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6월 20일 07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든 거래에는 사는 자와 파는 자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사는 쪽은 가격을 낮추려 하고, 파는 쪽은 가치를 높이려 한다. M&A에서도 이 원칙은 유효하다. 매도자는 미래의 가능성을 근거로 몸값을 높이려 하고 매수자는 현재의 성과를 기준으로 가치를 보수적으로 평가한다.애경산업은 일명 '몸 만들기' 과정 없이 갑작스럽게 M&A 시장에 등장했다.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 그룹 내에서 비교적 매각 가능성이 높은 자산으로 애경산업이 선택된 상황이다. 그룹의 모태 사업이지만 '팔 수 있는 것'과 '팔아야만 하는 것' 사이에서 현실적 타협이 이뤄진 것이다.
함께 그룹사에서 매물로 나온 중부CC의 경우 흥행에 성공하면서 우선협상자를 선정했다. 수도권 내 우수한 입지의 명문 구장이 매물로 나오면서 다수 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수요가 가격과 인수 경쟁을 견인한 시장 논리가 작동했다.
하지만 애경산업은 '매각가'를 두고 온도차가 뚜렷하다. 상장사인 만큼 거래 기준점이 되는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다. 최근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흐름 속에서도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 점이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눈높이 차이를 만든 것이다.
애경산업의 현재 시가총액은 4000억원 수준으로 이를 토대로 매물로 나온 지분의 가치를 평가하면 약 2500억원대다. 반면 애경 측이 원하는 가격은 6000억원대에 이른다. 인수 후보자 입장에서는 매물 자체는 괜찮은 편인데 이 정도 가격을 지불하고 사는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다.
IB 업계는 실적 개선이나 기업가치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 보고 있지만, 뷰티업계에서는 저평가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고운세상코스메틱(닥터G), 서린컴퍼니(독도토너 등) 등 인기를 끄는 브랜드를 보유한 설립 10년 미만의 비상장 기업들이 최소 4000억~6000억원대에서 지분 거래가 성사된 점과 비교하면 애경산업이 부른 가격이 결코 고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2018년 로레알이 색조 브랜드 3CE를 약 6000억원에 인수한 사례 역시 회자된다. 화장품 ODM사와 손잡고 대규모 투자 없이 빠르게 성장시킨 'K뷰티 인디 브랜드' 대표주자였다. 하지만 주인이 바뀐 후 정체성이 흔들렸다. 팬데믹과 뷰티 트렌드가 바뀌자 단일 브랜드 의존도가 높은 약한 체력은 한계를 드러냈다. 최근에는 구조조정까지 단행됐다.
반면 애경산업은 스타 브랜드의 고성장 서사는 부족할 수 있으나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아우르는 다각화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R&D부터 제조·유통까지 전 밸류체인을 갖춘 체계적인 구조는 외부 환경 변화나 오너십 전환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50년이 넘는 업력에서 비롯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는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경쟁력이자 강점인데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분위기다.
가격 논란 속 애경산업 매각 절차는 주관사가 외부 접촉을 자제하며 삼엄한 보안 속에 진행되고 있다. 다수의 후보군이 거론되지만 M&A는 끝나는 순간까지 변수의 연속이기에 결과를 속단하긴 어렵다. 다만 이번 딜이 '고가 논란'이 아닌 '가치를 알아본 영리한 선택'으로 남을지는 누가 그 가능성을 먼저 읽어내느냐에 달렸다. 숫자 너머를 보는 안목이 이번 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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