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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시장 지각변동]재간접펀드에 철퇴…소규모 사모운용사 타격 불가피④유행처럼 번졌던 전략 타격...중소형사 펀딩난 심화

황원지 기자공개 2025-06-11 08:18:38

[편집자주]

코스닥벤처, 공모주하이일드 등 공모주펀드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이들 정책펀드는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으로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동시에 공모주 시장을 지탱하는 핵심 비히클이다. 하지만 연초 발표된 IPO 개선안으로 락업 요건이 강화되면서 기존 구도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더벨은 7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운용사, 판매사, 고객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의 시각에서 공모주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05일 08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번 제도개편에서 핵심적인 내용 중 하나는 재간접 펀드 금지다. 사모운용업계에서는 그간 재간접을 통해 수요예측에 중복참여해 공모주 물량을 2~3배 늘려서 받아왔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일종의 부스터처럼 신생 운용사의 펀드에 자금을 내리는 전략이 유행하기도 했다.

7월 시행될 개편안에서 재간접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사모운용업계 재편이 예상된다. 재간접펀드 위주로 성장한 소규모 운용사 위주로 타격이 클 전망이다. 이미 판매사에서는 재간접 전략을 활용하는 펀드를 퇴출하는 등 물밑작업이 진행중이다.

◇재간접전략 실익 사라져… 판매사 상품팀서도 ‘퇴출 절차’

이번 IPO 제도개편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내용 중 하나는 재간접펀드의 중복참여 금지다. 지금까지는 재간접을 통한 공모주 물량 극대화가 가능했다. 예를 들어 100억원 규모의 코스닥벤처펀드를 새로 설정하면, 이중 50억원은 타 운용사의 또다른 코스닥벤처펀드로 내린다. 첫번째 펀드는 설정액인 100억원 규모로, 재간접 펀드는 받은 자금인 50억원 규모로 수요예측에 참여한다. 이렇게 중복참여를 통해 받는 공모주 규모를 두 배, 세 배로 늘릴 수 있었다.

이러한 재간접 방식은 특히 지난해 사모운용 업계에서 인기를 끌었다. 재간접으로 공모주 물량을 늘리는 방식은 수년 전부터 일부 사모운용사들이 취해온 전략이지만 일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3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재간접 방식의 공모펀드를 출시하면서 일반 투자자 사이 이해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사모운용사들도 재간접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지난해 초에는 업계에 유행처럼 번졌다.

공모주 재간접을 하우스 주요 전략으로 내세운 신생운용사들도 생겨났다. 한 사모운용사 대표는 “안전하게 연간 7~8%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으니 판매사에서도 장려했고 운용사 대표들끼리 서로 (재간접을 위해) 소개해주는 경우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400개가 넘는 사모운용사가 생겨난 데에 재간접펀드가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7월 개편안이 시행되면 더이상 재간접 방식은 금지된다.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재간접 구조인 경우 투자펀드의 주금납입능력에서 피투자펀드의 출자 금액을 제외한다. 100억원 규모의 펀드에서 50억원을 재간접으로 내린다면 남은 50억원만을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다. 공모주를 받을 수 있는 총액을 펀드 전체 설정액인 100억원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재간접 펀드를 활용했던 하우스들은 벌써부터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재간접 자금을 받았던 중소형사들의 영향이 크다. 한 중소형 사모운용사의 주식운용본부장은 “공모주 시장 상황이 나빴던 가운데 그나마 재간접을 통해 유치했던 자금도 끊기면서 최근 신규 펀드 설정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다만 운용자산 규모가 큰 대형 운용사들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형 사모운용사 마케팅본부장은 “지난해 미래에셋운용의 한 재간접 펀드에서 손실이 크게 나면서 고객들의 경계심이 커졌고, 작년 말부터 신규 펀드는 대부분 재간접 없이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사모운용사 운용역은 “타사가 공모주 재간접 부스터를 사용해서 우리도 했을 뿐, 모두가 막혀서 동일하게 경쟁하게 된다면 오히려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미 판매사에서는 재간접 펀드의 퇴출 절차를 밟고 있다. 한 판매사 상품팀장은 “재간접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은 작년 말부터 거의 안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7월부터 재간접의 실익이 사라지기에 이미 설정했던 펀드들도 전략 변화를 고객에게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재산 대상 IPO 참여요건 강화… “신생사 타격 있을 것”

사모운용사와 투자일임사에 대한 수요예측 참여기준 상향도 신생 운용사의 운신을 제한하는 요소다. 금융당국은 2016년 처음으로 수요예측 참여 가능기관으로 사모운용사와 투자일임사를 허용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펀드도 기관투자자로 간주돼 공모주를 배정받아가는 등 과열 현상이 나타나자 2022년 참여자격을 일부 강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가치 평가 역량이 부족한 작은 하우스가 과열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이번에 허들을 한번 더 올렸다.

금융위원회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 발췌

개편안의 요지는 고객이 맡긴 돈도 이제 참여자격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고유재산을 통해 공모주에 투자할 때에만 자격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는 사모운용사, 투자일임사 모두 등록일이 2년 경과했고 3개월 일평균 총위탁재산이 50억원 이상이거나, 3개월 일평균 총위탁재산 30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고유재산을 통해 공모주 투자가 가능했다.

반면 고객이 맡긴 돈인 펀드재산에 대해서는 별도의 자격요건이 없었다. 투자일임사는 계약기간이 3개월이 넘었고 3개월 일평균 5억원 이상의 일임계약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긴 했지만 문턱이라고 보긴 어려울 정도로 낮았다. 이에 참여재산 종류에 따라 자격요건이 달라지는 점이 비합리적이라는 지적도 일었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고유재산, 펀드재산 구분 없이 참여자격을 확인한다. 사모운용사의 경우 고유재산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투자일임사는 수요예측 참여자격을 충족한 기관투자자의 일임계약이라는 조건을 추가한다.

이번 조치는 새로 생기는 신생 운용사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참여요건 강화로 기존 공모주 참여기관의 약 20% 정도는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중소형 사모운용사 대표는 “이미 코스닥벤처, 하이일드 라인업을 가진 운용사라면 총위탁재산 300억원 이상 기준을 넘는 건 손쉬울 것”이라며 “문제는 이제 막 만들어졌거나, 만들려고 하는 신생 운용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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