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을 움직이는 사람들]'관행' 깬 이환주 행장, 리딩뱅크보단 '성장하는 은행'①보험사 CEO 이력…최우선 과제는 '신뢰 회복'
조은아 기자공개 2025-06-12 12:22:32
[편집자주]
KB국민은행이 마지막으로 리딩뱅크 타이틀을 거머쥔 건 2021년이다. 무려 4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회성 비용을 비롯해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내부적으로 아쉬움이 없을 리 없다. 현재 국내 4대 시중은행은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시대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매년 순이익 순위가 바뀌고 올해 승자 역시 예측하기 쉽지 않다. 맞닥뜨린 경영환경도 대동소이하며 대응하는 전략방향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국민은행의 리딩뱅크 탈환을 이끌 건 ‘사람'뿐이다. 국민은행을 움직이는 이환주 행장 체제 키맨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그들의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0일 07시36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올해 초 취임했다. 2021년 지주로 떠난 지 4년 만에 은행으로 돌아왔다.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KB생명보험 대표에 이어 통합 KB라이프 대표까지 두루 겪으면서 연륜과 관록이 한층 더 쌓였다.그는 취임 이후 줄곧 신뢰를 강조하고 있다. 금융회사는 고객으로부터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만큼 국민은행 역시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근본적인 내부통제 혁신 및 기업문화를 쇄신하고 있다. 리딩뱅크 탈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기준 3위로 밀려났다. 더 이상은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 행장은 재무적 1등보다는 은행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관행' 깬 인사
이환주 행장은 1964년생으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국민은행에 입행했다. 강남교보사거리지점장, 스타타워지점장 등을 거쳐 영업기획부장을 지냈고 외환사업본부장도 1년 반가량 지냈다. 개인고객그룹대표(상무, 전무)와 경영기획그룹대표(부행장)를 지내다 2021년 지주로 이동해 CFO를 맡았다.
그가 지난해 말 은행장으로 내정되자 국민은행 안팎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개인적 역량만 본다면 충분했지만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는 특징을 여럿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전임(1966년)보다 나이가 2살 많다. 세대교체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최근의 흐름과는 동떨어졌다. 실제 KB금융이 전임보다 나이가 많은 인물을 새 은행장으로 선임한 것도 이 행장이 처음이다.
영업그룹대표를 지내지도 않았다. 보통 국민은행 내부에선 경영기획그룹대표를 거쳐 영업그룹대표에 오르는 게 '은행장 코스'로 여겨진다. 실제 허인 전 행장과 이재근 전 행장은 경영기획그룹대표와 영업그룹대표를 순차적으로 지냈다. 반면 이 행장은 영업그룹대표를 지낸 적은 없다. 계열사 대표를 지낸 경험이 있는 행장 역시 그가 처음이다.
물론 공통점도 있다. 재무 쪽에서 주요 경력을 쌓았다는 점은 전임들과의 공통점이다. 허인 전 행장, 이재근 전 행장, 이환주 행장 모두 국민은행에서 경영기획그룹대표를 지낸 경험이 있다. 경영기획그룹은 재무 업무를 총괄하는 곳이다.
이 행장은 영업 관련 경험도 많은 만큼 영업 현장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통찰력과 함께 작은 숫자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예리한 시각도 강점이라는 평가다.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 사이에서 신망도 매우 두텁다. 격식을 따지지 않으며 친화력도 좋은 편이다.
특히 KB라이프에서 보여준 경영 성과가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쉽지 않은 자리에 보내졌는데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고 복귀했다. 이환주 행장은 KB라이프의 초대 수장이다. 전신인 KB생명보험 대표에 올라 푸르덴셜생명과의 통합법인 출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통합 KB라이프 대표를 맡은 뒤로는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물리적, 화학적 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실제 KB라이프는 이환주 체제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연간 순이익은 통합 전 두 회사의 단순 합산치보다 90%가량 증가했다.

