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1월 10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타트업코리아' 이름을 단 펀드가 속속 결성되고 있다. 민·관 합동으로 지난해 처음 진행된 '스타트업코리아펀드 출자사업'의 결과물이다.벤처펀드 출자 경험이 많지 않은 민간기업들이 앵커 출자자(LP)로 나섰기 때문에 펀드결성 과정에 변수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순항하고 있다. 모태펀드와 민간출자자가 최소결성금액의 70%를 책임지는 구조다보니 최소 결성규모를 훌쩍 넘어서는 자금을 모은 곳도 적지 않다.
이 와중에 중도 이탈 사례가 나와 눈길을 끈다. 민간LP로 참여했던 한화토탈에너지스(이하 한화토탈)가 돌연 출자를 철회했다. 앵커LP의 출자 철회로 운용사(GP)로 선정됐던 마그나인베스트먼트는 자격을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에 일부 민간LP의 출자 철회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 그러나 출자를 철회한 게 한화토탈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한화토탈은 스타트업코리아펀드 출자사업의 '셀프GP 선발' 논란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민간LP였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코리아펀드 출자사업은 민간LP가 GP를 선정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을 받았다. 민간LP로 참여한 기업 중 관계사로 벤처캐피탈(VC)을 둔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모태펀드가 출자하는 사업이 민간LP의 '제식구 챙기기'로 활용될 여지가 컸다.
실제 민간LP 계열의 관계사인 VC들이 출자사업에 대거 지원했고, 이 중 대다수가 최종 GP로 선정됐다. 특히 별도의 수시출자 기회를 부여받은 두원중공업은 결국 관계사인 센틱스벤처스가 포함된 컨소시엄을 GP로 선정하며 빈축을 샀다. 센틱스벤처스는 김태훈 두원중공업 대표이사가 지난해 새로 만든 유한책임회사(LLC)형 VC다.
두원중공업뿐 아니라 대다수의 민간LP가 관계사에 출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민간LP를 ‘뒷배’로 둔 운용사 중 GP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건 한화투자증권이 유일했다. 한화토탈이 관계사인 한화투자증권이 아니라 마그나인베스트먼트를 GP로 선정한 영향이다.
한화토탈의 GP선정은 '제식구 챙기기' 논리에서 벗어나 운용역량에 중점을 둔 것으로 여겨졌다. 민간LP의 벤처펀드 참여의 마중물을 지향하는 스타트업코리아펀드의 존재 의미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많은 기대를 가졌던 만큼 아쉬움은 더 크다. 돌연 출자를 철회한 이유에 대해 한화토탈은 말을 아낀다. 마그나인베스트먼트도 언급을 조심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급격히 악화된 경영상황이 출자 철회의 원인이란 점은 재무제표를 통해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
한화토탈은 지난해 3분기에만 연결기준 166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스타트업 코리아펀드 참여를 결정할 당시와는 사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 신용등급마저 조정돼 조달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출자 철회를 비난하긴 어렵다. 설비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에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벤처펀드 출자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을테다. 석유화학산업의 심각한 불황이 야속할 따름이다.
한화토탈이 벤처펀드 출자에 대한 관심을 접지 않기만을 바란다. 위기를 극복한 뒤 다시 한번 출자에 도전해 민간LP의 모범사례를 써주길 기대한다. 아쉽게 펀드 결성이 무산된 마그나인베스트먼트의 손을 다시 잡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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