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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2025]DB손보 베트남, '전통채널 DBV·디지털 BSH' 리빌딩 이원화①두곳 따로 인수한 노림수…BSH 지점 넘겨받은 DBV, 현지 최대 영업망 구축

하노이(베트남)=정태현 기자공개 2025-09-10 12: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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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네트워크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해외 진출 전략도 질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과거 단순 진출을 넘어 현지화는 물론 IB, 자산운용, 디지털금융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 여전사 등 비은행권도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흥국과 선진국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수익원과 성장동력을 찾는 흐름이 뚜렷하다. 더벨은 '기회의 땅'을 향해 나아가는 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사업 전략을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08일 15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B손해보험이 베트남에 진출할 때 그린 청사진이 곧 드러난다. DB손보는 지난해 인수한 두 현지 손해보험사를 각각 전통 대면채널과 디지털에 특화한 보험사로 재개편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현지 10위권에 머무른 시장 점유율을 5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DBV는 현지 오프라인 지점망에 집중해 전통채널의 효율을 높인다. 이를 위해 BSH 지점 다수를 DBV로 이전했다. DBV는 100개가 넘는 지점을 가진 현지 최대 오프라인 채널망을 가진 손보사로 부상했다. BSH는 텔레마케팅과 비대면 채널에 집중하는 디지털 보험사로 육성할 계획이다.

◇PTI 이어 DBV·BSH 인수, 외국계 유일 3개 보험사

DB손해보험은 지난 2011년 하노이에 대표사무소를 열면서 베트남에 진출했다. 다른 국내 손해보험사가 1990년대부터 진출한 것에 비해 10년 넘게 뒤처졌다. DB손보는 현지 손보사를 인수하는 전략으로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했다. DB손보는 면밀한 시장조사를 거쳐 2015년 우정통신보험(PTI) 지분 37.32%를 인수했다.

DB손해보험은 2024년 베트남 손해보험사 VNI(Vietnam National Aviation Insurance), BSH(Saigon-Hanoi Insurance)의 최대주주로 공식 출범했다.(사진=DB손보)

현지 법인 설립 인가가 까다롭고 시간을 많이 소요하는 걸 고려하면 사무소나 지점을 설립한 뒤 법인으로 전환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현지 보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DB손보의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보완할 수 있다. DB손보도 PTI의 현지 경쟁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새로운 합작 브랜드나 상품을 론칭하기보다 기존 PTI 브랜드를 계속 유지했다.

덕분에 DB손보는 곧바로 현지인 대상으로 한 개인형 보험에 집중할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 일반적으로 기업보험에 집중하는 국내 보험사와는 차별화된 지점이다. PTI는 현지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1위, 개인 보험 2위를 기록 중인 대형 손보사다. DB손보가 인수할 당시 PTI는 손보업계 전체 6위에 머물렀다. 이후 DB손보 체제에서 3위로 성장했다.

DB손보는 PTI를 성장시킨 경험을 토대로 현지 보험사 두 곳을 추가로 인수했다. 지난해 현지 9~10위 보험사인 베트남국가항공보험(VNI·현 DBV)와 사이공하노이보험(BSH) 지분을 각각 75%씩 샀다. 베트남에서 동시에 3개의 손보사를 투자한 외국계 보험사는 DB손보가 유일하다.

DB손보는 PTI와 달리 DBV와 BSH에서는 직접적으로 경영에 관여한다. PTI는 이미 현지 내 독자적인 브랜드 인지도와 운영 체계를 갖춘 만큼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할 방침이다. 반면 DBV와 BSH에서는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현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칠 구상이다. 두 곳 자동차보험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모두 60% 이상이다. 은행과 같은 대형 판매 채널이나 계열사를 통한 재산보험 수요가 크지 않다 보니 개인형 보험에 치중하고 있다.

◇재개편 후 점유율 10위에서 5위 부상 자신

DB손보는 DBV와 BSH를 단순히 인수한 데 그치지 않고 대대적으로 리빌딩하고 있다. DBV는 전통적인 대면 채널 중심의 대형 보험사로, BSH는 기업 고객과 신규 채널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보험사로 재정비한다. 두 곳의 사업 구조와 목표 고객층이 유사한 점을 고려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영 체계를 새로 짠 것이다.

두 곳의 사업 전략을 다른 방향으로 재편해 잠재적인 내부 경쟁을 줄이는 대신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게 재개편의 핵심 목표다. 이를 위해 BSH의 기존 전국 지점을 DBV로 이전하는 강수를 띄웠다. DB손보는 지난해 초 두 곳을 인수한 뒤 1년가량 재구축 준비 과정을 거쳐 올해 7월 지점 이전에 대한 행정 절차를 마무리했다. 현재 DBV는 100개가 넘는 지점을 가진 현지 최대 오프라인 채널망을 가진 손보사로 부상했다. BSH는 텔레마케팅을 주요 채널로 가져가는 디지털 보험사로 탈바꿈한다.

올해 5월 VNI의 사명을 DBV로 변경한 것도 재구축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사명 DBV는 DB의 'D', BSH의 'B', VNI의 'V' 등 세 법인의 이니셜에서 고안됐다. 세 법인의 화합을 강조한 것이다. 업계 10위인 DBV의 지점을 9위 BSH로 옮기는 게 아니라 그 반대로 추진한 것도 두 곳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적인 판단하에 정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DB손보는 지난해 두 곳의 리빌딩에 집중하느라 실적을 대폭 개선하진 못했다. DBV의 지난해 순이익은 115억3600만동(VND)으로 전년 246억2300만동보다 50% 이상 감소했다. BSH의 순이익은 77억9300만동에서 89억2000만동으로 14.5% 증가했지만 시장 점유율이 4.3%에서 3.9%로 소폭 줄었다. DBV의 경우 태풍 야기(Yagi) 여파로 발생 손해액이 많이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DB손보 베트남법인 관계자는 "BSH와 DBV를 인수한 뒤 조직을 새로 세팅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며 "재구축을 마무리하고 제대로 된 사업을 영위하면 그간 9~10위에 머물렀던 것에 벗어나 최소 현지 5위 보험사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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