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분쟁 1년]분쟁의 비용 '무차입 종언'…둘로 나뉜 차입금 종착지①여전히 건전성 좋지만 차입부담 큰 폭 증가…투자계획·신용등급 '흔들'
허인혜 기자공개 2025-09-23 08:23:03
[편집자주]
2025년 theBoard 이사회 평가에서 고려아연의 성적은 크게 상승했다. 이사회 선진화는 역설적으로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됐다. 반면 재무제표에서는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최근 1년은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경영권 분쟁이 치열했던 시기다. 고려아연 분쟁 1년, 고려아연과 영풍은 재무와 이사회, 전략에서 각각 어떤 변화를 맞이했을까. theBoard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을 따라가며 지표의 변곡점을 추적해 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8일 14시25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4년 9월 13일,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날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변호사들은 부산으로, 홍콩으로 향하던 운전대를 다시 서울로 돌려야 했다. 한 변호사는 도로를 달리는 중에도 전화가 빗발쳤다고 회고했다. 이날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은 고려아연의 지분을 주당 66만원에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김앤장은 고려아연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다.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89만원까지 상승했다. 법원의 판단 아래 공개매수는 진행됐고 양측 모두 지분확보를 위해 돈의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고려아연은 지난 1년간 '분쟁의 비용'으로 얼마를 어떻게 지출해 왔을까. 지분 다툼 속 현금이 흘러가지 못한 지표들도 체크 포인트다.
◇그래도 안정적이라지만…부정할 수 없는 차입부담 증가
고려아연은 오랜 기간 무차입 경영을 유지해왔다. 102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갈 만큼 현금창출력이 좋은 기업이다. 애초에 부채비율 자체가 극히 낮았기 때문에 숫자가 늘어났더라도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만한 규모는 아니다.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금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는 조정순차입금/EBITDA는 1분기 말 기준 2.0배로 나타났다. EBITDA/이자비용은 올해 상반기 6.8배 수준이었다. 시장의 통상적인 지표 대비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전과 비교해 건전성이 하락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주당 89만원, 지분 20%의 목표를 걸었던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규모에 따라 최대 3조7000억원을 지출해야 했다.
분쟁 국면인 지난해 9~10월 마련한 외부 실탄은 3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기업어음(CP) 4000억원과 메리츠증권이 인수한 사모 회사채 1조원, 하나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한국투자증권(트로이카드라이브 인베스트먼트) 대출분을 포함한 1조5000억원 등이다.
차입 의도가 분쟁 방어였고 급하게 동원해야 했던 만큼 자금의 상당수는 신용등급 대비 높은 금리로, 단기차입으로 마련됐다.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빌린 1조원의 차입금 금리는 연 6.5%였다.
만기가 도래한 건들은 회사채와 CP 발행 등을 활용해 차환했기 때문에 이자비용은 당시보다 낮아진 상태다. 하지만 단기 조달 의존도가 높으면 차환의 주기가 짧아지고 금리 변동에 취약하다. 10%대에 머물러 극히 낮았던 부채비율도 80~90%를 오가고 있다. EBITDA/이자비용이 아직 건재하지만 2023년 말 23배, 2024년 9배였던 점을 고려하면 하락 중이다. 영업이익 상승보다 이자비용의 부담이 빠르게 증가했다는 의미다.

사들인 자사주는 68만주씩 세 차례에 걸쳐 소각하기로 했다. 올해 6월과 9월 각각 소각했고 12월중 잔량을 털어낸다. 고려아연은 자사주를 사는 데에 수조원의 돈을 썼고 이 자금은 소각돼 주주에게 환원됐다.
결과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고려아연의 건전성을 위험한 수준으로 전락시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차입 경영으로 구축했던 견고한 재무 방어력은 상당 부분 소진되거나 부채로 변했다. 오히려 차입금을 오래 활용해오면서 레코드가 쌓인 기업들과 비교하면 단기차입금이 급증하는 등의 갑작스러운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2분기 말 단기성 차입금이 3조4075억원, 장기성 차입금이 1조7402억원으로 나타났다. 1분기에는 4조3638억원이 단기, 6082억원이 장기였다.
