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는 지금]지지부진 한화생명 주가, 무엇이 발목잡았나③업권 자체의 한계…소극적 주주환원에 지배구조 불확실성 겹쳐
조은아 기자공개 2025-06-02 11:39:03
[편집자주]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삼성·한화·교보'의 빅3로 재편된 지 오래다. 그간 많은 도전자들이 빅3의 아성을 깨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생명보험 시장은 혁신도 경쟁도 없는 '재미없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최근 몇 년 금융지주들이 보험업 확대에 공을 들이면서 중상위권 업계에선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중하위권 보험사들은 날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둔화 등 보험업 전반을 둘러싼 위험요인은 중하위권 보험사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9일 16시24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그룹을 꼽자면 한화그룹을 빼놓을 수 없다. 방산과 조선으로 말 그대로 날개를 달았다. 올들어서만 한화 주가는 176%,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139%, 한화오션 주가는 106% 급등했다. 에너지·화학 사업을 하고 있어 내내 부진한 실적을 냈던 한화솔루션마저 주가 상승 행렬에 동참했다. 올해 주가 상승률이 80%에 이른다.규모로는 이들을 앞서는 한화생명은 이런 흐름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 사업구조적 한계가 명확한 생명보험사라는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지만 주주환원 움직임이 미미하다는 점, 그룹 지배구조 차원에서도 딱히 주가 상승을 이끌만한 동력이 없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종 자체의 한계, 해외 사업 성과는 '아직'
한화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사 빅3 중 하나다. 상장한 건 2010년으로 2009년 동양생명에 이어 생보사 중 두 번째로 유가증권 시장에 입성했다. 그러나 주가는 이런 위상과 역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2조원대 중반에 머물고 있으며 시총 순위는 130위권이다. 시총 규모는 29일 종가 기준 업계 1위 삼성생명의 13%에 그친다.
한화생명 주가는 공모가 8200원에서 시작해 2010년 4월 종가 955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주가가 일부 하락했으나 2017년까지는 6000~8000원대 사이에서 등락을 오갔다.
본격적 하락세가 시작된 건 2018년이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증시가 활황을 맞았을 때도 한화생명 주가는 반등하지 못했다. 최근 2~3년 사이엔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등 제도 변화와 급격한 저금리 환경의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소폭 회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3000원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화생명 주가가 부진한 이유로 업권 자체의 한계를 꼽을 수 있다. 보험산업은 내수 중심인 데다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 특성상 성장 기대치가 높지 않다. 손해보험사까지 더해 상장 보험사를 살펴봐도 PER(주가수익비율)이 10배를 넘기는 곳이 없다.
보험사의 손익은 크게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으로 나뉘는데 보업손익의 경우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자손익은 금리 등 외생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업계 부동의 1위 삼성생명조차 만년 저평가주로 지목된다. 다른 생보사 역시 마찬가지로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적이 좋아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한화생명이 해외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지만 아직 얼마만큼의 실질적 수익을 안겨줄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크게 매력적 요인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가를 단번에 끌어올릴 만큼의 규모도 아니다. 인도네시아 노부은행의 연간 순이익 규모는 2023년 기준 120억원에 그친다.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의 자산은 1조원대다.
◇기대 못미치는 주주환원, 지배구조도 발목
몇 년 사이 주주환원 움직임도 미미했다. 한화생명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배당을 실시해오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배당을 중단했다. 지난해 주당 150원으로 배당을 재개했으나 올해 다시 중단한 상태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 때문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 계약자가 중도 해지 시 지급해야 할 환급금을 대비해 적립하는 법정 준비금을 의미한다. 배당 가능 이익 산정 시 준비금만큼의 비용이 차감돼 배당 여력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앞으로도 적극적 주주환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금리 인하기조에 따라 생보사들의 자기자본이 감소하고 지급여력비율(킥스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로 만기가 긴 보험상품을 취급하는 생보사들은 금리가 내려가면 자본 부담이 커진다.

지배구조 차원에서도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유인이 딱히 없다. 현재 한화그룹은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 등 삼형제가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계열사 한화를 통해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한화생명은 한화의 자회사이자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들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추후 김동원 사장이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그룹의 금융 사업을 물려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동원 사장이 어떤 방식으로 한화생명 지분을 확보할지 아직 마땅한 시나리오는 나오지 않았다. 한화생명 지분을 따로 확보하지 않고, 한화를 통해 간접 지배력만 행사할 가능성 역시 제기된다.
다만 개인이 직접 지분을 매입하든,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를 활용하든 어떤 방식으로도 한화생명 주가가 낮아야 김 사장에게 유리하다. 김 사장이 다른 계열사 지분은 상당 수준 보유하고 있는 반면 한화생명 지분은 거의 보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월 말 기준 김 사장의 한화 지분율은 5.37%, 한화에너지 지분율은 25%인 반면 한화생명 지분율은 0.03%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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