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5월 13일 07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은 꽤 적극적으로 필리조선소를 샀다. 한 해동안 겨우 한 척의 배를 만들 만한 능력, 2018년부터 이어진 적자. 프로필만 보면 볼품 없는 조선소다. 인수 후에도 아직 흑자전환을 하지 못해 모회사들의 연결 실적을 까먹고 있다.그런데 김동관 부회장은 최근 미 해군성 장관과의 만남에서 "미국 조선소를 더 확보하겠다"고 했다. 미국 조선업이 침체된 상황에서 대부분의 조선소 사정이 비슷한데도 더 사들이겠다는 이야기다.
한화오션이 미국에서 하려는 사업을 보면 이해가 된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거제 조선소를 활용해 함정을 수리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현지 거점화다. 미국 정부가 한화그룹에 줄기차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MRO 사업은 조선업 중에서도 특수한 수주 구조를 띈다. 선박을 한 번 짓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함정이 도크를 오가야 한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시설과 인력을 확보하고 현지 라이선스를 따내는 등 물리적인 기반이 마련돼야 진짜 사업이 시작된다. 따라서 MRO 사업의 첫 시침은 매출이 나오는 순서가 아니라 운영의 조건을 만드는 데 맞춰진다.
필리조선소도 지금 이 과정을 밟고 있다. 적자 상태지만 가늠하지 못한 일도 아니다. MRO 조선소는 초기에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 내에서 설비 증설과 법적 제도 검토를 병행하는 것도 흐름의 일부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계약이 유치되면 실적은 반등한다. '미 해군 함정'이라는 구체적인 기회도 주어졌다.
필리조선소의 시간표는 투자자와 언뜻 다를 수밖에 없다. '언제 이익이 나느냐'가 투자자의 시각이라면 필리조선소는 '언제부터 운영 가능한 상태가 되느냐'가 선행과제다.
적자 기간이 길어져도 전략 실패가 아니라는 의미다. 애초에 적자인 조선소를 샀기에 1000억원대의 저렴한 값에 딜을 완주했다. 수익성보다 중요한 건 진입 속도와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이다. 이 구조를 이해하기 전에는 왜 아직 적자이고, 언제 흑자가 나느냐는 질문이 반복된다. 실제로 한화오션에게 집중되는 문의다.
한화오션의 최근 컨퍼런스콜을 통해 솔직한 현황을 들을 수 있었다. '2분기에도 필리조선소의 실적이 돌아설 가능성이 커보이지는 않는다'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적자를 문제로 인식하지는 않았다. MRO 산업이 작동하는 정석적 순서로 봐서다. 필리조선소는 예정된 항로를 항해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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