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모닝스타 5스타' 집중투자의 대가 임성호 대표미래에셋 홍콩서 중국펀드 총괄…미국시장으로 ‘피벗’
황원지 기자공개 2025-06-13 15:06:09
이 기사는 2025년 06월 09일 07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성호 아크미스자산운용(홍콩) 대표는 중국 투자로 운용업계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에서 15년 가까이 일하며 디스커버리와 같은 굵직한 펀드를 총괄했다. 집중투자 전략을 굳건하게 지키며 중국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로는 한국 최초로 모닝스타 5성을 받기도 했다.2019년 미래에셋을 나와 직접 자산운용사를 차리면서 커리어에 전환점을 맞았다. 미국 시장의 장기적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 중국에서 미국으로 투자지역을 바꾸면서다. 미국 시장에서도 ‘좋은 종목을 오래 보유한다’는 장기 투자 전략으로 4년동안 100%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성장 스토리: SMIC 1기 출신, 매니저가 ‘천직’
임 대표는 서울대학교 투자동아리 스믹(SMIC) 1기 출신이다. KCGI를 이끌고 있는 강성부 대표를 시작으로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 박진호 NH-Amundi 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장 등이 동기다. 임 대표는 이때부터 해외로 나가야겠다는 꿈을 키웠다. 그는 “다같이 모여서 워렌 버핏, 피터 린치 등 대가의 책을 읽으며 투자 전략을 연구하고 국내 시장에 투자했으나 책처럼 작동하지 않더라”라며 “월스트리트 같은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항상 했었다”고 회고했다.

투자자문사에서 운용업계에 첫 발을 디뎠다. 졸업 전인 2001년 학교 선배의 투자자문사에서 약 1년간 인턴을 했다. 일종의 리서치 애널리스트 역할을 맡았는데, 이때 투자가 천직이라는 걸 느꼈다. 다만 분석하는 사람보다는 투자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임 대표는 “주식시장에서 자본주의의 꽃은 주식 시장이고 거기에서 에이스가 되는 방법은 펀드매니저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펀드매니저를 시작한 건 2002년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펀드매니저를 뽑는다는 소식에 지원서를 내 공채 4기로 입사한다.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디펜던스, 디스커버리 펀드 등으로 압도적인 수익률을 내던 때다. 김태우 현 하나자산운용 대표가 직속 팀장이었다. 임 대표는 “처음 입사했는데 김태우 대표를 비롯해 국내에서 1, 2등 하는 기라성 같은 운용역들이 가득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그 안에서 승부를 내는 방법은 체력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빌딩 청소부보다 일찍 출근했고, 막차를 타고 퇴근했다. 주말 출근은 당연했고 추석이나 설에도 피자를 한판으로 끼니를 떼우며 일에 집중했다. 임 대표는 “정말 무식하게 열심히 했던 시기”라고 회고했다. 신입사원의 열정은 박현주 회장의 눈에도 들었다. 미래에셋이 해외 확장을 시작하던 2005년 홍콩법인으로 갈 인력을 뽑았는데, 임 대표가 기회를 잡았다.
홍콩은 임 대표에게 완벽한 무대였다. 인원이 많지 않아 연차가 높지 않았음에도 혼자서 펀드 운용의 시작부터 끝을 책임질 수 있었다. 2006년부터 중국시장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 운용을 시작했고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당시 미래에셋의 중국 펀드 대부분을 맡게 됐다. 2013년에는 미래에셋차이나디스커버리 펀드 운용을 시작했고, 2019년에는 미래에셋차이나그로스 펀드로 세계적인 펀드 평가회사인 모닝스타에서 최고 등급인 5스타를 받았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 “투자는 보물을 오래 보유하는 게임… 우량주에 집중, 장기투자”
임 대표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단어는 집중투자다. 임 대표는 “백종원 대표의 골목식당을 보면 모든 가게에 공통적으로 하는 조언이 있다. 메뉴를 줄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뉴를 줄여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는 찾아놓은 보물을 오래 보유하는 게임이지, 매일매일 새로운 보물을 찾는 게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자고 일어났더니 새로운 우량주가 생기진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주식이 위험자산이라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봤다. 안전자산인 채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원금보존이라면, 위험자산인 주식으로는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한다. 임 대표는 “주식투자자는 30~50% 수익률을 목표로 투자를 할 것이 아니라 3~5배, 또는 10배 이상의 수익을 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 종목 선정부터 고심한다. 임 대표는 종목을 선정할 때에 2~3년안에 두 배 이상, 5년 안에 3배 이상 성장할 수 있는지를 따져본다. 단기 기대수익률이 높아보인다고 모두 담는 건 아니다.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거나 위험 요인이 많은 종목은 피한다. 엄격하게 선별한 종목에는 비율을 높여 과감하게 집중투자한다.
매도도 신중하다. 임 대표는 “장기투자라 함은 주가가 50~100% 올랐다고 기계적으로 매도하지 않고 계속 보유해 장기적인 종목 수익률을 극대화한다는 뜻”이라며 “어떤 경우에는 10배 넘게 오를 때까지 보유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장기 보유 전략을 우선하되 투자 아이디어가 틀렸거나, 더 좋은 투자 기회를 발견했을 때에 한해 매도를 결정한다.
임 대표는 “과거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5조원 넘는 자금을 운용할 때에도 포트폴리오를 20개 종목 안쪽으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루두루 리서치하고 안다는 건 제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뜻”이라며 “나쁜 종목을 개수만 많이 담는다고 위험이 분산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잘 알고 확실한 좋은 종목 하나에 집중투자하는 게 오히려 위험이 적다는 설명이다.