◇'조화와 균형을 통해 성장하는 은행' 목표
그는 올해 고객 신뢰를 구축하고 내부 문화를 혁신해 조화와 균형을 통해 성장하는 은행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금융회사의 기본은 고객의 신뢰이며 은행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구체적 경영 비전으로는 △내실 있는 성장의 안정적 추진 △자본 및 비용 효율성 중심의 체질 개선 △은행과 비은행 간 시너지 극대화를 제시했다.
그가 직접 밝힌 적은 없지만 리딩뱅크 탈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신한은행, 하나은행에 밀려 3위까지 떨어졌다. 일회성 비용 탓이지만 그걸 제외하더라도 다양한 경영지표가 경쟁 은행들보다 좋지는 못한 상황이다. 수익성을 보여주는 ROA(총자산순이익률)와 ROE(자기자본이익률)뿐만 아니라 건전성을 보여주는 고정이하여신(NPL)비율과 연체율 등도 악화됐다.
이 행장은 당장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기보다는 국민은행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세부적으로 성장 전략을 짜놓았다. 우선 리테일 부문에선 시니어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세분화된 고객 세그먼트별 성장 전략을 추진한다.
기업금융 및 WM 부문에선 질높은 자문·상담서비스 제공을 위해 운영체계 전반을 고도화하고 SME(중소상공인) 고객 기반 확대를 통한 질적 성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밖에 디지털 부문에선 KB스타뱅킹 밸류업과 임베디드 금융을 통한 KB플랫폼 생태계 확장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업종이 마찬가지지만 은행 역시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이 행장은 국민은행의 신사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두고 있다. 핀테크 출자 가이드라인에 따라 신기술 및 신사업 진출을 추진할 예정이다.
요양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시니어 고객에게 필요한 토탈케어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차원에서 KB라이프, KB손해보험 등 계열사까지 TF에 참여하고 있다. 이 행장은 2021년부터 보험사 CEO를 지냈다. 국내 은행장 가운데 유일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파이낸스
-
- [카드론 규제 후폭풍]카드론 막히자 다시 뜨는 할부금융… 리스크 부담
-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 파장]부산은행, 주담대 중심 성장 전략 '변화 기로'
- [저축은행 수익구조 점검]OK저축, 투자 성과에 가려진 수익성 둔화…내실 성장 과제
- [저축은행 매물 분석]'적기시정조치' 안국저축은행에 쏠리는 관심
- [중소 보험사 펀더멘털 점검]AIA생명, 효과 줄어든 보장성 강화
-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 파장]카카오뱅크, 예견된 성장 둔화…포트폴리오 다각화 과제
- [금융사 상생금융 2.0]신한금융, 금융부담 완화 방점 찍은 '업(Up) 프로젝트'
- [생명보험사는 지금]통합 3년차 KB라이프, 아직은 아쉬운 성적표
- [중소 보험사 펀더멘털 점검]하나생명, 수익성 반등 동력 CSM
- [금융사 상생금융 2.0]조단위 넘어선 상생금융, 더 크고 다양해진다
조은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생명보험사는 지금]통합 3년차 KB라이프, 아직은 아쉬운 성적표
- [생명보험사는 지금]농협생명, 대표 선임 관행이 남긴 아쉬움
- [Sanction Radar]기업은행 임직원 가족 DB 등록 시작, 실효성은
- [생명보험사는 지금]체질 개선 이뤄낸 농협생명의 과제는
- 우리라이프의 앞날은
- [생명보험사는 지금]농협생명은 왜 '찻잔 속 태풍'에 그쳤을까
- [생명보험사는 지금]신한라이프, 신성장동력 어디까지 왔나
- 고위 임원 대거 바뀐 ABL생명, 자리 지킨 임원은
- [생명보험사는 지금]위상 높아진 신한라이프, 그룹 비은행 1위 겨냥
- [생명보험사는 지금]출범 4년, 신한라이프는 빅3를 깰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