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보드]삼성바이오 분할, 이호승 사외이사 역할론 대두일반주주 설득 불가피…기재부 차관시절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 활동
이돈섭 기자공개 2025-05-28 08:22:34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 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6일 15시32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그룹 최초로 중간 지주사를 출범키로 하면서 그 논의의 배경이 되는 이사회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 그룹 지배를 받고 있지만, 국민연금을 포함한 일반주주에 기업 분할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어필해야 했을 텐데, 이 과정에서 올해 새롭게 합류한 이호승 사외이사(사진)가 어떤 역할을 했을지에 대해서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위 관료 출신 위주 사외이사진 편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사회 특징 중 하나는 고위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전체 사외이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정기주총에서 이호승 전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1965년생으로 행시 32회 출신의 이 사외이사는 기획재정부에서 공직생활 대부분을 보낸 인물로 기재부 1차관을 거쳐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등으로 활동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영입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3월을 기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간 꾸준히 기용하던 법조인 출신 사외이사 대신 고위 관료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적극 기용하기 시작했다. 행시 23회 출신으로 대통령비서실 서기관과 한나라당 소속(현 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을 비롯, 삼성전자 사외이사 등을 두루 역임한 박재완 사외이사의 선임이 그 시작이었다.

현재 서승환 사외이사는 이호승 사외이사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외이사진을 채우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두 사외이사가 각각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고위 관료로 근무한 사실을 들어 지난해 말 복잡한 정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일종의 묘수를 뒀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두 사외이사 모두 여타 이사와 달리 공직자 취업 제한 규제에 따라 이사회 경험이 적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 국민연금 거친 이호승 사외이사 조언은
고위 관료 출신 비중이 높아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사회가 최근 내린 결정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CDMO 사업부문을 인적 분할해 삼성에피스홀딩스(가칭)를 설립해 일종의 중간 지주체제를 구축하는 일이었다. 지난 22일 열린 정기 이사회에는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해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사회 멤버는 정기 이사회 개최 평균 6일 전 이사회 구체적 안건을 통지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이번 분할을 통해 현 삼성바이오로직스 완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시장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조명받아 적정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향후 5년 간 분할 신설 회사를 상장하지 않기로 한 점이 시장에서 거론되곤 한다. 최근 수년 간 상장사 분할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사전에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 설명이다.
포스코는 2022년 포스코홀딩스를 물적 분할하는 과정에서 당시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에 분할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납득시키기 위해 포스코(잔존회사)를 향후 상장할 경우 모회사 포스코홀딩스 주총 특별결의를 받도록 정관 내용을 수정했는데, 이 사례가 전례로 검토됐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법무법인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가 아니더라도 일반주주 설득은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이사회 멤버는 이호승 사외이사다.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기재부 차관 재직 시절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도 활동한 그는 이 시기 두산그룹을 포함한 다양한 상장사의 분할 이슈에 대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내용 논의에 참여한 바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 시장에 논란을 일으킨 분할 이슈 등 역시 이 사외이사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재직 당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43.06%)과 삼성전자(31.22%) 등 삼성그룹 지배력 아래에 놓여있었다. 국민연금이 가진 지분율은 6.91% 수준이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분할과 증자 등 기업 가치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 과거 셀트리온 그룹에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안건에 따른 시장 여파 등을 검토하는 것이 최근 트랜드"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i-point]32억 투자받은 네온테크, 산불감시 AI 드론 개발 시동
- [IR Briefing]엔알비 "OSC 로드맵 발맞춤, 최초 사례로 시장 선점"
- [한화의 CFO]윤안식 한화솔루션 CFO, '태양광 사업' 안착 후 재무안정 고심
- [i-point]큐브엔터 '나우즈', 글로벌 차트 존재감 입증
- [Sanction Radar]알테오젠 마지막 퍼즐 '생산' 트럼프에 중단된 오리온 협업
- [보안산업+블록체인 콜라보]안랩, B2B 플랫폼 사업으로 스테이블코인 사업 진출
- [i-point]신성이엔지, 223억 규모 정부과제 주관 선정
- [포스코의 CFO]정대형 포스코퓨처엠 전무, 투자 지속-재무개선 병행 과제
- [i-point]엑스플러스, 200억대 투자 통해 B2C 전환 시동
- 더블유게임즈, M&A 카드로 주주불만 잠재우나
이돈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다시 ESG, 이사회 역할은]급변하는 환경 속 규제 대응방안 고심
- [이슈 & 보드]파마리서치 인적분할, CVC 측 이사 역할 주목
- [이슈 & 보드]고려아연 유증 무효 판결에 HMG글로벌 이사회 판단 리뷰해보니
- [thebell interview]"지배구조 이슈 본격화…이해관계자 소통 역량 중요해졌다"
- [Board Change]코스메카, 코스피 이전 대비 사외이사 지속 확대
- [Board Change]삼성생명, 구윤철 장관 후임에도 고위 공직자 선임하나
- 두산 출신 김정관 장관 후보자, 투자성과도 눈길
- 콜마 경영권 분쟁 관건은 주가…오너가 주담대 마진콜 촉각
- [감액배당 리포트]한미그룹 분쟁 속 비과세 배당 시작…주주환원 드라이브할까
- [thebell interview]ESG 전문가 김형준 사외이사의 'SK 최종현 D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