◇트랙레코드1: 모닝스타 5성 쾌거… 차이나그로스&디스커버리 펀드
임 대표는 집중투자 전략을 수익률로 증명했다. 그가 2013년부터 2019년 3월 퇴사 전까지 운용했던 ‘미래에셋차이나디스커버리’ 펀드의 운용기간 내 누적 수익률은 122.15%였다. 같은 기간 벤치마크 지수인 MSCI 차이나 지수가 23.20% 상승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거의 100% 가까이 아웃퍼폼한 셈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회전율이다. 비슷한 시기 임 대표가 운용했던 ‘미래에셋차이나그로스’ 펀드의 2018년~2019년 분기별 매매 회전율은 5~14% 수준이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40~50% 수준이다. 한번 투자하면 보통 2~3년 이상 보유하는 장기투자를 한다는 뜻이다. 좋은 종목을 사서 오래 보유한다는 집중투자 원칙을 굳건하게 이어왔다는 증거다.
임 대표가 기억에 남는 종목은 마오타이다. 마오타이는 중국 최고의 바이주(백주) 생산기업이다. 중국에서는 접대용 술로는 제일로 여겨져 사업을 할 때에 필수품으로 꼽힌다. 임 대표는 “마오타이는 구하기가 어려워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후강퉁이 막 시작됐을 때 마오타이의 매출 총이익률은 90%에 달했고 이익은 매년 15~20%씩 성장”했다며 “PER이 8배였는데 20배까지 갈 수 있는 종목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문제는 당장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가 마오타이에 투자한 2014년은 해외의 개인투자자도 홍콩거래소를 통해 상하이거래소를 매매할 수 있게 허용한 후강퉁이 시작된 때다. 중국 본토 주식시장에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면서 여러 종목이 너나할것 없이 올랐다. 임 대표는 “포트에 넣지 않은 다른 종목들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가운데 마오타이는 오히려 수익률이 빠지면서 실적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눈을 믿었다. 임 대표는 “제가 봤을 땐 왜 안사지 싶을 정도로 좋은 주식이었고, 그래서 소신대로 포트폴리오를 지켰다”고 말했다. 몇 달 후 급등했던 다른 종목들이 꺾이기 시작했고, 기초체력이 탄탄했던 마오타이는 반대로 오르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임 대표는 마오타이 단일 종목으로 10배 이상 수익을 올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적당히 올랐다고 팔지 않고 끝까지 투자해 성과를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2 : 기회는 미국에 있다, ‘NH아크미스글로벌우량주랩’
임성호 대표의 커리어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2019년에 일어났다. 2019년 3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퇴사한 그는 홍콩에 IM캐피탈파트너스(현 아크미스자산운용 홍콩)을 세운다. 이때 투자지역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꾸는 강수를 둔다. 20년 넘게 미래에셋에서 중국 펀드를 도맡았던 중국 전문가의 선택으로는 일견 이해가 가지 않는 결정이었다.
이는 그의 운용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그가 처음 홍콩에 갔을 때 미래에셋 사무실 윗층에는 한 유럽계 증권사가 입점해 있었다. 임 대표는 “그 친구들은 오후 4시만 되면 그 맞은편에 있는 펍에 가서 맥주를 마시더라”라며 “처음에는 증권업이 이렇게 치열한데 저렇게 해서 돈을 벌겠나 싶어 한심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알고보니 저희보다 적게 일하는데도 대우가 훨씬 좋더라”라며 “우리보다 수익성이 좋은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임 대표는 “주말에도 일을 한다는 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방향성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찾은 방향성이 집중투자다. 그는 여기에 더해 지역 선택이 중요하다고 봤다. 임 대표는 “물고기가 세 마리 있는 낚시터와 물고기가 100마리 있는 낚시터는 승률이 다를 수 밖에 없다”며 “전자가 국내증시라면 후자는 미국증시”라고 말했다. 그는 “버핏이 테슬라,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에 투자하지 않았지만 성공했던 건 그가 유럽이나 아시아로 가지 않고 미국에 남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임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 미국 때문에 전세계가 경기침체를 겪은 후에도 가장 먼저 회복했던 건 미국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이 흔들리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인재와 자본이 모이는 건 미국 외에 선택지가 없다는 시각이다. 그는 중국이 2021년 시진핑 주석이 기술, 플랫폼 기업에 규제를 강화하면서 좋은 기업들이 사라졌다고 봤다. 그는 “제가 만약 제2의 테슬라, 엔비디아를 만들 뛰어난 창업자라면 중국이 아닌 미국증시에 상장할 것”라고 지적했다.
미국으로 방향성을 잡고 처음 출시한 상품은 ‘NH아크미스글로벌우량주랩’이다. NH투자증권과 손을 잡고 2020년 1월 출시했다. 출시 초기 코로나가 터지면서 단기적으로 손실을 보며 고전했으나, 이후 반등장에 성과가 급등했다. 5월 말 기준 누적 수익률은 100.13%를 기록했다. 벤치마크지수(MSCI World)가 같은 기간 76.09%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24% 가까이 아웃퍼폼했다.

◇향후 계획: “한국의 버크셔 해서웨이 되겠다”
임성호 대표는 향후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워런 버핏이 재산 200조원 중 80~90% 이상을 70대 이후에 벌었다고 한다”라며 복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장 엄청난 수익을 내지 않더라도 꾸준히 오래 투자해 결국 막대한 성과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임 대표는 운용도, 회사도 초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 그는 “회사와 주주, 직원, 그리고 고객들이 같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더 많은 고객들이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되겠다는 의지도 있다. 그는 “미국은 블루칼라 노동자들도 퇴직연금인 401K를 통해 은퇴 준비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시장 투자로는 확신할 수 없지만 미국 시장 투자로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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