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6월 12일 07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종로5가, 한 외진 골목에 위치한 '유동'은 겉보기에 그저 평범한 우동집이다. 하지만 이곳은 한화그룹 3남인 김동선 부사장이 구상한 푸드테크 전략의 최전선이자 그룹 차원의 실험이 이뤄지는 일종의 미니 연구소다.한화호텔앤드리조트 산하 푸드테크 전문 계열사인 한화푸드테크는 유동 매장을 조용히 개장했다. 외부 홍보는 최소화된 채 운영 개시는 한달전부터 이뤄졌다.
이 매장은 주문부터 조리, 서빙까지 전 공정이 로봇을 통해 자동화돼 있다. 고객이 메뉴를 고르면 로봇이 면과 육수를 담고 끓이는 작업을 수행한 뒤 픽업대에 올려준다. 주방 인력은 없으며 현장에는 관리 직원만 상주한다. 조리 로봇은 하루 한 차례 점검 시간을 제외하면 24시간 우동을 만든다.
유동은 한화푸드테크가 운영 중인 유일한 실가동 매장이다. 김 부사장이 론칭한 스텔라피자와 파스타X 브랜드도 존재하지만 스텔라피자는 오프라인 매장이 없고, 파스타X는 일시 운영 뒤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결국 지금 남은 건 '유동'뿐이다. 그리고 유동은 단순한 브랜드 매장이 아니라 로봇 기술과 무인 운영 시스템을 시험하고 검증하는 테스트 플랫폼이다.
앞서 김 부사장은 외식 사업을 키우며 다양한 브랜드를 도입해 왔다.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Five Guys),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벤슨(Benson)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유동은 단순한 외식 사업을 넘어 기술 중심의 외식 인프라 구축으로 해석된다.
김 부사장의 관심은 '푸드테크'다. 이는 최근 한화가 인수한 급식업체 아워홈에도 이어진다. 김 부사장은 인수 직후 '세계 최고 수준의 주방 자동화 기술력 확보'를 강조하며 밸류체인 전반의 효율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로봇 조리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운 유동은 단순히 매장을 운영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외식과 급식에 접목할 수 있는 자동화 솔루션의 프로토타입인 셈이다.
기술 중심의 외식 자동화 실험이 과연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을까. 지금은 그 질문에 답을 내리기 이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김 부사장이 보여주는 방식이 전통 대기업의 신사업 접근과는 다소 다르다는 점이다. 대규모 투자와 홍보가 아닌 작은 공간에서의 반복 실험과 고객 피드백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식 로봇이 우동을 끓이는 풍경은 그 자체로 흥미롭지만 더 주목해야 할 장면은 그 너머에 있다. 유동이라는 작은 연구소에서 김동선식 실험은 조용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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