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1월 15일 08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 산업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고정적인 매출이 없는 만큼 매 분기 발표되는 실적조차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임상 결과를 비롯해 시장 환경, 규제 등 여러 변수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임상 3상조차 평균 성공률이 50%대에 그친다. 10년 이상 긴 시간 공을 들여 후보물질의 발굴 단계부터 상업화 직전인 임상 3상까지 도달하더라도 두 번 중 한 번은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주주들의 바이오 투자 역시 '만약'이라는 가정법 속에 움직인다. 성공적인 초기 임상 결과가 기술이전 등 매출 성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시가총액 4조원이 넘는 리가켐바이오의 성공도 처음부터 예견된 건 아니었다.
ADC(항체약물접합체)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높은 기술적 잠재력에도 상업성을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엔허투가 DXd라는 새로운 페이로드를 적용해 유방암에서 좋은 임상 성과를 내며 전환점을 맞이했다.
리가켐바이오가 ADC 연구를 시작한 건 2010년대 초반으로 10년도 더 된 일이다. 그러나 엔허투의 성공 이후인 2020년대부터 본격적인 사업개발 성과를 냈다. ADC 후보물질을 활용한 기술이전 딜이 늘어나며 주가도 상승 곡선을 달리기 시작했다.
만약 엔허투의 실패로 ADC 기술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지 못했다면 리가켐바이오는 지금의 기술이전 이력을 쌓을 수 있었을까. 작년 초 단행한 오리온그룹과의 M&A(인수합병) 딜의 성사 여부 역시 미지수다.
앞선 자본시장을 통한 조달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2013년 상장한 리가켐바이오는 4차례 증자로 자본시장을 통해 연구개발비를 조달했다. 사업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면 피해가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로 전이될 수 있었다.
하지만 리가켐바이오는 '만약'이라는 가정에 머무르지 않았다. 바이오 산업의 불확실성 속에도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준비된 자세가 밑바탕이 됐다. 자신들에게 온 기회를 활용해 10조원에 달하는 기술이전 성과를 만들 수 있었다.
올해는 연간 3000억원 규모의 R&D(연구개발) 투자를 결정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후보물질의 기술이전 전략에서 벗어나 자체 신약의 상업화를 본격화한다. 가보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에 다시 베팅하는 리가켐바이오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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