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준비하는 HD현대중공업]벌써 호황 끝? ‘2028년 수주 절벽론’ 왜 꺼냈나①슈퍼사이클 후 첫 수주 공백 경고…“선제 대응” vs “과도한 추정” 평가 엇갈려
이호준 기자공개 2025-06-24 13:27:12
[편집자주]
선박 수주량이 잦아들자 ‘호황이 끝났나’라는 물음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말 종료 국면인건지, 그렇다면 무엇을 할 건지, 재무 여력은 충분한지. HD현대중공업이 수년 만에 ‘수주 절벽’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건 이 같은 물음과 정면으로 맞닿아 있다. 위기 부각과 현실 대응 등의 해석은 갈리지만 핵심은 같다. 이번엔 다르다는 태도, 미리 대비하겠다는 의지다. 더벨은 그 배경과 전략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9일 16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선업계에 ‘호황 종료’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올들어 글로벌 선박 수주량이 크게 줄자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노사 교섭 자리에서 2028년 ‘수주 절벽’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거론했다. 슈퍼사이클 이후 수주 공백을 경영 논리로 꺼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상균 사장은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수주 통계 반토막…슈퍼사이클 불과 3년 만에 경고등
신호탄은 클락슨리서치의 수치다. 조선·해운 시황을 추적하는 대표 통계기관인 이 기관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 세계 선박 수주는 1593만CGT(표준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2918만CGT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수주는 약 3000만CGT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7250만CGT와 비교하면 60% 이상 감소한 수치다.
HD현대중공업은 이를 단순한 수치 하락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2021년 이후 수주 호황 속에서 수주잔고를 빠르게 늘려, 올해 3월 말 기준 조선 부문 수주잔고는 35조6437억원에 이른다. 2020년 말 10조3931억원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당장은 현금 사정도 넉넉하다. 같은 시점 기준 보유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조8678억원으로, 2019년 물적분할 이후 역대 최대치다. 실적 회복과 운전자본 회수가 맞물린 결과다. 다만 조선업은 계약부터 인도까지 평균 2~4년이 걸리며, 선수금·인도대금 순으로 현금이 유입되는 구조다.
만약 클락슨리서치의 통계가 굳어져 이대로 글로벌 발주가 꺾인다면 기존 선박이 건조·인도되는 2028년 이후부터는 조선소 도크가 비기 시작한다. 고정비와 인건비는 그대로 남아, 보유 현금만 빠르게 소진되는 국면이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러한 인식 아래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임금협상 교섭장에서 ‘2028년 수주절벽’이라는 표현을 공식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섭 과정에서 미래 경영 리스크를 언급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다만 구체적인 연도를 못 박아 수주 공백을 명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HD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선제 긴축 경영에 대한 필요성도 요구받은 상태”라며 “슈퍼사이클이 4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다소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많아 관련 배경에 대한 이해를 계속 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vs 지나친 추정”…엇갈리는 시선도
HD현대중공업으로서는 위기 신호를 경고로만 넘기기 어려운 입장이다. 2010년대 중반 조선업 불황기를 지나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었다. 조직 내부에는 위기에 대한 경계심이 여전히 짙게 남아 있다. 그만큼 단순한 리스크 언급이 아닌 선제 대응 신호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강하다.
국내 최대 조선사인 만큼 산업 전반의 심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소 입장에선 수주절벽 가능성만으로도 대비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다운사이클을 겪은 기업으로선 합리적인 대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호황이 실제로 빠르게 꺾일지에 대해선 이견도 적지 않다. 조선 수주는 실수요보다 선주의 발주 심리나 지정학 리스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예고된 절벽’이란 단정은 과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2028년까지는 이미 계약된 물량이 있고 이후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지금 그 시점을 단정하는 건 예측이 아니라 추정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 판단은 합리적이지만, 그 근거의 신뢰도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 수주는 심리적 요인도 강하게 작용한다. 한 조선사 고위 임원은 “머스크 등 선도 선사가 발주하면 경쟁 선사들도 뒤따르는 흐름이 반복된다”며 “수주 공백은 실제 수요보다 시장 심리가 먼저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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