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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생명과학본부, 전사 구조조정에도 R&D·인력에 '힘' 후기 임상 진입, 연구개발비 증가…사업개발 강화, 신규 물질 도입 검토

한태희 기자공개 2025-06-12 10:09:56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1일 09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구광모 회장의 발언은 LG그룹 전체에 자리 잡은 위기의식을 내포한다. 주력 계열사 LG화학도 예외는 아니다. 워터솔루션, 반도체 소재, 에스테틱 등 사업부 매각과 함께 구조조정설까지 시장에서 거론된다.

LG화학이 전략적 재정비에 돌입한 가운데 생명과학부문 R&D(연구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은 오히려 늘었다. 기존 파이프라인의 기술수출, 개발 중단 등 다양한 자생 방안을 통해 신약 개발에 투자할 여력을 유지하고 있다.

8000억원 주고 매입한 미국 자회사 아베오를 중심에 둔 확장전략이 주목된다.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의 적용 범위 확대 및 신규 파이프라인 도입도 검토 중이다. 보스턴 법인장을 새롭게 선임하고 BD(사업개발) 임원을 파견하는 등 인사 움직임도 있다.

◇아베오 인수 후 '생명과학사업' 변곡점, 항암 신약 개발 집중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의 신약 개발 전략은 2023년 미국 아베오 파마슈티컬스(이하 아베오)를 약 8000억원에 인수하며 변곡점을 맞았다. 이미 상업화된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매출 규모를 키웠고 항암 신약 개발을 통한 미국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LG화학의 작년 생명과학부문 매출은 1조2691억원으로 전년 1조1281억원 대비 12.5% 증가했다. 약 8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아베오의 실적이 반영되면서 2023년부터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아직 기대만큼의 성과는 아니다.

신장암 3차 치료제 포티브다의 사용 범위 확장을 통한 매출 확대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포티브다는 최근 발표한 옵디보와의 병용요법 임상에서 지표 충족에 실패했으나 단독 요법으로서 2차 치료제 확대 가능성을 확인했다.

아베오의 작년 매출은 2309억원으로 전년 2004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3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전년 181억원의 당기순손실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LG화학은 아베오의 요원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신약 개발 등에 투입되는 생명과학부문 R&D 비용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LG화학 생명과학부문의 올해 1분기 R&D 비용은 약 1140억원으로 전년 1080억원 대비 5.6% 늘었다.

LG화학이 작년 한 해 생명과학부문에 투입한 R&D 비용은 4330억원으로 전년 3750억원 대비 15.5% 증가했다. 전년 대비 3% 증가한 석유화학, 2.5% 감소한 첨단소재 부문과 비교해 증가 폭이 두드러진다.

◇늘어나는 R&D 투자, 보스턴 법인 인사 변화도 눈길

LG화학은 최근 그룹에 불거진 위기의식과 함께 구조조정설까지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 워터솔루션 부문 매각을 협상 중이며 필러사업 등을 영위하는 에스테틱사업부를 M&A 매물로 내놨다. 반도체 소재 관련 사업도 잠재 매물로 언급된다.

이 같은 흐름 속 연간 4000억원대 비용을 투입하는 생명과학부문에 대한 전략 변화도 예상해볼 수 있다. LG화학 생명과학부문의 R&D 비중은 올해 1분기 투입한 R&D 비용 2800억원 가운데 40.7%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LG화학은 신약 개발 분야에서 항암제 위주 파이프라인을 재구성하며 자생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작년 1월에는 희귀비만증 파이프라인을 경쟁사 리듬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했다. 1300억원의 선급금을 포함한 계약 총액 4000억원 규모의 딜을 성사시켰다.

작년 6월에는 임상 1상 단계였던 MASH(대사이상지방간염) 치료 후보물질 'LG303174'의 개발을 전략상 중단했다. 2023년에는 스프린트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기술 도입한 MASH 후보물질을 반환했다.

최근에는 통풍 신약 '티굴릭소스타트' 개발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임상 3상 2건 중 EURELIA 1의 성공적 톱라인 결과에도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계획을 틀었다. 다른 파이프라인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LG화학은 두경부암 신약 피클라투주맙에 주목한다. 작년 1월 글로벌 임상 3상 첫 환자를 등록했다. 두경부암 표적항암제 '얼비툭스' 단일요법을 대조군으로 파이클라투주맙과 얼비툭스 병용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나아가 신규 파이프라인 도입도 검토 중이다. 희귀비만, 통풍 치료제 등 기존 신약 후보물질을 드롭하며 개발 여력이 생겼다. 비교적 빠른 상업화가 가능한 후기 임상 단계 항암 신약 후보물질 등이 기술도입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가운데 생명과학본부 보스턴 법인(LGCBL)의 인사 변화가 주목할 만하다. 작년 말 빅파마 화이자 출신 이동수 전무를 대신해 박희술 전무가 신임 법인장으로 선임됐다. 박 전무는 손지웅 사장을 보좌해 아베오의 M&A를 이끌었던 실무진이다.

비슷한 시기 현지 법인에 사업개발 임원도 추가로 투입했다. LG화학에서 경영전략, 사업개발을 담당하던 허성진 상무에 신사업담당을 맡겼다. 허 상무 역시 아베오 M&A 당시 실사 과정 등에 참여해 핵심적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생명과학본부의 R&D 투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신약 투자 확대를 위해 다른 사업 분야에 효율화가 필요한 차원"이라며 "빠른 개발 성과를 내기 위해 보스턴 법인에 중진급 임원을 합류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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