◇'17조원' 투자 계획 세웠던 고려아연, 둘로 갈린 차입금 쓰임새
고려아연은 그렇지 않아도 현금쓸 일이 많았다. 2023년 12월 중장기 비전 발표를 통해 2033년까지 17조원을 누적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제련사업 부문에 5조원, TD사업 부문에 12조원이다.
올해 상반기 말을 기준으로 진행 중인 설비의 신설이나 매입 투자가 여럿이다. 계열사 켐코를 통해 올인원 니켓 제련소 건설을 추진하며 유상증자 자금을 투입했고, 향후 설비투자액은 5154억원으로 예정했다. 동순환자원 처리공정 개발투자에 1240억원, KZ 자가매립시설 설치 공사에 543억원 투자를 집행 중이다. 기투자액은 544억원이다.
CAPEX는 2024년 1조1300억원으로 나타났다. 호주 풍력발전 관련 투자금 6700억원 등이 반영된 결과다. 올해 1분기에는 1727억원을 추가로 썼다.
대규모 일회성 투자가 반영되지 않은 2020년부터 2023년 CAPEX는 3800억~6600억원을 오갔다. 올해 1분기 설비투자 비용을 연환산해 단순 비교해보면 외풍과 관계 없이 설비투자 속도와 규모를 유지했다.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공표한 만큼 앞으로도 투자가 줄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달라진 상황이다. 고려아연이 대규모 투자를 공표한 때는 창출한 현금을 미래 투자에 쏟아부어도 될 만큼 자신감이 있었다. 차입금 규모를 작게 관리해 그만큼 차환이나 이자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었기 때문이다. 또 현재 차입금이 적으면 적을 수록 앞으로 빌릴 수 있는 차입금의 한도가 많이 남아있다는 의미고, 신사업 투자에 그만큼 여유를 둘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고려아연의 2024년 상반기 재무 흐름을 보면 신사업을 위해 차입을 늘려왔다는 점이 보인다. 2024년 확대된 차입금 중 일부는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기 전 외부에서 끌어온 자금이다. 2024년 상반기 말 차입금은 1조4100억원 수준이었다. 신사업 투자가 차입 확대의 목표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의 차입금 의존도는 2023년 7.7%에서 2024년말 33.6%까지 늘었다. 2분기 말에도 34.7%로 나타났다. EBITDA 대비 이자비용은 2020년에는 17억원에 불과했지만 2024년말 1180억원으로 늘었다. 2분기 말에도 1059억원으로 나타났다.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은 2024년 급격히 낮아졌다. 2023년 270.55%에서 2024년 63.63%로 집계됐다.
◇'부정적' 신용등급 전망과 여전히 남은 분쟁 비용
신평사들은 고려아연의 건전성이 객관적으로 양호하다는 점을 명시하면서도 등급 유지에 부정적 평가를 내리거나 아예 신용 등급 자체를 낮췄다. 한신평은 AA+(부정적) 평가를 이어갔고 나신평은 6월 고려아연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1월 고려아연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으로 둔다며 고려아연 신용도의 근간이 무차입 상태의 매우 우수한 재무 안정성에 기인해 왔다고 봤다. 안정성이 단기간 내 급격히 저하되면서 향후 자기주식 취득에 따른 재무부담을 상당부분 경감시킬 실효적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영권 분쟁에 따른 외부 이벤트가 이어지고 현금흐름과 차환에 간접 충격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공개매수전 시작, 자사주 매입 진행, 대규모 현금 유출과 신주발행안 규제 점검, 수정 대응, 수사 등 이벤트가 연달아 발생했다. 분쟁을 처리하기 위한 비용도 계속 발생 중이다. 또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된 만큼 현재 집행 중인 투자의 방향성이 바뀔 가능성도 언급된다.
실례로 고려아연의 판관비는 분쟁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판관비는 2024년 4173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1150억원 상승했다. 2분기말 누적분은 2657억원이다. 약 800억원이 지급수수료다. 판관비 증가에 대해서는 양측의 입장이 갈리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고려아연이 분쟁에 대응하며 자문 비용 등을 사용해 판관비가 늘고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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