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11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도의에 어긋났는지 한 번 봅시다."최근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의 대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문장이다. 요새 기업 경영에서 일어나는 사업재편과 경영권 분쟁 등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가장 먼저 이러한 상황들이 상도의에 어긋나는지부터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표적인 예로 두산그룹이 있다. 지난 7월 말 두산은 사업구조 재편안을 발표했으나 여전히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핵심은 계열사 간 합병이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고 오너 입장에서는 최적의 결정을 내렸다고 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각 계열사에 투자한 주주들의 손익을 지나치게 무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반대로 살펴볼 만한 사례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주도한 MBK파트너스다. 초기에는 사모펀드라는 이유만으로 재계와 정치권, 언론의 비난을 받았지만 지금은 비판이 다소 줄었고 지분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은 차치하고 '머니게임'이라는 일에서만 보면 크게 문제 삼을 부분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두산으로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절차와 명분은 세세하게 따지면서도 의무는 회피해도 괜찮은 것일까.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주를 생각하는 것,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책임감이 강조되는 것도 아마 이러한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이번 고려아연의 대규모 유상증자는 어떻게 봐야 할까. 이사회 결의에 따라 결정됐고 규정을 활용해 한 청약자에 최대 3%만 배정한다. 하지만 아무리 경영권 분쟁 중이라도 선의의 투자자들을 고려했다면 분쟁 자금을 주주에 의존했을까. 유상증자로 인한 결과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 투자자들의 피해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
결국 금융당국은 고려아연에 유상증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이 의구심을 가진 점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웠다.
앞선 교수는 “이런 꼴 저런 꼴을 많이 보더라도 지킬 것은 지켜가면서 해야 우리도 미국처럼 선진화된 자본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맞다. 상도의가 무너진 상황에서 잘 된들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그 기업을 믿고 같이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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