균 대표의 승계도 시장에서 이미 예견했던 수순이 됐다. 개인회사 보령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던 보령바이오파마를 매각하고 이 대금으로 단독 유증에 참여해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경영승계에 이어 지분승계까지 마친 김 대표는 이제 완전한 지배력을 갖게 됐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김정균 시대가 본격 개막하게 된 셈이다.
김 대표 체제의 핵심 사업은 우주다. 여기에 더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는 건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실제로 이번 보령의 증자에서도 '타법인증권 취득 자금'에 500억원을 배정하며 관련 투자 가능성을 높였다.
◇2022년 경영승계 후 2년만에 지분승계까지, 개인회사 활용
김정균 보령 대표(사진)는 창업주인 김승호 명예회장의 외손자이자 김은선 현 보령 회장의 장남이다. 슬하에 4명의 딸만 있었던 김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김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고 그의 장남인 김 대표까지 3세 경영 시대에 이르렀다.
실질적인 경영 승계는 이미 2022년 이뤄졌다. 보령은 2018년말 김 회장의 대표 사임 이후 약 3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고 2022년 초 김 대표가 취임하며 새로운 오너십의 시작을 알렸다.
김 대표는 그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도 선임됐고 곧장 이사회 의장 자리에도 올랐다. 사명도 옛 보령제약에서 보령으로 변경하며 대대적인 혁신에 착수했다.
하지만 경영 승계와는 별개로 지분 승계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었다. 2022년 이후에도 보령의 지분구조는 김 회장 체제가 유지됐다.
올해 6월 말 기준 보령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37.1%의 보령홀딩스며 2대 주주는 10.4%의 김 회장이다. 보령홀딩스의 최대주주 역시 44.93%의 지분을 가진 김 회장이다.
그동안 보령은 지분 승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 노력을 했다. 핵심은 김 대표의 개인회사 보령파트너스였다. 보령파트너스는 김 대표가 88%의 지분율을 가진 개인회사다. 출자자는 김 대표 포함 3인에 불과하고 이사회는 김 대표 사내이사 1인 체제로 운영된다. 보령파트너스가 보령 지분을 확보해 김 대표의 지배력을 높이는 방식을 구상했다.
이를 위해서는 현금이 필요했고 보령파트너스는 자회사 보령바이오파마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보령바이오파마는 보령파트너스의 100% 자회사로 작년 기준 1678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알짜 회사다.
2008년까지만 해도 보령바이오파마는 보령과 김 회장이 지분을 각각 74%, 26%씩 갖고 있었으나 2009년 김 대표의 개인회사 보령수앤수(현 보령컨슈머헬스케어)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2014년까지 보령수앤수가 최대주주로 있다가 2015년 보령수앤수의 투자부문이 보령파트너스로 분할되며 보령파트너스의 자회사가 됐다.
◇우주사업 드라이브 예고, 증자 대금 일부 '타법인 증권 투자' 예고
보령바이오파마를 통한 현금 마련 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처음에는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을 목표로 했다. 2021년 실제 주관사 선정까지 마치며 IPO를 추진했으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상장 밸류도 하향조정됐고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매각 역시 한 차례 무산되는 아품을 겪었다. 작년 초 동원산업이 약 한 달간의 실사를 진행했으나 양측의 가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무산됐다. 올해 6월이 돼서야 유진프라이빗에쿼티-산업은행 컨소시엄에 최종 매각할 수 있었고 지분 80%를 3200억원에 넘겼다.
현금을 마련한 보령파트너스의 첫 과제는 보령의 지배력 확보였다. 보령이 추진한 1750억원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하며 지분을 확보했다. 이달 29일로 예정된 신주 상장이 완료되면 보령의 총 주식 수는 6869만주에서 8678만7207주로 늘어나게 된다. 보령파트너스는 보령 지분 20.8%를 확보한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희석된다. 6월 말 기준 지분율 37.1%였던 보령홀딩스의 지분은 29.4%로 낮아지게 되며 김 회장의 지분율도 10.4%에서 8.2%로 줄어든다. 기존 지분율이 1.19%였던 김 대표의 지분율도 0.94%로 낮아질 예정이다. 애초에 지분율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지분 희석의 영향도 크지 않다.
최대주주는 여전히 보령홀딩스다. 하지만 김 대표도 보령홀딩스 내 지분을 22.6%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서 지배력을 추산하면 완전한 우위를 점하게 된다.
보령파트너스 지분 20.8%에서 보령홀딩스 내 지분율을 적용한 권리 6.6%, 개인 지분 0.94%를 모두 더하면 김 대표의 직·간접적 지분율은 28.4%로 추산된다. 김 회장의 21.4%를 넘어서 사실상 최대주주의 영향력을 김 대표가 쥐게 된다.
김 대표는 보령의 최대주주인 보령홀딩스에서도 사실상 김 회장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령홀딩스의 대표까지 김 대표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보령홀딩스 이사회는 총 3인으로 김 대표를 비롯해 그의 측근 중 한 명인 이호 보령홀딩스 전략그룹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이 그룹장은 우주산업 계열사 '브랙스스페이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이기도 하다. 브랙스스페이스는 김정균 체제 미래 신사업의 핵심인 우주산업을 상징하는 곳이다.
김 대표는 취임 첫 해인 2022년 민간 우주정거장을 건설 중인 미국 벤처회사 액시엄에 5000만달러 투자를 단행하며 그룹 미래 사업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작년에는 엑시엄과 함께 조인트벤처 브랙스스페이스를 설립했다. 현재는 보령이 브랙스스페이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약정에 의한 참여자의 출자 완료 시 지분율은 51%로 낮아진다.
지분 승계로 김정균 체제 전환이 마무리된만큼 우주산업 드라이브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번 1750억원 유증 자금 중 500억원을 타법인증권 취득 자금에 배정하며 관련 투자 확대의 가능성을 높였다.
다만 보령의 소액주주들의 지분희석을 감안하고도 이번 증자를 단행하며 승계를 마무리 한데다 우주라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 등에 대해 주주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절실하다. '제약'사업에 초점을 둔 내부 직원들을 다독이며 이끌어 나가는 역량도 주목할 지점이다.
보령 관계자는 "타법인증권 취득 대상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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