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 '빅딜' 유도…민주당 '석유화학 특별법' 살펴보니 자발적 사업재편 어려울 때 '정부 개입'…이재명 대통령 공약과 일치
정명섭 기자공개 2025-06-18 07:26:34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6일 13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석유화학업계를 직접 지원하는 특별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기업간 인수합병(M&A), 설비 운영 효율화 등 사업재편을 유도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어려울 경우 정부가 개입하는 근거 조항도 마련됐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석유화학 분야 공약과 일치하는 법안으로 평가된다.◇사업재편 기업에 세제지원·보조금, 기업간 빅딜 유도
16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여수갑)은 지난 11일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석유화학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중국·중동발 공급과잉,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로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석유화학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석유화학사를 직접 지원하는 특별법이 발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석유화학업계는 최근 글로벌 공급 과잉과 산업 경쟁력 약화로 채산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나프타분해설비(NCC)를 보유한 기업들은 수년간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역대 최대 불황기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LG화학 석유화학 부문과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HD현대케미칼, 롯데케미칼 등은 지난 1분기에 각각 500억~120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석유화학 특별법은 △기업간 생산량 논의 시 공정거래법 적용 배제 △사업재편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전기요금 감면 등의 조항을 담고 있다.
이 중 사업재편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은 기업간 빅딜을 유도하는 '당근책'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과잉설비를 폐쇄하거나 감축할 때 자산손실이 발생한 경우 또는 기업간 M&A, 분할, 사업 양도 시 세액공제나 과세이연, 손비처리 등에 관한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다. M&A 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 등의 각종 세금을 면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저탄소 설비로 전환하기 위한 설비투자도 세제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는 사업재편을 지원하기 위해 보조금도 지급한다. R&D, 설비투자에 대한 보조금과 노후 설비 해체, 생산방식 전환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이 특별법에 명시됐다. 사업재편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유동성 부족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자금 대출, 지급 보증 등을 해주는 금융지원책도 담겨있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산업부 산하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지원 대상과 기준, 절차, 규모 등은 세부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게 해 당장 어느 정도의 세제 지원이 제공될지는 특별법만 봐선 알 수 없다.

◇자율적 사업재편 어려운 경우 '정부 개입' 조항도
NCC를 보유한 기업들이 설비를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조항도 이번 법안에 담겼다. 기업간 생산량 협의, 공장 가동률 조정 및 출하 시기 조정 협의 등은 공정거래법상 부당행위에 해당하는데, 이를 한시적으로 예외 적용하는 게 골자다. NCC 통합 운영은 비상상황에 대한 업계의 단기 해결책으로 손꼽힌다. 여러 NCC를 가동 중단하고 한 회사에서 설비를 100% 가동해 경제적 생산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이외에도 전기요금 감면 및 보조 규정과 산업구조 전환 촉진을 위한 각종 환경·건축·에너지 분야 인허가 절차의 통합·간소화 등의 규제 특례도 법안에 담겼다.
민간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조항도 있다. "석유화학사업자의 자발적인 사업재편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정부는 사업재편 계획안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재편을 유도할 수 있고 이 경우 석유화학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협조해야 한다(제10조)"고 명시한 게 대표적이다. 석유화학사간 이해관계가 복잡해 자발적인 사업구조 개편이 쉽지 않은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물량 조정의 경우 상대방이 먼저 물량을 줄여주기를 기대하는 심리가 있는 데다 설비 통합 운영 또한 '내 설비가 더 좋다', '더 가깝다', '효율이 높다' 등의 기업들의 목소리가 제각각"이라며 "사업재편에 대한 공통 인식과 공감대는 있지만 진행이 더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과 일치한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정부 주도 구조개편, 친환경 고부가 스페셜티 개발 지원을 위한 R&D 대책 등을 담은 석유화학 특별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사업재편은 어렵다"고 강조한 윤석열 정부와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번 특별법은 국내 주요 석유화학사들과 수차례 논의 끝에 마련된 법안이라 업계의 요구사항은 대부분 반영됐다고 봐도 된다"라며 "현재 철강 분야에서도 특별법이 준비되고 있고 주력산업 지원 특별법도 곧 발의될 예정이라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어떻게 처리될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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