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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게임온 사태가 한국 VC에 주는 교훈

박상희 벤처중기1부장공개 2025-06-04 09:12:3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02일 07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3년 게임온(GameOn) 투자를 검토했다. 하우스 색깔이 플랫폼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기조였지만 게임온은 글로벌 스포츠 시장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해 성장 가능성이 커보였다. 긍정적으로 투자를 검토했는데 게임온에 요청한 재무제표가 오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감사보고서 조작과 횡령 비리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만난 한 대형 벤처캐피탈 대표는 미국의 스포츠 게임 플랫폼 스타트업 '게임온' 때문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던 경험을 털어놨다. 게임온이 투자심의원회에서 투자를 검토하던 기업이었는데, 심각한 재정 문제와 경영진의 부정행위로 인해 사실상 폐업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포트폴리오 기업 대다수의 실패 확률은 80~90%에 달한다. 포트포리오 가운데 극히 일부만 기업공개(IPO) 및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엑시트 성과를 낸다. 성공한 포트폴리오가 수십~수백배에 달하는 투자 수익을 창출해 펀드 전체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VC가 투자를 검토했거나 실제 투자를 단행한 기업 가운데 문을 닫거나 회생 절차를 밟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포트폴리오 기업의 실패를 경험하는 것은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숙명과도 같다. 그럼에도 게임온 사례가 특별했던 것은 작지 않은 교훈을 줬기 때문이다.

게임온은 총 6000만달러 이상을 유치했는데 이 과정에서 허위 매출, 조작된 은행 잔고, 가짜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투자자들을 기만했음이 드러났다. 내부 조사 결과 11만달러가 있어야 할 계좌에 단 0.37달러만 남아있는 등 심각한 재정 문제가 발견됐다.

창업자 부부는 투자금 가운데 상당 금액을 개인적으로 유용하기도 했다. 투자를 검토했던 VC는 감사보고서를 수령하지 못했지만, 만약 전달이 됐더라도 조작된 재무제표였을 것이다. 이에 기반한 투자는 쓰디쓴 실패로 귀결됐을 터다.

해당 VC 대표는 게임온 사태 이후 전 직원에게 이번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글로벌 투자를 단행할 때 좀 더 정교한 프로세스를 만드는 기회로 삼자고 당부했다. 투자를 검토할 때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감사보고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음은 물론이다.

미국은 2001년 엔론(Enron) 사태 이후 회계와 감사 제도가 엄격해졌다. 엔론 사태는 미국 자본시장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계·감사 제도 개혁으로 평가받는 사베인스-옥슬리법이 제정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비상장 스타트업은 일반적으로 감사보고서 제출이 법적 의무가 아니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게임온 경우처럼 회계법인의 명의를 도용하거나,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매출과 수익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허위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수도 있다.

스타트업 강국인 미국에서도 이럴 일이 발생하는데 한국은 어떨까. 게임온 사례처럼 작정하고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하지는 않더라도 회계적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다고 한다. 실제 한 명품이커머스 플랫폼 업체는 실제로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흑자를 기록했다는 자료를 발표한 적도 있다. 실제 영업손익 차이는 40억원에 달했다.

놀랐던 건 이 사건을 바라보는 일부 벤처캐피탈리스트의 태도였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비롯한 회계 전문가가 부재한 스타트업에서 종종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라고 했다. 같은 이유로 재발 방지 대책 등 후속 조치를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에서 발생한 회계 오류에서 고의성은 없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단순 실수였다고 하더라도 스타트업의 회계 및 재무적인 실수가 묵인되는 관행에 빠져서는 안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스타트업씬의 전반적인 윤리 의식이 후퇴하고 근본적인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벤처 생태계가 보다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재무제표나 감사보고서를 비롯한 기본적이고도 기초적인 것들을 놓치지 않는 벤처캐피탈의 단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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