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디테일]'자본잠식' 넥스트칩, 채무상환용 일반공모 증자500억 조달, CB 풋옵션 물량 대응…기술특례 상장 후 적자 지속
김한결 기자공개 2025-06-17 11:36:40
[편집자주]
자본금은 기업의 위상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회계 지표다. 자기자금과 외부 자금의 비율로 재무건전성을 판단하기도 한다. 유상증자는 이 자본금을 늘리는 재무 활동이다.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근간이 바뀐다.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경영전략을 좌우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더벨은 유상증자 추진 기업들의 투자위험 요소와 전략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7일 11시3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본잠식에 빠진 넥스트칩이 증자비율 50%가 넘는 대규모 증자에 나섰다. 모집자금 중 일부는 향후 도래하는 전환사채 풋옵션 물량에 쓰일 예정이다. 조달자금이 채무상환에 쓰이는 데다가 대주주 앤씨앤이 있음에도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택했다는 점에서 시장 분위기는 싸늘한 편이다.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넥스트칩은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증자방식은 일반공모 증자방식으로 신주 1주당 예정발행가액은 5320원이다. 대표 주관회사는 NH투자증권이다.

발행하는 신주의 수는 939만8500주로 기존 발행 주식 수 대비 51.96%에 달한다. 청약일은 다음달 7일부터 이틀간으로 납입일은 같은 달 12일이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 예정인 자금(500억원) 중 300억원은 운영자금, 192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운영자금이 제일 규모가 크지만 1순위 사용처는 채무상환자금이다. 채무상환에 방점이 찍힌 유상증자인 셈이다.
넥스트칩은 지난 2023년 10월 3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해당 CB는 오는 10월에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기일이 도래한다. 전환가액은 최저조정가액인 1만2499원으로 유상증자 이사회 결의일인 지난 16일 기준 주가 7420원 대비 현저히 높다.
높은 전환가액으로 인해 사채권자들의 풋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지자 대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조달한 자금은 오는 4분기 풋옵션 행사 시 상환에 사용할 방침이다. 상환 후 잔여 약 100억원은 자체 현금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5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인데다가 일반공모 방식을 택한 만큼 투자자들의 참여가 관건이다. 일반공모는 구주주를 포함한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해 실권 발생 가능성이 더 높다.
게다가 모집주선 방식으로 이뤄져 대표주관회사인 NH투자증권은 실권주 잔액인수를 하지 않는다. 실권주가 발생하면 미발행 처리한다. 청약률에 비례해 발행주식 수가 결정되고 자금조달의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향후 주가가 하락해 확정 발행가액이 낮아져도 자금 규모는 감소한다.
청약 과정에서 계획보다 부족한 자금이 모이더라도 일부 채무상환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192억원을 모집하는데 필요한 청약률은 38.4% 수준이다. 전체 발행 신주의 절반도 못미치는 청약 참여를 보여도 CB 풋옵션에 대응 가능한 셈이다.
채무상환을 위해 유상증자를 선택한 이유로 상장 이후 지속되는 적자가 꼽힌다. 지난 2022년 기술특례상장제도로 코스닥 문턱을 넘은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넥스트칩은 자동차용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로 차량에 들어가는 지능형 카메라의 영상처리·인식용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개발한다. 매출액은 128억원(2022년)에서 지난해 기준 322억원으로 성장했지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184억원, 20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 기준 매출은 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늘었으나 순손실도 27.3% 증가한 59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잠식으로 인해 자본 확충이 불가피한 구조였다. 지난해 말 기준 넥스트칩의 자본잠식률은 2.55%였지만 지난 1분기 말 기준 68.37%로 급격히 악화했다. 결손금이 늘어나며 자본총계가 88억원에서 28억원으로 쪼그라든 여파다. 약 13.7% 수준의 유상증자 청약 참여가 이뤄진다면 자본잠식을 탈출할 수 있다.
넥스트칩의 최대주주인 코스닥 상장사 앤씨앤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는 미정이다. 앤씨앤과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율은 43.43%다. 유상증자 미참여를 가정한다면 28.58%로 지분율은 급락하게 된다.
유상증자 결정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이날 오전 9시45분 기준 넥스트칩 주가는 전일 대비 2237% 하락한 5760원 수준을 기록했다.
넥스트칩 관계자는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CB 채권자들은 당연히 풋옵션을 행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대비한 것"이라며 "최대주주 앤씨앤이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앤씨앤의 상황도 좋지 않아 대규모로 증자에 참여하기 힘들어 일반공모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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