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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문화재단의 진화]한화, 새 전기 맞이한 미술관 설립의 꿈①'세상에서 가장 높은 미술관' 벤치마킹, 현대미술 최전선 브랜드 유치

서은내 기자공개 2025-06-16 08:43:27

[편집자주]

문화재단은 기업의 문화예술에 대한 가치관과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한다는 공통점을 지니지만 각사 오너의 의지에 따라 공익사업 성격, 실행력, 재단 구조 등이 매우 다양한 스팩트럼으로 나타난다. 특히 과거 한때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졌던 곳이 다수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변화를 시도하며 인식 개선을 꾀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곳이 많다. 연간 공시를 토대로 주요 대기업 문화재단들의 현재 위상과 과거부터 지금까지 변화 양상 등을 다방면에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0일 16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 미술관 건립의 꿈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한화는 서소문빌딩에서 '한화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소규모 전시를 열거나 63빌딩 꼭대기에서 기획전을 병행했지만 미술계에서 활동이 크게 각인되진 않았다. 이런 가운데 63빌딩 별관에 세계적인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 분관을 유치하며 아트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한화의 미술관 비즈니스는 그룹 전체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이다. 2003년 한화의 퐁피두 분관 건립이 확정된 시점부터 그룹 계열사들 자금이 문화재단으로 집중 지원되고 있다. 동시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동관·동원·동선 3형제도 개인 재산 출연 형태로 물심양면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퐁피두 유치 기점, 아트 비즈니스 본격화

한화가 미술관 운영 사업을 공식화한 것은 2007년 한화문화재단을 설립하면서부터다. 다만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것은 아니다. 재단은 서울 한화 서소문빌딩에 자리했다. 이곳에서 이따금 김승연 회장의 모친인 고 강태영 씨의 고미술 컬렉션을 중심으로 소규모 전시가 열렸다. 한화 창업주 김종희 회장 일대기를 다룬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강 씨는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1985년부터 고서, 희귀 단행본, 문인들의 기증품을 수집했다. 그의 소장품을 토대로 '아단문고'라는 재단도 만들었다. 한화문화재단 설립 기반은 강 씨 소유 45억원 상당 미술품이었다. 문화재단 설립 시 강 씨가 현금 10억원과 미술품을, 김승연 회장이 현금 5억원을 출연했다.

2008년 한화는 63빌딩 전망대를 전시장으로 단장해 '63스카이아트 미술관(63아트)'을 오픈하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미술관'이란 일본 모리미술관을 벤치마킹한 장소다. 기획전 형태로 방문객들에게 팝아트나 국내 근현대미술, 글로벌 거장들의 원화 또는 판화를 선보이는 정도였다.

고 강 씨의 컬렉션이 국내 옛 미술품을 중심으로 이뤄져온 반면 현재 한화의 관심은 현대미술을 향하고 있다. 현대미술의 최전선에 있는 퐁피두센터 분관을 유치한 것도 그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김승연 회장의 부인인 고 서영민 씨도 현대미술 애호가로 알려져왔다.

서 씨는 젊은 동시대 작가들을 육성하는 것에 관심이 컸다. 한화문화재단은 퐁피두를 유치하고 아트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서 씨의 기부금을 재원으로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글로벌 유명 레지던시에 국내 작가들을 보내주고 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퐁피두 센터 한화 서울' 내부 설계안 [사진 = Wilmotte & Associes Architectes]

◇넥스트 퐁피드, 컬렉션 조성 또다른 과제

재단 설립 이후 2020년대 초반까지는 재단의 자산 규모나 사업 자체에 큰 변동이 없었다면 근래에는 재단에서 자금은 물론 인력을 바쁘게 채용하며 조직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미술관 사업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재단은 2023년 퐁피두 유치와 함께 재단 주소지도 여의도 63빌딩으로 옮겼다.

아직까지 한화 아트 비즈니스의 방향성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미술계 안팎에서는 한화의 미술 관련 다양한 시도와 논의에 대한 얘기들이 들려온다. 퐁피두 사업은 일정 계약 기간으로 정해진 사안이다. 문화재단은 퐁피두 분관 사업 외에도 자체 미술관 토대를 위한 설계도를 진지하게 그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퐁피두 유치는 아트 사업을 본격화한 한화가 미술계에서 그룹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다. 퐁피두센터 운영을 통해 유수의 예술기관과 네트워킹하며 미술관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를 얻을 수도 있다.

미술관 운영에 있어 컬렉션의 힘이 큰 만큼 한화 역시 소장품 확보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화 오너가 소유 미술품의 규모는 삼성 등 대규모로 아트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인 다른 기업들에 비하면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소유 미술품도 장부가 기준 50억원 정도에 머물고 있다.

한화 오너가 개인들도 미술품 수집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재단 자금으로만 갑작스럽게 대규모 컬렉션을 조성하는데에는 시간이나 여건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오너 개인 소장품은 자연스럽게 '한화 컬렉션'에 담겨 향후 미술관의 소장, 기획 전시에 활용될 수 있다. 그만큼 오너가에서도 관심을 넓혀가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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