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5월 21일 08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파주를 방문했다. 한 대형 아울렛 건물 너머로 거대한 규모의 폐건물 여러 채가 보였다. 2000년대 초반 시티원이라는 시행사가 개발을 시작했다가 멈춘 '파주 통일동산지구 리조트'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자금난이 겹쳐 중단된 지 16년째다.국내 5대 건설사로 꼽히는 DL이앤씨의 아픈 손가락이다. 5년 전 시행사를 상대로 공사비와 구상금, 대여금 등 총 58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정산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아직 언제쯤, 얼만큼 돌려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DL이앤씨는 대형 건설사 가운데 지분 출자를 통한 디벨로퍼 프로젝트 수가 많지 않은 편이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큰 건 총 5361가구 대단지를 건설하는 오산세마 사업이다. DL이앤씨가 해당 개발사업 시행법인에 지금까지 6000억원 넘게 투입했지만 15년째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대출 이자로만 매년 수백억원씩 쏟아붓고 있다.
이런 아픔 때문인지 DL이앤씨는 디벨로퍼 색깔을 지우려는 모습이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2021년 '글로벌 디벨로퍼'로 전환을 선언했지만 이후 국내 성과는 자취를 감췄다. 몇 달 전 건설업계 행사에서 만난 박상신 DL이앤씨 대표도 "지금은 적합한 때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지난해에는 조직도에서 디벨로퍼사업실 이름이 지워졌다. 홈플러스, 오산세마 등을 맡은 개발사업 담당 부서도 디벨로퍼팀에서 B2B영업팀, 민간사업팀 등으로 여러 차례 바뀌었다. 오산세마 프로젝트를 주도하던 담당자도 회사를 나갔다.
물론 침체한 건설업황 탓도 크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도 신규 개발사업을 위해 조직을 신설하고 부지를 사들이는 곳들도 있다. DL이앤씨의 파트너만 자금난에 빠진 것도 아니다. 시행사에 심폐소생을 하고 사업구조를 바꿔가며 어떻게든 살려내려는 대형 사업도 많다.
건설경기 회복 이후 큰 수익을 벌어들이는 건설사는 그런 곳들일 것이다. DL이앤씨의 과거 사명은 '대림(大林)'이었다. 건설경기의 조속한 회복과 함께 '큰 숲'을 보며 개발사업을 이어가는 디벨로퍼가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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