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변화, 로펌의 해법은]집중투표제 바로미터, 포스코홀딩스와 KT&G선제 도입 후 정면돌파로 선진 거버넌스 확립 평가…"회피 아닌 수용 전제로 대응해야"
허인혜 기자공개 2025-09-26 08:10:05
[편집자주]
상법 개정과 노무법 변화로 기업 거버넌스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법률 리스크 요소를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법조계도 개정 상법에 특화된 대응 조직을 잇따라 신설하며 기업의 자문 수요에 적극 대응 중이다. theBoard는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 핵심 이슈별 현안을 살펴보고 제언을 구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4일 07시31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집중투표제를 시행하면 소수주주 연합의 결집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정관에 사유를 별도 명시하고 이를 피해 왔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도 마찬가지다. 역시 경영권 공격 세력이 감사위원회를 주도할 여지가 생겨 기업들은 선호하지 않았다.반면 거버넌스 선진화를 일찌감치 추진한 기업들은 이 제도를 받아들이고 선제적으로 시행했다. 포스코홀딩스와 KT&G처럼 오너가 없는 분산주주 구조 기업이거나 옛 공기업 출신 민영화 기업, 혹은 공기업들이 주를 이룬다.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차 상법 개정안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골자다. 대규모 상장사의 주주총회 지형과 이사회 구성 원리가 근본적으로 바뀐다.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인 기업은 집중투표제를 의무 도입하고 일반 이사와 별도 분리된 감사위원 2인을 선출해야 한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소수주주 연합의 의결권 결집은 쉬워지고 대주주 중심의 이사회·감사위 구성이 더 이상 전제되기 어렵다. 실무에선 위임장 수임과 표 계산 방식이 복잡해지고 이사·감사 후보 검증과 정보 관리, 정관·내규 정비가 동시다발적으로 요구된다.
한발 앞서 집중투표제 등을 받아들인 기업들은 이를 어떻게 운영해 왔을까. 앞서 언급한 포스코홀딩스와 KT&G, 또 최근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고려아연 등이 실례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2020년 상법 개정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들은 모두 시행 중이다. 의무 인원이 2인으로 확대된다.
포스코홀딩스는 2004년 3월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기업 지배구조 헌장을 마련했다. 이때부터 집중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주주총회를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한편 전자투표 창구도 열어뒀다. 1997년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사외이사제를 도입한 만큼 관련 경험도 쌓여있다.

기업 지배구조 헌장을 보면 "소수주주의 권리 행사는 법령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전체주주의 권익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보장되며, 회사는 집중투표제 도입 등 소수주주권 보호에 적극 노력"한다고 명시돼 있다.
KT&G는 집중투표제 명문화를 넘어 실제 운영까지 이행한 몇 안되는 기업이다. 2023년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후 2024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시행했다. 올해 3월에는 대표이사 사장 선임에 대해서는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등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

감사위원회 구성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이달 3대 회계·감사 지배구조 우수기업으로 선정할 만큼 선진적 구조를 갖췄다. 감사위원회 전담 지원조직을 갖췄고 감사위원회가 내부감사부서 평가권 및 임면동의권(책임자)을 행사하는 등 '회계·감사시스템 실효성' 평가분야가 우수하다고 봤다. 또 회계오류·부정에 사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복수의 회계자문사로부터 전문적 지원을 활용하고 있다.
오너지배 기업 중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치열한 고려아연이 집중투표제를 시행했다. 오너 기업 중 일부도 집중투표제를 정관상 도입했지만, 시행한 기업은 많지 않다.
고려아연은 1월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집중투표제 의안을 꺼내들었다. 가결된 후 법원에서도 필요성이 인정되면서 3월 집중투표제를 시행했다. 고려아연의 경우 집중투표제의 3%룰을 활용해 영풍·MBK파트너스의 의결권을 무력화하는 효과를 노렸다. 오히려 기업이 최대주주의 지분을 역이용한 사례로 제도를 활용한 전략이 주효했다.
기업 사례를 종합해보면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의 대응책은 정면돌파다. 관련 부문과 제도, 실행 방법을 꼼꼼하게 갖춰야 한다. 선정비를 위해 자본과 인력을 미리 투입하라는 실무조언도 많았다.
포스코홀딩스는 사외이사제도와 집중투표제도 등을 앞장서 도입하며 선진 지배구조가 확립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포스코홀딩스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1997년 사외이사 제도 도입, 2004년 집중투표제 도입 등 이사회 독립성 확보 및 주주권익 강화 등 선진 지배구조 확립에 앞장서 왔다"고 답했다.
조현덕 김앤장 기업지배구조·경영권분쟁 그룹 변호사는 "감사위원 3% 룰과 분리선출 확대로 '원치 않는 감사' 진입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회피가 아니라 수용을 전제로 한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주총·이사회·감사위 운영 조직과 예산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집중투표제와 전자주총은 위임·개표 방법과 시스템이 복잡한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로 의결권 집행 방식을 사전 점검하고 전자표결·개표·장애시 속개 절차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선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도 짚었다.
배용만·최철웅 태평양 거버넌스솔루션 센터 변호사는 내년 하반기 전 재정비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변호사는 "주주 규합 지분이 25% 수준이면 최소 한 석 이상의 이사회 확보가 가능하니 정관으로 이사 수와 후보 자격을 합리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주·시장과의 투명한 의사소통도 핵심으로 꼽혔다. 은성욱 율촌 경영권분쟁·기업승계자문 센터장 겸 개정상법TF장은 "행동주의·헤지펀드 대응과 효율적 의사결정을 함께 달성할 최적의 이사회 구성을 짜야 한다"며 "앞으로는 안건 심의 시 '회사에 유익한가'를 넘어 '주주 전체, 특히 단기 주가 등에도 어떤 영향이 있는가'까지 함께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피플&오피니언
허인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영상]'조지아 사태'로 흔들린 LG엔솔 '북미 배터리 맵' 진단
- [영상]혁신과 논란, 그리고 무죄…한국 IT '변혁가' 카카오 김범수
- 이사회의 '분위기 메이커'를 찾아서
- [thebell interview]"이사회 합리적으로 구성해야…경영자 출신 많아야"
- [thebell interview]KT 이사회는 선진화됐다…"해킹 이슈도 다뤄야"
- [thebell League Table/2025 이사회 평가]K팝 이끄는 4대 엔터, 이사회 선진화는 아직
- [thebell League Table/2025 이사회 평가]평가개선 '만점'받은 SK이노·현대건설
- [영상]담배·인삼만 판다고? 다양화 KT&G, 이상학 CFO의 자산분배법
- [thebell League Table/2025 이사회 평가]'압도적' 현대모비스, 현대위아·에스엘·HL만도 업계 선두
- [thebell League Table/2025 이사회 평가]베스트는 현대글로비스, 조금씩 전진하는 해운업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