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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준신탁 모범규준 공표, 소송 판도 변한다 실제손해만 배상, 필수사업비 확보 선행조건 명시…소급 적용 여부 '변수'

이재빈 기자공개 2024-12-13 08:05:51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2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토지신탁의 손해배상 기준과 시점, 계정대 변제순위 등을 규정하는 모범규준이 확정됐다. 책준 의무 부과 선행조건으로 필수사업비 확보를 명시하고 보상 범위를 실제손해액으로 한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책준 미이행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책임준공확약 토지신탁 업무처리 모범규준 제정안이 업계에 배포됐다. 앞서 금융당국은 신탁사와 금융기관, 시공사 등이 참여하는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하고 모범규준에 대한 의견을 조율했다.

모범규준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손해배상 범위가 한정됐다는 점이다. 기존 책준신탁 계약서들은 배상 범위로 대출원리금을 포함한 일체의 손해를 명시했다. 이로 인해 준공지연이 발생한 사업장에서 대출원리금을 배상하라는 대주단과 자본시장법상 신탁사는 채무보증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신탁사가 갈등을 빚는 사례가 속출했다.

앞으로는 손해배상 범위가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으로 대출원리금 회수가 지연됨에 따라 발생한 실제 손해액으로 한정된다. 또 대출원리금 상환금 약정과 대출금융기관의 기회비용 배상 등은 금지됐다. 어떤 형태로든 책준 미이행 시 원리금 전액 배상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손해배상 시점도 조정됐다. 기존에는 신탁사 책준기한 도과와 동시에 신탁사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했다. 모범규준이 도입된 후에는 손해배상 시점이 신탁정산 완료 이후로 변경된다. 준공 후 분양과 매각 등을 통해 대출원리금 상환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 셈이다.

공사기한 연장조건도 신설됐다. 모범규준은 신탁업자와 시공사의 귀책사유가 아닌 사유로 공사가 지연될 경우 책준의무 이행기간을 조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연장 기간은 6개월과 예정 공사기간의 20% 중 긴 기간으로 설정됐다.

신탁사 책준의무의 선결조건도 설정됐다. 필수사업비 확보와 대출약정 실행 등을 책준의무 이행의 전제조건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기존에는 필수사업비를 100% 확보하지 않거나 공사비를 다른 항목에 사용하면서 신탁사 자금 투입이 강제되는 사례가 있었다.

변제순위도 선순위를 보장받는다. 앞으로는 신탁사가 준공 관련 필수사업비를 집행할 경우 대주단의 대출원리금보다 선순위로 상환받을 수 있다. 계정대가 후순위로 설정되면서 대주단이 짊어져야 할 사업성 리스크를 신탁사가 지고 있다는 업계의 의견이 반영된 셈이다.

신탁업계는 공개된 모범규준에 대해 입을 모아 환영하는 모양새다. 대출원리금 배상 조항은 물론 신탁계정대 변제순위 조정과 손해배상 시점 등 업계의 요구사항이 모범규준에 대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책준신탁 관련 소송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중소형 시공사들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시공사는 물론 신탁사 책준기한도 도과되자 대주단이 다수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계약에 따라 대출원리금 전액을 배상하라는 대주단과 지연에 따른 손해만 배상하겠다는 신탁사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졌다.

문구의 해석을 두고 양측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마련한 모범규준이 도입되면 판세가 신탁업계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다. 모범규준이 기존 계약에 소급적용되지는 않지만 재판부가 문구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참고자료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준신탁에 대한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간 대주단은 신탁사 책준약정을 일종의 안전장치로 보고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낮아도 투자를 집행했다.

하지만 모범규준이 도입되면 금융권 입장에서는 보장 범위가 축소된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자금조달 용이성이 떨어지면 시행사 입장에서는 굳이 높은 수수료를 내며 책준신탁에 가입할 유인이 적다.

다만 중소형 시공사 현장에는 여전히 책준신탁이 필수적일 것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대형 시공사가 참여하지 않는 소규모 개발사업은 어쩔 수 없이 중소형사가 시공에 참여해야 한다. 이 경우 시공사 자금흐름 관련 리스크도 있는 만큼 결국은 책준신탁 상품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탁사 한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확실한 보증이 있거나 미준공 리스크 해소가 필요한 사업장은 여전히 책준신탁 상품을 찾고 있다"며 "모범규준이 도입돼도 책준신탁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모범규준이 기존 계약에도 소급 적용되지는 않지만 책준신탁 관련 소송에는 유의미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문구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당국이 해석한 모범규준을 재판부가 상당 부분 인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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