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풍향계]KG스틸의 불황 돌파 비책...'현금이 답이다'투자활동 현금 유출 대폭 감소…자사주 매입으로 시장가치 제고 동시 추진
이호준 기자공개 2025-01-13 13:49:05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7일 13시56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른 철강회사들과 마찬가지로 KG스틸에게도 지난해는 혹독했다. 시황 부진과 전방 수요 둔화로 수익이 줄며 영업이익이 급감했다.현금 흐름이 악화되자 KG스틸은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투자 활동을 줄이고 차입과 자산 매각에 나서는 등 회사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의 현금을 비축하는 데 집중했다.
◇역대급 보유 현금…차입 늘리고 상환은 줄이고
KG스틸은 2024년 3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2165억원, 단기금융상품 428억원을 보유했다.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보유 현금은 2593억원으로, 전년 말(1741억원)와 비교해 약 1.5배 가량 늘었다.
KG스틸이 1982년 설립된 이후 보유 현금 규모가 25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보유 현금은 대개 1500억~1700억원 사이에 머물렀다.
철강업계 불황 속에서 생존 기반을 강화하려는 재무적 조치로 해석된다. 지난해 KG스틸은 1~3분기 누적 매출 2조5119억원, 영업이익 1693억원, 순이익 87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감소폭은 전년 동기 대비 3%에 그쳤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1%와 47%나 줄었다.
KG스틸은 나가는 돈부터 집중 단속했다. 지난해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58억원으로 전년 말(-1660억원) 대비 9배 이상 축소됐다. 또 지난해에는 없었던 유형자산 처분(367억원)도 단행하며 투입보다는 유동성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면서 차입금을 늘려 추가 자금을 조달했다. 전년 말 2131억원이던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말 2536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장기차입금도 5801억원에서 5947억원으로 늘었다. 전년 말 대비 총 550억원 규모의 차입금이 증가한 셈이다.
상환 규모도 크게 줄이며 가용 현금을 비축했다. 2023년에는 약 1993억원의 장기차입금을 대규모로 상환했지만 작년 3분기까지는 상환 규모가 375억원에 그쳤다. 배당금과 이자 지급 규모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201억원과 220억원을 유지하며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부지 넘기는 대신 대한전선 FI로…자사주 매입도 추진
물론 철강업계의 회복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KG스틸은 열연강판을 가공해 냉연과 아연도금, 컬러, 석도강판을 제조하는 후가공업체다. 전방 시장인 건설경기의 침체와 시황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재무적 안정성에 더해 시장에서 미래 성장을 도모할 충분한 사업적 기반도 마련해둬야 하는 시점으로 관측된다. 회사도 이에 발맞추고 있다. KG스틸은 지난해 4분기 중 당진시에 보유하던 산업용 부지를 대한전선에 1100억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다만 KG스틸은 이 부지 매각 대금 1100억원을 대한전선의 전환사채(CB)로 받기로 했다. 이는 대한전선이 이 부지에 약 1조원을 들여 짓기로 한 해저케이블 2공장의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미래가치 제고를 공동으로 추구하려는 결정으로 보인다.
주주가치 향상을 위해서도 지갑을 열어둔 상태다. KG스틸은 지난 3분기 주주환원 계획을 공표하고 2024년 9월 6일부터 2025년 3월 5일까지 NH투자증권과 신탁계약을 맺어 2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하기로 했다. 이는 총 발행주식수의 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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