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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실리콘투 IR이 주는 교훈

안준호 기자공개 2025-05-23 07:58:52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2일 07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시장에선 실리콘투의 첫 애널리스트 간담회가 화젯거리였다. 김성운 대표이사가 직접 참석해 늦은 저녁 시간까지 대화를 이어간 점이 호평을 받았다. 다음 날 발표된 증권사 분석 리포트 역시 대부분 호의적인 편이었다.

김 대표는 시장과의 소통에 유독 적극적인 기업인이다. 주주총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 열린 주총에선 일반 주주들과 장시간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기업회생을 신청한 명품 플랫폼 '발란'에 투자한 이유 등 어려운 질문도 나왔다. 김 대표 역시 대답을 회피하지 않고 투자 배경과 대응 계획을 밝혔다.

이번 간담회 전후 공개된 자료에서도 비슷한 노력이 엿보였다. 시장 참여자들이 묻고 싶던 내용들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북미 시장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가능성, 브랜드 이탈 우려 등이 모두 포함됐다. 장밋빛 청사진만 강조하는 일이 흔한 기업 IR 자료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실리콘투는 화장품 업계와 주식 투자자들 사이 간극이 컸던 대표적인 기업이다. 국산 화장품을 직매입해 해외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 유통한다는 모델에 의구심이 컸다. 물류비용과 브랜드 이탈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상장 이후 주가도 상당 기간 공모가 이하를 기록했다. 이 당시에도 시장과 소통은 꾸준한 편이었다. 지나치게 하락한 주가를 고려해 1대 5 무상증자를 단행하기도 했고, 자사주 소각 역시 병행했다.

더 중요한 지점은 주가 하락 과정에도 '메시지'가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미 시장의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중동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2023년부터 네덜란드, 폴란드 지사를 설립하고 IR 과정에서도 구체적인 진출 계획을 밝혀 왔다.

2025년 1분기 기준 실리콘투 매출 비중의 33%가량은 유럽 권역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미국 시장과 엇비슷한 규모다. IR 활동 과정에서 밝힌 계획이 실제 매출에 반영된 셈이다. 작년 말 급격히 꺾였던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섰던 원동력도 여기에 있다.

이번 간담회가 이후 실리콘투 상장 당시 작성했던 취재노트를 다시 찾아봤다. 역직구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설명, 해외 시장 공략에 대한 청사진 등 지금 회사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내용들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시장과의 소통을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실리콘투 사례를 깊게 들여다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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