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12일 09시3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우리 회사는 왜?'라는 질문이 아주 절실하고 중요한 고민거리라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기아차 CFO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그가 건설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임명된 뒤 모든 임직원에게 공개적으로 꺼낸 질문이자 앞으로 경영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화두였다.그러면서 주 사장은 올 한 해 임직원 모두가 공감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왜?'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시간이 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기존의 관습과 관행으로부터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주 사장은 취임 후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결산 과정에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일부 해외 플랜트 손실액을 일시 반영한 것이 대표적이다. 건설업계뿐 아니라 현대차그룹 내외에 현대엔지니어링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한 효과가 있었다. 플랜트 출신이 차지했던 대표이사 자리에 그룹 '재무통'이 올 때부터 예상됐던 변화였지만 파장은 작지 않았다.
다음 행보에도 궁금증이 더해졌다. 눈에 띄는 행보 중엔 지난 2월 11일 창립기념일을 맞아 열린 타운홀미팅도 있었다. 이 자리에서 주 사장은 작심한 듯 임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며 거침없이 쓴소리를 남겼다. 일련의 행보는 재무통 출신이 만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미래가 기존 관례상 혹은 선배들을 답습하는 것에서 벗어나 청사진으로 펼쳐질 것이란 기대감으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주 사장의 목표나 의지와 달리 현대엔지니어링은 '왜?'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도 전에 '어떻게?'라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불과 20일 사이에 2건의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해 건설사로선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기 때문이다. 특히 열흘 전 주 사장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던 만큼 외부 시선도 따듯할 순 없는 상황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당분간 현대엔지니어링은 사고 수습과 대응 등으로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사법 리스크로 잠재적으로 경영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나아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에서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활용 계획에도 변수가 생긴 상황이다.
주 사장이 '왜?'가 아닌 '어떻게?'에 방점을 둬야 하는 이유다. 그는 올해 신년사 서두를 "회사의 존재 목적에서 시작되는 변화, 지속성장의 첫걸음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회사는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은 다소 돌아가겠지만 변화의 시작은 어떻게 과거와 달라질 것이냐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 주 사장이 찾던 '왜?'에 대한 답도 있지 않을까. 주 사장이 변화시킬 현대엔지니어링의 달라진 모습을 조금 더 기다려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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