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는 지금]김동원 사장이 한화생명에서 '험지' 맡은 이유는②다른 3세들과 글로벌에 무게중심…오너 경영 장점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
조은아 기자공개 2025-05-30 12:45:52
[편집자주]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삼성·한화·교보'의 빅3로 재편된 지 오래다. 그간 많은 도전자들이 빅3의 아성을 깨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생명보험 시장은 혁신도 경쟁도 없는 '재미없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최근 몇 년 금융지주들이 보험업 확대에 공을 들이면서 중상위권 업계에선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중하위권 보험사들은 날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둔화 등 보험업 전반을 둘러싼 위험요인은 중하위권 보험사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8일 07시47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생명은 오너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보험사로 꼽힌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보험사에 몸담고 있는 오너 3세 가운데 가장 먼저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가장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가 해외 사업을 총괄한 뒤 한화생명의 영토 확장에 한층 속도가 붙었다.◇입사 후 행보 두 갈래, 디지털과 해외 사업
한화생명은 한때 김승연 회장이 직접 이끌었다. 그는 대한생명을 인수한 이후 회사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직접 총대를 멨다. 2002년 말부터 대표이사에 올랐고 회사가 정상 궤도에 접어들자 2005년 3월 물러났다. 이후 한화생명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갔다.
오너가 다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김동원 사장이 입사한 2015년부터다. 김 사장은 2014년 한화L&C의 입사해 그룹 경영기획실로 파견됐고, 1년 만에 한화생명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 회사를 사들이는 빅딜이 이뤄진 직후이기도 하다. 내부적으로 금융 사업을 차남인 김동원 사장의 몫으로 분류한 것도 비슷한 시기로 추정된다.
한화그룹에 입사한 뒤 김 사장의 행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해외 사업과 신사업이다. 한화생명에서 맡았던 역할을 살펴보면 디지털혁신실장, 미래혁신 및 해외총괄,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 전략부문장,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최고글로벌책임자(GCO) 등이다.
현재 오너 3세가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보험사로는 한화생명과 함께 교보생명과 현대해상 정도가 있다. 정경선 전무는 현대해상의 최고지속가능채임자(CSO)로 디지털 신사업 및 ESG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신중하 상무는 교보생명에 신설된 AI활용/VOC데이터담당 조직에 몸담고 있다.
김동원 사장은 이들과 다르게 해외 사업에 방점이 찍혀있다. 김 사장은 2023년 초 CGO에 올라 올해로 3년째 해외 사업을 이끄는 중이다.

◇난이도 높은 해외 사업, 김 사장이 맡은 이유는
사실 생명보험사는 금융사 중에서도 유독 해외 진출 난이도가 높은 업권으로 손꼽힌다. 시장에 자리를 잡기까지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인보험을 다루기 때문에 한국계 기업 등과 연계해 물보험 판매가 가능한 손해보험사보다 시장 안착이 쉽지 않다.
그러나 한화생명의 경우 일찌감치 해외 진출에 나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다져놓은 만큼 김동원 사장 입장에서 그리 '험지'는 아니다. 특히 해외 사업은 리스크가 크고 성공 여부를 쉽사리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단기 성과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뚝심있게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각 국가의 규제와 정책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또 국내와 비교하면 인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오너가 이끈다는 사실 자체가 해외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한층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사업 성과가 눈에 잘 드러나기 때문에 성과를 쌓고 알리기에도 용이하다. 유학생활을 거치며 쌓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도 있다. 영업 등 보험사의 핵심 업무와 다소 동떨어져있지만 최근 중요성이 높아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김 사장이 GCO에 오른 이후 낸 성과로는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인수와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인수를 꼽을 수 있다. 두 곳 모두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국내 보험사가 해외 은행 그리고 해외 증권사를 인수하는 건 모두 한화생명이 처음이다. 단순 보험사를 넘어 종합 금융그룹으로 외형을 하나둘 완성해가고 있다.
두 곳 모두 기존 사업자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초기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지만 현지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노부은행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고 벨로시티 가격은 2500억원으로 전해졌다. 둘이 더해 5000억원은 훌쩍 넘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역시 오너의 의지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의사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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