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1월 02일 07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앞으로는 보지 말자."매정한 말이다. 하지만 최근 OTT '디즈니플러스'가 방영한 드라마 '조명가게'에서는 가장 힘이 되는 말이다. 조명가게를 지키는 저승사자 '정원영(주지훈 역)'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떠돌다가 자신의 전구(삶)를 찾은 영혼에게 하는 격려의 말이기 때문이다.
카카오에게 2024년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 정도로 리스크가 쏟아지던 한해였다. 올해 4월부터 잡음이 나왔다. '카카오뱅크 먹튀 논란' 중심에 섰던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본사 CTO로 선임한게 문제가 됐다.
쇄신을 다짐하면서 세워진 외부 감사 기구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가 있었음에도 벌어진 논란이었다. 카카오가 제시한 앞으로의 임원 선임 개선책을 준신위가 받아들임으로써 논란은 일단락됐다.
위기의 정점은 올해 7월 23일 새벽에 결정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막기 위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던 중이었다.
재판부는 "증거 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며 김 위원장을 구속했다. 기업 총수 중에서는 이례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석달 뒤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101일만에 보석 석방됐다.
김 위원장의 구속은 단순히 총수 부재로 여길 사안이 아니었다. 구속 직전까지 김 위원장은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사업을 재편하고 있었다. 이미 국내 AI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평가받는 카카오였기에 AI 서비스가 언제 적용될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올해 말 진행 예정이었던 '카나나'의 사내 테스트 일정이 뒤로 밀렸다. AI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카카오의 올해 리스크들을 돌아보면 그 중심에는 '신뢰의 부재'가 있다. 정 CTO 선임이 논란이 된 것도 또다시 먹튀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구속도 결국 재판부의 신뢰를 얻지 못해 발생한 일이었다. 신뢰를 잃어버린 카카오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지금도 따갑다.
아픔으로 얼룩진 2024년은 서서히 저물고 있다. 이제 새로운 발걸음을 뻗을 2025년이 다가오고 있다. 리스크는 조금씩 해소되고 있지만 무너진 신뢰는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IT 업계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여겨진 카카오가 2025년에는 '신뢰'라는 전구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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