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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오너 리스크 '정면 돌파'…사외이사도 '경영 중심' 그룹 핵심 인물로 떠오른 유태호 대표…이호진 전 회장 복귀 '주목'

박완준 기자공개 2025-06-11 11:08:05

이 기사는 2025년 06월 05일 07시15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외 24곳의 계열사를 보유한 태광그룹은 지주사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호진 전 회장이 2012년 횡령 등의 혐의로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이에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이 그룹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태광산업이 올해 이사회를 전면 개편하면서 오너 리스크를 정면 돌파한다. 과거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김치·와인 강매 사건' 중심에서 내부거래로 내홍을 겪은 계열사 티시스와 태광산업의 대표이사를 동일한 인물로 배치했다. 최근 검찰의 두 번째 무혐의 처분에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태광산업은 올 3월 이사회를 통해 유태호 티시스 대표를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유 대표는 2023년 8월부터 티시스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이로써 태광산업과 티시스는 동일한 대표이사를 갖게 됐다. 유 대표는 계열사인 티엘케미칼과 티알엔, 메르벵 등의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업계는 태광산업의 대표 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말 성회용·오용근 공동 대표 체제를 구축한 지 3개월 만에 이뤄진 인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3월 선임됐던 성 전 대표는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년 만에 회사를 떠났다. 오 전 대표도 부사장 승진 3개월 만에 사임하면서 이사회에서 빠졌다.

과거부터 태광산업과 내부거래로 법정 공방을 이어온 티시스와 메르벵의 대표를 동일한 인물로 선임한 점도 눈길을 끈다. 내부거래가 이뤄지는 회사의 대표를 한 사람이 겸직하면 상신과 결재가 한 사람 손에 집중되는 구조가 구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태광산업은 계열사인 티시스와 메르벵과 함께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티시스가 생산한 김치를 계열사들에 시중보다 2~3배 높은 가격에 판매한 혐의다. 메르벵도 그룹 계열사에 46억원 상당의 와인을 명절 선물로 판매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지적됐다.

이에 공정위는 2019년 해당 사건을 사익편취로 판단하고 과징금 약 22억원을 부과한 동시에 이 전 회장과 당시 경영기획실장이던 김기유 전 실장, 태광산업 등 19개 계열사를 모두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올 4월 이 전 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무혐의 처분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태광산업은 이사회부터 재편했다. 사내이사를 기존 3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유 대표와 함께 정안식 영업본부장 상무가 이름을 올렸다. 정 상무는 태광산업에서 석유화학 제품의 영업을 담당하며 3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을 17년 만에 수용하며 사내이사로 올라선 인물이다.

사외이사도 법률 대신 경영 전문가 중심으로 재편했다. 앞서 태광산업은 지난해 말까지 남유선 국민대 법대 교수와 최영진 전 감사원 지방행정감사1국장, 김우진 서울대 경영전문대 교수, 안효성 회계법인 세종 상무이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하지만 올 3월 남 교수의 임기가 끝나면서 오윤경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업계는 태광산업의 이사회 재편을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포석으로 보고 있다. 아직 이 전 회장이 계열사 자금을 직원 명의의 허위 급여로 지급한 뒤 이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수십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법원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태광산업 지분 6.09%를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이 전 회장의 이사회 등기임원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대 주주이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전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정식 복귀해 성장 전략 구축 등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배치한 점은 그룹 차원에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태광산업 이사회는 최종 결정권자인 이 전 회장 복귀에 앞서 미래 먹거리 확보 등 투자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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